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13) 독일 입성
[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13) 독일 입성
  • 문광수 여행가
  • 승인 2018.11.02 13:29
  • 호수 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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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우토반 오토바이로 달려…차량 많아도 흐름 좋아

함부르크 도심에 있는 캠프장은 너무 혼잡… 옆에서 숨소리까지 들려

오랜만에 한인식당서 육개장 먹으니 꿀맛… 고향 동창과도 만나 회포

독일의 도로변 휴게소에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독일 아우토반에서는 오토바이가 주행할 수 있으며, 오토바이는 시속 100km 정도의 속도로 주로 3차선이나 4차선 도로를 달린다.
독일의 도로변 휴게소에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독일 아우토반에서는 오토바이가 주행할 수 있으며, 오토바이는 시속 100km 정도의 속도로 주로 3차선이나 4차선 도로를 달린다.

덴마크에서 함부르크를 통해 독일에 입성했다. 덴마크에서 보리가 익어가는 시골길을 오토바이로 달리는 동안 많은 독일의 바이크 클럽이 반대편에서 오는 것은 보았는데, 아마 이날이 휴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간 달렸을 때 갑자기 도로상태가 바뀌었다. 그리고 곧 교통 안내표시판이 달라진다. 국경을 지나 독일 땅으로 들어선 것이다. 곧 함부르크로 들어가는 아우토반으로 진입해서 속도를 올린다. 아우토반은 복잡하지 않았다.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로 봐서 1차선 승용차는 시속 120km, 2차선 110km, 3·4차선 버스와 화물트럭은 100km 정도 속도를 유지하며 주행하는 것 같다. 

오토바이는 주로 3·4차선을 주행한다. 일요일이라 함부르크 시가지 상가는 대부분 문을 닫아 조용하다. 오토바이를 점검하기 위해 BMW 모토라드 정비센터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머물 캠프장을 어둡기 전에 정해야 한다.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세웠다. 

정확하고 친절한 독일여성에 감동

이때 또 천사가 나타났다. 자전거를 타고 오는 30대 여성을 만났다. 땀을 많이 흘리고 오는 것으로 봐서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길 좀 알려주세요. 한국에서 왔습니다. BMW 서비스센터와 가까운 곳의 캠프장을 찾고 있습니다​.”

두 가지 질문에 이 여성은 자기 집 앞으로 가서 잠시 기다리게 해 놓고, 집에서 인터넷을 검색해 약도를 프린트해서 나왔다.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다행히 BMW 서비스센터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리고 캠프장에 대해선 몇 가지 조건을 물어본다. 숲이나 호수 전망 등은 필요 없다고 하니까, 시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캠프장을 알려 주었다. 성실하고, 정확하고, 친절하다. 아! 이것이 독일인이구나 생각했다. 정중히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녀 집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오토바이에 큰 짐이 실려 있는 것을 보고 동네 사람이 몇 명 모였다. 서울에서 오토바이로 시베리아를 횡단해서 스칸디나비아반도를 거처 왔다고 하니​ 큰 관심을 나타내며 앞으로 일정을 격려해 주었다. 

캠프장은 도심 가운데 있는 주차장을 캠프장으로 꾸며 영업하는 곳 같았다. 이 캠프장에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빼곡히 빈틈없이 텐트를 쳐서 복잡하기까지 하다.

​이튿날 BMW 서비스센터를 찾아 나섰다. 지도상으로 두 블록 거리에 있다. 그러나 쉽게 찾지 못해 경찰관에게 물어봐야 했다. 이 독일 경찰관은 퉁명스럽고 권위적이고 불친절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날은 온종일 서비스센터에서 오토바이를 정비했다. ABS 모듈, 뒷브레이크 유압호스, 엔진오일 창, 스탠드, 뒤 깜박이 등을​ 정비하고 나니 마음이 든든했다. 그러나 이때 연식을 감안한 충분한 정비와 엔진 커버 등 소모품 교체를 하지 않은 것을 귀국한 뒤 후회해야 했다. 문득 시베리아에서 비를 맞을 때 신발 안으로 빗물이 스며들었던 게 생각나 방수가 완벽한 BMW 정품 재킷과 부스를 샀다. 

이제 오토바이 정비도 마치고 장비를 잘 갖추었으니 서울까지 문제없기를 기원하며, 오랜만에 한국 식당을 찾아 김치에 육개장을 땀을 뻘뻘 흘리며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육개장 맛이 아주 좋아 다음 날 아침을 위해 한 그릇을 포장해서 야영장으로 가지고 왔다. 이곳 야영장 상황은 최악이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주차장을 연상케 한다. 도심의 땅값이 비싸니 어쩔 수 없겠지만, 텐트가 옹기종기 붙어 있어 옆 텐트의 숨소리까지 들린다. 이런 곳은 가격도 비싸다. 빨리 베를린으로 탈출하고 싶었다.

브란덴부르크 문 지나다 분단조국 생각

다음날 베를린으로 가는 아우토반은 자동차 물결이다. 그러나 흐름은 좋았다. 교통질서를 잘 지켜서 모두가 유쾌한 드라이브를 할 수 있었다. 베를린은 여러 번 다녀간 도시라 거리의 분위기엔 이미 익숙하다. 독일 자유의 상징인 파리저 광장과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며,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이 이곳에 와서 벌인 이벤트를 생각해본다.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통일은 위대한 국민이나 해낼 수 있는 것일까. 

베를린의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주인 아주머니에게 이민자 여사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분은 교민회 회장도 하고 이곳에서 오래 살아 교민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며 전화를 연결해 주었다. 고향 동창이라도 오랜만의 전화는 서로 어색하다. 그러나 금세 옛날 고향으로 돌아간 듯 친밀한 대화로 바뀌어 다음날 집으로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이민자 여사는 해외에서 성공한 동포로 KBS TV에서 ‘인간승리’ 프로에 소개한 바 있다. 그는 독일에 간호사로 와서 의학박사가 되었고 사회 활동도 왕성한 여걸이다.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오랜만에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맥주에서 와인으로, 결국은 위스키까지 한국식으로 많이 마셨다. 그리고 아직 한 달 이상 남은 캠핑 여행일정을 생각해서 반찬과 된장을 챙겨주는 자상함은 나그네에게 큰 힘이 되었다. 

글·사진=문광수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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