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노인영화제 대상·우수상 휩쓴 성남미디어센터 실버제작단 “믿고 보는 ‘실버 영화제작단’ 소리 듣고 싶어요”
서울노인영화제 대상·우수상 휩쓴 성남미디어센터 실버제작단 “믿고 보는 ‘실버 영화제작단’ 소리 듣고 싶어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1.09 14:21
  • 호수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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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2012년부터 활동… ‘좋은 친구들’, ‘럭키 세븐’ 두 팀으로 나뉘어 영화 제작

한 편 제작에 두 달 걸려… 정읍실버영화제, 29초영화제 등서 두각 나타내

성남미디어센터 실버제작단은 서울노인영화제에 출품한 네 편이 모두 본선에 진출하고 대상과 우수상을 석권하면서 단숨에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노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김애송 감독(왼쪽에서 세번째), 우수상 수상자인 강연실 감독(맨 왼쪽), ‘좋은 친구들’ 단장을 맡은 신정수 단장(맨 오른쪽)  등 성남미디어센터 실버제작단원 들의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성남미디어센터 실버제작단은 서울노인영화제에 출품한 네 편이 모두 본선에 진출하고 대상과 우수상을 석권하면서 단숨에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노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김애송 감독(왼쪽에서 세번째), 우수상 수상자인 강여실 감독(맨 왼쪽), ‘좋은 친구들’ 단장을 맡은 신정수 단장(맨 오른쪽) 등 성남미디어센터 실버제작단원 들의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출연료도 받지 않으신 분들이라 대하기 조심스러웠는데, 김애송 감독이 특유의 카리스마로 현장을 장악해서 촬영이 수월했다.”

지난 11월 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실버제작단 ‘좋은 친구들’의 신정수(76) 단장은 올 4~5월 진행된 단편영화 ‘아버님과 아버지’의 촬영 뒷이야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 작품과 함께 가까스로 완성한 작품 4편을 출품할 때만 해도 ‘도전’에 의의를 뒀다고 한다. ‘2018 서울노인영화제’ 시상식(10월 27일)에 참석해달라는 연락을 받을 때만해도 꿈에도 몰랐다. ‘대상’과 함께 ‘우수상’을 동시에 받게 될지.

성남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성남미디어센터 실버제작단이 최근 막을 내린 서울노인영화제에서 대상과 우수상을 휩쓰는 등 노인영상제작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2년 12월 개관한 성남미디어센터는 꾸준한 교육을 통해 자발적으로 영상·라디오 콘텐츠를 만드는 5개의 제작단을 양성했다. 성남 시민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는 ‘시민영상제작단’을 비롯 ‘청년 제작단’, ‘라디오제작단’, 그리고 두 개의 실버제작단 ‘좋은 친구들’과 ‘럭키세븐’이 활동 중이다. 매년 서울노인영화제에 도전하던 이들은 기어코 큰일을 저질렀다. 좋은 친구들이 제작한 작품 두 편(‘아버지와 아버님’, ‘친구여’)과 럭키세븐(‘오늘의 꽃’), 시민영상제작단(‘큰엉가’)이 각각 한 편씩 총 4편을 출품했는데 모두 본선에 오른 것이다. 치열한 심사 끝에 아버지와 아버님이 대상을, 강여실(71) 감독이 연출한 ‘오늘의 꽃’이 우수상을 받는 쾌거를 달성했다. 

성남문화재단 김응탁 대리는 “4편이나 올라갔으니까 우수상 하나 정도는 받지 않을까 했는데 이렇게 큰 상을 두 개나 받을 줄은 몰랐다”고 “대상을 호명할 때도 모두 장난인 줄 알았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실버제작단의 수상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여명을 두 개의 팀으로 구성하는 등 체계화된 시스템을 통해 영상을 꾸준히 제작하면서 이미 성남 내에서는 입소문이 자자했다. 개관 이후 영상을 배우던 어르신들이 하나둘 모여 탄생한 실버제작단은 현재 매달 한 번씩 아이템 회의를 연다. 활동영역은 크게 영화 제작과 지역방송에 내보낼 영상 제작으로 나뉜다. 

보통 한편의 영화를 만드는데 준비기간을 제외하면 두 달가량 걸린다. 단편이어서 촬영은 2~3일이면 되지만 편집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일주일에 2~3차례 모여 하루 4시간씩 진행하지만 손이 느리고 눈이 침침해 진도가 빠르게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제작비도 적잖이 든다. 상업영화가 아니라 대부분 노 개런티로 출연해주지만 촬영과 편집 때마다 사용하는 식비 등 각종 비용을 모으면 편당 250만원 정도 쓰는데 회원들이 회비를 갹출해 충당한다. 성남미디어센터에서 각종 장비와 편집시설을 지원하지 않았다면 그 비용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어르신들은 열정 하나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버님’은 김애송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신 단장이 촬영감독을 맡아 진행됐다. 타 단원들도 조명, 음향 등에 참여했고 편집도 팀 작업으로 진행해 영화를 완성했다. ‘오늘의 꽃’도 마찬가지. 구상과 제작 지휘는 강여실 감독이 총괄하고 ‘럭키세븐’ 팀원들이 도와서 탄생 한 것이다. 그 결과 이번 서울노인영화제 뿐만 아니라 29초 영화제, 정읍실버영화제 등서도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애송 감독은 “팀원들이 돕지 않았다면 혼자서는 절대로 찍기 힘들었던 작품”이라면서 “상금은 당연히 제작비로 적립했다”고 말했다. 

또한 실버제작단은 영화 외에도 방송용 영상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단별로 2개월의 한 편씩 제작해 지역방송인 성남 아름방송에 시민영상으로 출품한다. 심사를 통해 채택되면 방송을 타는데 채택률이 70%를 넘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방송이 되면 소정의 제작비를 지원받는데 이는 고스란히 적립하고 있다.

이런 활약에도 고충은 있다. 실버제작단은 노인영상 제작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체력을 꼽았다. 촬영 때마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다녀야 하고 편집실에 앉아 수십 시간 씩 영상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신 단장은 “촬영을 할 때는 다리가 아프고 편집을 할 때는 눈이 피곤하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후딱 끝내는 일을 3~4배는 더 걸린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은 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 편 한 편 찍을 때마다 고생이지만 결과물만 보면 늘 설레고 즐겁다는 것이다.

강여실 감독은 “봉사활동 등 각자 하는 일이 많지만 영상 제작하는 일이 가장 즐겁다”면서 “편집도 못하고 카메라를 못 만져도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장편 계획은 없냐는 물음에 어르신들은 일제히 손사래를 쳤다. 언감생심이라며 현재는 단편영화 제작도 버겁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내년 서울노인영화제에 대한 욕심은 포기하지 않았다. 좀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찍기 위해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신 단장은 “내년 4월을 목표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성남미디어센터 실버제작단 제작’이라고 하면 믿고 보는 작품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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