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은 없고 백종원에게는 있는 것
황교익은 없고 백종원에게는 있는 것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1.02 13:22
  • 호수 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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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음식평론가 황교익과 요식업계 대부 백종원의 신경전이 연일 화제다. 정확히 말하면 백종원은 가만히 있고 황교익이 직간접적으로 자극하는 형국이긴 하지만. 두 사람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길을 걸어왔다. 음식과 함께 활발한 방송활동을 통해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다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한쪽은 요리를 개발하고 반대쪽은 이를 평가한다는 대척점도 있다.

논란의 시작은 일명 ‘슈가보이’ 사건이었다. 백종원이 한 예능 방송에 출연해 10명 이상이 먹는 음식을 만들며 설탕을 많이 넣었는데 황교익이 이를 예로 들며 방송에 무분별한 설탕 사용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사람들이 1인분을 기준으로 하면 많은 설탕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지적하자 황교익은 백종원이 아닌 방송 제작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한 거라 해명했고 백종원도 담담하게 대응하며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황교익이 또 백종원이 화제리에 출연 중인 ‘골목식당’ 내용을 비난하고 이를 활용해 음식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여기서 대중들이 황교익이 아닌 백종원을 더 많이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을 보면서 2016년 신혼 초가 생각났다. 설레는 마음과 달리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했는데 특히 음식이 가장 컸다. 아내가 찌개를 끓여오면 뭔가 맛이 이상했다. 일단 짜게 먹는 기자의 입에 확실히 싱거웠고 그 외에도 뭔가 많이 빠진 것 같았다. 이렇게 설명했으면 문제 없었겠지만 당시에는 대뜸 “맛이 없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럼 네가 요리 해라’라는 핀잔을 듣는 일이 많았지만 선뜻 그럴 수도 없었다.

부부의 갈등을 해결해준 건 백종원이었다. 한창 tvN ‘집밥 백선생’에 출연 중이었던 그는 집에서 손쉽게 만드는 음식을 소개해주며 초보자들이 자주하는 실수를 지적하고 효과적인 해결법을 알려줬다. 부부가 함께 이 방송을 애청한 후부터는 음식 갈등은 거의 사라졌다.  

속된 말로 ‘까는 건’ 개나 소나 다한다. 개도 소도 맛없는 음식은 뒤도 안돌아보고 외면한다. 소위 평론가를 자처하는 이들은 비판을 잘 하지만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다. 과거에는 지면의 한계 때문이라는 핑계라도 댔지만 인터넷 시대에 그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건 맛없는 음식을 먹고도 왜 맛이 없는지 모른 채 투덜거리는, 무능한 일이다.

“황교익 씨, 대중이 왜 자신보다 백종원을 더 지지하는지, 자신에겐 없고 백종원에게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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