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 성공하려면 북 경제 체질부터 키워라
남북 경협 성공하려면 북 경제 체질부터 키워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11.02 13:27
  • 호수 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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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등 국제경제기구에 순차적으로 가입해야

남북경제협력이 난항을 겪고 있다. 남이 북에 퍼주고 싶어도 미국이 대북제재완화의 키를 틀어쥐고 있는 한 불가능하다. 트럼프는 남한이 독자적으로 5·24 대북제재를 해제하려는 것과 관련해 ‘우리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 번이나 ‘승인’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승인…. 국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단어다. 트럼프의 승인이 나지 않아서인지 이후로 진척이 없다.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의 지도자들도 북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를 사수한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북은 어떤가. 비핵화 실천의지는 보이지 않은 채 제재만 풀어달라고 떼쓰는 형국이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현재까지 핵탄두, 핵물질, 핵시설 등 핵 리스트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중국과 러시아를 드나들며 어떻게든 대북제재의 압박을 피해 경제지원을 받으려는 꿍꿍이속이다. 북과 중국·러시아는 동아시아의 3대 핵국가 연대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적인 문제 외에도 남북 경협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따로 있다. 우선 북한의 경제 체질이 남북 경협을 감당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 북은 중국·베트남이 개혁·개방을 하던 시기의 법과 제도를 갖추지 못했다. 북은 개인의 경제활동과 사유재산, 시장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투자행위를 보호해주지도 않는다. 개성공단이 대표적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어느 순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고 남한 근로자들이 쫓겨나곤 했다. 개성공단 시설을 무단 사용한다는 얘기까지 나와 우리 측 기업인들이 눈으로 확인하려고 방북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한 적도 있다. 남북 경협이 진전을 보려면 우리 기업이 북에서 일관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신뢰감과 함께 법적인 장치가 따라주어야 한다.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민간경협이 자발적으로 늘어난다. 

다음으로는 전 세계가 북한을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됐다. 북한은 국제무역과 투자 관계를 회복하고 동북아의 생산·무역체제에 정상국가로 편입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국제경제기구에 순차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가입의 전제조건인 정확한 경제 통계와 자료 수집을 국제사회가 도와주어야 한다. 이에 앞서 국제기구 가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미국과의 외교 관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 경제의 장점을 잘 살려 상호 윈윈해야 한다. 남한은 전쟁 이후 압축 성장으로 세계경제발전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의 개발경험과 자본, 기술이 북한의 천연자원, 저렴한 노동력과 결합하면 북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 2%대의 저성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북한이 수출제조업을 육성하고 모든 주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경제발전을 하도록 돕는 협력 사업들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타 국가와 기업들이 북에 무상원조 등 많은 지원을 쏟아 부으면 북한이 하루아침에 정상적인 경제국가가 되리라고 생각하는 건 연목구어다. 생산성이 낮고 기반이 취약한 체제전환국가에 갑자기 돈이 몰리면 물가가 심하게 상승하고 오히려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다. 불균형 개발로 경제의 왜곡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평생 가난한 이가 어느 날 복권당첨으로 횡재한 돈을 흥청망청 쓰다 나중엔 가족이 해체되고 빈털터리 범법자로 전락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족이지만 남북경협과 관련해 단어부터 정확히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한의 산림녹화에 남한이 물적·인적을 지원하는 남북산림협력 얘기다. 북은 황폐화된 산림을 조성하려고 남한에 도움을 청했다. 평양 순안의 양묘장, 금강산 양묘장도 우리 측 민간단체가 만들어준 것들이다. 협력은 양쪽이 비슷한 양의 힘을 합쳐 서로 돕는 것을 말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도울 때는 지원이라는 말을 쓴다. 남북산림협력이 아닌 남북산림지원이라야 맞다. 상대 비위를 맞추려 얼버무리는 식의 남북경협은 밝은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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