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빼빼로데이 아닌 ‘십일절’?
이젠 빼빼로데이 아닌 ‘십일절’?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1.09 13:47
  • 호수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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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앞둔 친구를 위해 ‘하○○’ 팬티형 기저귀 3박스(1만1111원). 고양이털을 줄이기 위한 의류식 건조기(75만원). ‘듀○○’ 의자(5만5000원).

11월 초 기자가 구입한 물건들의 목록이다. 기저귀랑 의자는 소비자가의 반값도 안 되는 돈을 주고 구입했고 건조기는 인터넷 최저가보다도 10만원 싸게 샀다. 갑자기 쇼핑 중독이 온 것은 아니다. 11월을 맞아 국내 대형쇼핑몰들이 일제히 가격전쟁을 벌이면서 평소 고민했던 상품들을 ‘득템’한 셈이다.

십수년전부터 우리나라에서 11월을 대표하는 이벤트는 ‘빼빼로데이’였다. 막대과자를 만드는 모 회사에서 기획한 아이디어로 여자가 남자에게 선물을 주는 발렌타인 데이와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하는 화이트데이를 베낀 날짜 마케팅이었다. 단돈 1000원으로도 고마움을 전달할 수 있다는 취지가 통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챙기는 사람이 늘었고 하나의 행사로 완전히 정착했다. 

이제는 여기에 십일절을 추가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 등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대형쇼핑몰들이 11월 1일부터~11일 전후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매년 11월 넷째 금요일 재고처리를 위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중국에서도 광군제를 전후로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한다. ‘광군(光棍)’은 중국어로 홀아비나 독신남, 또는 애인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1’자의 모습이 외롭게 서 있는 사람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솔로를 챙겨주는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중 11월 11일은 대광군제라 부르는데 지난 2009년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자회사인 타오바오몰을 통해 독신자를 위한 대대적 할인 행사를 시작하면서 광군제는 한화로 조단위가 오가는 중국 최대 쇼핑일로 탈바꿈했다. 국내에서도 매년 이 시기를 겨냥한 해외직구족이 늘어났다.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대형유통사들 일명 ‘십일절’로 통칭되는 행사를 기획하고 나섰다. 먼저 재미를 본건 11번가다. 이름과 자연스럽게 매치되는 11월 11일을 십일절로 명명하고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며 지난해 큰 재미를 봤다. 한발 늦은 업체들도 이에 뒤질세라 블랙프라이스데이, 빅스마일데이 등 저마다 이름을 붙인 십일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어찌됐든 소비자들은 즐겁다. 정부 주도의 코리아 세일 페스타(9월 28일~10월 7일)가 실망스런 할인율로 사실상 ‘망한’ 상황에서 십일절 만큼은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무리한 출혈 경쟁 없이 기업도 이익을 보는 방향으로 십일절이 빼빼로데이 만큼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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