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독일의 노인복지에서 배워야 할 점
[기고]독일의 노인복지에서 배워야 할 점
  • 이종영 대한노인회 보령시지회 취업지원센터 이사 / 사회복지학 박사
  • 승인 2018.11.09 14:00
  • 호수 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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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영 대한노인회 보령시지회 취업지원센터 이사 / 사회복지학 박사]

나는 파독 광부 출신으로 독일에 머물 때 학부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그 전공으로 30년을 근무했다. 63세에 정년퇴직 하면서 40년 독일생활을 청산하고 14년 전부터 본국에 들어와 살고 있다.

독일에 거주할 때는 독일 노인복지제도가 잘 돼 있다는 것을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한국에 돌아와 살면서 많은 노인들이 어렵게 지내는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특히 노인들이 폐지를 주워 팔아 생활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독일의 노후보장 시스템은 국민연금과 리스터연금(Riester Rente), 빈곤을 위한 국가보조금(Sozialhilfe) 등이다. 

리스터연금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부과식으로 운영되는 독일연금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보완책으로 2001년 도입한 것이다. 연금제는 부과식과 적립식이 있는데, 부과식은 그해 가입자의 보험료나 세금으로 연금 수급액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인구 8000만명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5%를 차지한다. 3명의 노동자가 1명의 연금소득자를 부양하는 셈이어서 연금 수급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리스터연금을 도입했다. 

리스터연금은 독일 연방금융감독청이 인증한 금융회사의 연금상품에 대해 정부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보조금은 정액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저소득층일수록 혜택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이처럼 리스터연금은 본래 사적연금이지만 정부가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지원하기 때문에 제2국민연금이라고 한다.

독일 노인들은 경제적, 정치적 파워의 중심에 서 있다. 노인의 90%가 연금을 타기 때문에 자립생활을 하고 정치적인 힘도 대단하다. 주마다 노인당이 결성돼 있는데 많은 곳은 회원이 40만명이나 된다.

또 소비시장의 아주 중요한 고객이다. 약 2000만명의 연금소득자들이 지출을 하지 않으면 내수시장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이다.

독일의 노인복지가 잘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사람을 중시하는 인문학의 전통이 있다는 점이고, 둘째로 독일은 중소기업이 강한 경제강국이라는 점, 셋째 정치가 투명하고 시민교육이 잘 돼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복지제도는 돈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남을 배려하고 평등하게 보는 인간존중의 사상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독일에서 40년간 살면서 체험한 복지국가란 골고루 다 적당히 사는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절대빈곤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비교에서 박탈감을 갖게 하는 상대적 빈곤도 없는 사회를 복지국가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나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고, 아프면 큰 돈 안들이고 병원에 가며,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사회이다. 사회에서 갑(甲)이 되기 위해 80% 이상 대학에 가는 사회가 아니고 3년짜리 직업학교를 나와도 사람으로 대우받고 인정받는 사회를 복지국가라 말하고 싶다.

한국도 늦었지만 문재인 정권이 탈권위주의를 중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기대가 된다. 잘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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