과천국립현대미술관 ‘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전, 다양한 앵글 속에 담긴 동시대 지구촌 문명
과천국립현대미술관 ‘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전, 다양한 앵글 속에 담긴 동시대 지구촌 문명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0.26 14:11
  • 호수 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32개국 135명의 작가 참여한 국제 사진전… 중국‧프랑스 등서 순회전

8개 섹션으로 구성…시릴 포체의 ‘무제’, 정연두 ‘상록 타워’ 등 인상적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의 작품 들을 통해 동시대 지구촌 문명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사진은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제조 17번, 더후이시 데다 닭 처리 공장, 중국 지린성’(2005).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의 작품 들을 통해 동시대 지구촌 문명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사진은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제조 17번, 더후이시 데다 닭 처리 공장, 중국 지린성’(2005).
시릴 포체, ‘무제’(군중 연작). 붉고 노란 천을 두른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시릴 포체, ‘무제’(군중 연작). 붉고 노란 천을 두른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10미터쯤 떨어져서 보면 어지럽게 마구 붓질을 한 추상화 같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면 점들이 보이면서 형형색색의 실로 짜놓은 자수처럼 느껴진다. 코앞까지 다가서면 사진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나온다. 발 디딜 틈 없이 공간을 꽉 채운 ‘군중’의 모습을 담고 있던 것이다. 지난 10월 22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층에 내걸린 시릴 포체의 ‘무제’는 붉고 노란 천을 두른 사람들 때문에 세상을 뒤바꾼 거대한 불길처럼 다가왔다.

동시대 문명의 다양한 풍경을 조망하는 국제 사진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 2월 17일까지 진행되는 ‘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전은 스위스 사진전시재단과 공동으로 기획한 것으로 32개국 135명 작가가 300여점의 사진을 선보인다.

전시는 8개 섹션 ‘벌집’(Hive), ‘따로 또 같이’(Alone Together), ‘흐름’(Flow), ‘설득’(Persuasion), ‘통제’(Control), ‘파열’ (Rupture), ‘탈출’(Escape), ‘다음’(Next) 등으로 구성됐다. 사진 수십만장을 골라내는 작업을 거치면서 자연히 이러한 분류가 생겼다는 것이 기획자들 설명이다.

시릴 포체의 ‘무제’로 대표되는 ‘벌집(Hive)’ 섹션에선 거대한 군집을 이루며 확장해 나가는 도시의 모습을 담고 있다.  

‘따로 또 같이’에서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맺는 관계를 살펴본다. 동시대 가족의 모습을 담은 도나 슈워츠의 연작 ‘장래의 부모들’과 모두 똑같이 생긴 가구의 거실에서 31장의 가족사진을 찍은 정연두의 ‘상록 타워’ 등이 눈길을 끈다. 두 작품 속에는 생김새도 피부색도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진에서 취하는 포즈도 다양하다. 하지만 각 가정이 내뿜는 행복한 기운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개인의 모습은 달라고 가족의 의미는 어딜가다 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본, 석유, 컨베이어 벨트, 도로 위 자동차 등 문명이 만들어 낸 움직임을 따라가 보는 섹션도 있다. ‘흐름(Flow)’에서는 중국의 대규모 닭 공장에서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일하는 노동자들을 촬영한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제조 17번, 더후이시 데다 닭 처리 공장, 중국 지린성’과 고속 성장하는 거대 도시의 희망찬 미래를 가리키는 초고층 콘크리트 타워를 작품으로 담아낸 올리보 바르비에리의 ‘특정 장소_멕시코 시티 11’등을 통해 비인간적으로 나아가는 문명의 이기를 살펴본다.

‘설득’에서는 광고, 마케팅 등 정보화 사회가 만들어낸 설득의 방식을 들여다본다. 건설 현장이나 보기 흉한 건물 개축 현장을 숨기기 위해 그려진 가림막의 그림에 주목한 한성필의 ‘듀플리케이션’과 광고회사, 법률회사, 브랜딩 컨설팅 회사의 사무실 등을 수년 동안 촬영해온 안드레아 알베스 드 올리베이라의 ‘운송 금융 은행의 휴게실’ 등이 인상적이다.

특히 미래세계를 담아낸 마지막 섹션 ‘다음’은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사진가이자 훈련중인 우주비행사인 미하엘 나야르의 ‘빠.르.게’(2017)는 놀라움을 준다. 산속에 우주선이 떠 있는 것 같은 사진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500m 구경 천문 전파 망원경으로 중국에 있다고 한다. 매우 외지고 접근하기가 어려운 남부 산악지역에 만든 이 전파망원경은 블랙홀, 중력파처럼 멀리서 오는 전파를 잡는 것과 우주의 통신 신호를 감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현장을 담아낸 사진은 머지않은 미래 세상의 징후를 감지하게도 한다.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중국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2019년 3월),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2020년 9월), 프랑스 마르세이유 국립문명박물관(2021년 1월) 등 10여개 미술관에서 순회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1955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에드워드 스타이컨의 ‘인간가족’(The Family of Man) 전 이후 두 번째로 동시대 문명의 모습을 포괄적으로 조망하는 세계적 규모의 사진전”이라고 설명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