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
밤이 낳아 놓은 이슬방울들
한, 알, 한, 알, 꿰어보니
오! 수정꽃
한 송이가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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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밤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단지 하룻밤이 지났을 뿐인데 세상에! 온통 수정 구슬을 매단 수정꽃이 만발했다. 사람의 손으로 저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가장 질기고 폭포처럼 장엄하면서도 바위도 뚫어버리는 물방울들이 하룻밤 사이에 저걸 다 만들었다니 놀라울 뿐이다.
하지만 저 마법은 태양이 뜨기 전까지만 눈에 보인다. 찬란한 태양이 우리 눈을 가려버리기 전까지만 우리는 저토록 맑은 한 송이의 수정꽃다발을 눈에 담아둘 수 있다. 수정 구슬들은 따뜻한 햇볕이 몸에 닿는 순간 한, 알, 한, 알, 일제히 부화해서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다시 밤이 되면 저 가느다란 줄기 끝으로 날아와 일제히 알을 낳고 다시 또 한 송이 꽃을 피워 올린다. 매일 밤 아무도 모르게 기적이 일어난다. 모든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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