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르신 돌봄 위한 보조기구의 진화… 알록달록 식기부터 스마트 돌봄인형까지 다양하게 개발
치매 어르신 돌봄 위한 보조기구의 진화… 알록달록 식기부터 스마트 돌봄인형까지 다양하게 개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1.09 10:49
  • 호수 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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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손 떨면 수평 맞춰주는 똑똑한 숟가락 

자해 방지하는 ‘치매안전장갑’ 도 인기

음식을 흘리지 않게 하는 ‘구글 숟가락’
음식을 흘리지 않게 하는 ‘구글 숟가락’

김난옥(가명‧59) 씨는 얼마 전까지 치매 증상이 심해지는 시어머니를 돌보느라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매끼 식사마다 난장판이 되는 건 기본이고 몸을 씻기려고 할 때마다 격하게 뿌리치는 시어머니 때문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됐다. 또 언제 집을 나갈지 몰라 늘 불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 김 씨는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치매 환자를 위한 다양한 보조기기를 사용해 한시름 덜게 된 것이다. 김 씨는 “치매를 앓는 환자들을 위한 보조기기가 더 많이 개발돼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치매를 앓는 환자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돌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기기들이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치매 증상이 심해져 기억을 잃는 과정에서 기존에 알고 있던 색상이나 색감을 다르게 인식하게 되고 손떨림으로 수저 등 식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 일부는 난폭해지기도 하면서 손톱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내는 일도 발생한다. 

이를 위해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를 비롯, 다양한 기관에서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의 심리안정과 여가활동을 위한 다양한 보조기기를 개발‧발굴해 보급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보조기기들은 일반 쇼핑몰 등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환자 가족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 상품이 ‘치매안전장갑’이다. 1~2만원대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장갑은 탁구채 모양을 하고 있어 환자들이 스스로 자해하거나 주변사람들을 손톱으로 긁어 다치게 하는 것을 방지한다. 

치매 환자들이 식기를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식기 세트
치매 환자들이 식기를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식기 세트

또 식사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식기세트도 등장했다. 대만의 디자이너가 치매를 앓는 자신의 할머니를 위해 만든 이 식기 세트는 그릇을 진한 파랑으로 물들였다. 보통 음식을 담는 그릇 색깔로는 파랑이 거의 쓰이지 않지만 치매 환자들에겐 식기를 쉽게 구별하게 하고 식욕도 자극한다. 또한 환자들이 식기를 구별하고 밑면을 기울여 음식을 모으기 쉽게 했다. 특수하게 구부러진 숟가락은 그릇의 윤곽과 일치하여 보다 쉬운 동작으로 식사를 할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식기와 컵은 모두 미끄럼방지 기능이 있으며, 컵에는 손잡이가 있어 보다 안정적으로 음료를 섭취할 수 있다. 

구글 숟가락으로도 잘 알려진 리프트웨어 레벨 숟가락은 파킨슨병 또는 떨림 때문에 어려운 겪는 노인의 식사를 돕는다. 내장된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하면 PC가 모터를 구동시켜 음식을 흘리지 않도록 수평을 유지한다.

노인의 심리안정을 위한 보조기기들도 있다. 국내 한 회사에서 개발한 스마트 돌봄인형은 쓰다듬거나 말을 걸면 실제 반려동물처럼 반응해 치매 노인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다. 일정 시간 어르신의 움직임이 없으면 동작감지센서로 긴급 알람을 전송하고, 약을 먹어야 할 시간에는 알람을 울려 약을 먹도록 돕는다. 말벗 기능까지 장착해 체조를 하도록 이끌거나 퀴즈를 내며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에도 한몫한다.

주방 혹은 욕실 등 가정 내 미끄러지기 쉬운 공간에 미끄럼방지 매트를 설치하면 어르신의 낙상을 예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면 보다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고, 조명을 켜고 끄는 것에 취약한 치매 노인이 야간이나 어두운 공간에서 이동할 때 움직임에 반응하는 센서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치매 노인의 배회를 막기 위한 보조기기들도 다양해졌다. 적절한 위치에 압력 센서가 탑재된 매트를 설치해 치매노인이 현관문을 지날 때 매트를 밟거나 혹은 침대에서 이탈했을 때 보호자에게 소리경보를 알려주거나, 소리경보와 함께 영상을 송출해주는 보조기기 등이 개발됐다. 또한 집 밖으로 나갔을 시에는 GPS기반의 위치알림 시스템을 통해 배회 중인 치매노인의 위치를 보호자의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보조기기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GPS와 WPS(와이파이 기반 위치 측위)와도 연동해 실내에서도 보다 정확한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지자체와 시민단체들도 보조기기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름다운재단은 2017년부터 보호자의 돌봄 노동과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치매 노인에게 맞춤형 보조기기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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