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14) 체코
[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14) 체코
  • 문광수 여행가
  • 승인 2018.11.09 13:55
  • 호수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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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경 넘어 체코의 꾸불꾸불 시골길은 이국적 낭만 선사

북부 보헤미아 지역의 온천에 가니 곳곳에 온천물 마시는 수도꼭지

확 달라진 프라하 모습에 놀라… 세계 관광객 몰려 어깨 부딪칠 정도

체코의 꾸불꾸불한 시골길과 농촌마을은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밀밭 사이로 들길이 하염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 깊은 정적을 깨고 달리는 오토바이 소리가 심술궂게 느껴졌다.
체코의 꾸불꾸불한 시골길과 농촌마을은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밀밭 사이로 들길이 하염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 깊은 정적을 깨고 달리는 오토바이 소리가 심술궂게 느껴졌다.

베를린에서 출발하여 드레스덴으로 가는 아우토반 휴게소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을 때 한 무리의 오토바이 클럽이 몰려왔다. 할리 데이비드슨 오토바이 클럽이다. 연대의식이 강하고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특유의 복장으로 몰려다니는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리고 할리가 아니면 끼워주지 않는다. 오늘 이 클럽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로 휴가를 떠나는 것 같다. 이날 오토바이를 타는 70대 할아버지를 처음으로 만났다. 내가 72세라고 하니 깜짝 놀란다. 그리고 시베리아를 횡단해서 온 것을 알고 모두 몰려와서 관심을 보인다. 동양인의 나이를 적게 보고 있다. 나를 50대로 봐줘서 고맙다. 

드레스덴 외곽에서 체코로 국경을 넘기 전에 캠프장을 찾아 하루 쉬어 가기로 했다. 독일의 시골 마을은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길가 어디나 상점이 있기 마련인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 주유소에서 근처에 있는 캠프장을 물어봐도 모른다고 한다. 지도를 몇 번 다시 보고 확인하며 겨우 캠프장을 찾았다. 여기선 캠프장 이름을 정확히 알아야 길을 물을 수 있다. 힘겹게 찾아 가보니 승마, 수영, 테니스, 캠핑 등이 가능한 종합스포츠 클럽이다. 

이러한 스포츠클럽이나 컨트리클럽은 마을공동체에서 운영하거나 비영리 단체나 아니면 클럽 회원제로 운영하는 경우라 이방객의 방문을 환영할 이유가 없다. 내가 찾아간 곳도 동양에서 온 나그네가 하룻밤 텐트를 칠 수 있도록 마지못해 허락한 것 같다.

이제 독일을 떠날 시간이다. 스포츠클럽에서 출발한지 한 시간만에 체코로 가는 국경을 넘었다. 

체코공화국은 체코슬로바키아연방이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 독립하여 오늘에 이른다. 인구가 1000만명 조금 넘는다. 1인당 국민소득은 1만9744달러(2014년 기준)이다. 프라하를 중심으로 북부 지방을 보헤미아, 동남부를 모라비아라 부른다. 북부 보헤미아 지역의 유리공업과 맥주 산업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1348년에 설립한 프라하대학교는 중부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며 프라하대학 설립을 계기로 프라하가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작은 민둥산의 국경을 넘어 내가 바라던 체코의 시골길을 달리게 되었다. 밀밭 사이로 휘어지는 실같이 가느다란 들길은 감미로운 멜로디같이 꾸불꾸불 흘러간다. 그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는 초여름 오후의 나른한 정적을 깨는 허수아비같이 심술궂다. 카를로비바리(Karlovy Vary)로 향하는 시골길의 낭만과 이국적 풍경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카를로비바리는 독일 국경에서 가까운 체코의 보헤미아 온천 휴양지이다. 

14세기 카를 4세가 보헤미아 숲속에서 사냥하다가 다친 사슴이 온천에 들어가서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목격하고 온천의 효능이 알려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괴테, 쇼팽, 바그너, 브람스, 리스트 등 문인과 예술가들이 많이 방문했다고 한다. 카를로비바리는 2~3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도시 자체가 매력적이다. 이 도시의 거리는 볼거리가 넘친다. 이곳의 온천은 몸을 담그는 것뿐만 아니라 시음을 하는 치료법으로도 유명하다. 

거리를 산책하면서 온천수를 마시는 방법은 대단히 흥미로웠다. 콜라나다 온천이 솟는 주랑에는 곳곳에 온천물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있다. 온천수를 마시는 사람들을 위해 보헤미아의 온천지에는 온천수 전용 컵을 따로 팔고 있다. 이 휴양지에서 하루 묶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체코의 고속도로를 달려 어두워져서야 프라하에 도착했다. 한인 민박집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체코의 유명한 프라하의 시계탑이 있는 광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이처럼 한인 민박집은 대부분 관광지에 인접해 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오는 대학생 배낭 여행객을 주 고객으로 한다. 

프라하가 15년 동안에 얼마나 변했을까 궁금했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 프라하의 달라진 모습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처음 베를린에서 프라하를 방문했을 때는 충격적이었다. 동구라파 공산권이 몰락한 직후 프라하로 가는 길 산모퉁이마다 생계를 꾸려가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여인이 서성이고 서 있었다​. 공산당이 몰락하며 배급이 끊기자 굶주림에서 벗어나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던 것이리라.

지금 프라하의 거리는 어떠한가.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어 입추의 여지가 없다. 어깨가 부딪칠 정도이다.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부상했다. 

잘 보전된 중세기의 건물이 상업적 전시장으로 바뀐 것은 안타까웠다. 15년 전에 보았던 품위 있는 갤러리나 카페 골목은 사라지고 조잡한 선물 가게나 싸구려 옷가게로 바뀌었다. 관광객이 많은 것은 체코의 물가가 주위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덕도 있다.

다행히도 내가 보고 싶었던 체코의 농촌 마을과 시골길, 산림은 아름다웠다​. 시골 마을 카페 밖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체코의 유명한 맥주 필스너를 마셔본다. 아! 맥주는 이 맛이야.

글·사진=문광수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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