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사회 골든벨 퀴즈 열풍…지자체‧복지관 등서 잇따라 개최
노인사회 골든벨 퀴즈 열풍…지자체‧복지관 등서 잇따라 개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1.16 10:43
  • 호수 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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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미리 출제범위‧예상문제 알려줘… 정보전달 기능도

경기 시흥독서골든벨엔 80여명 참가… “재밌고 유익”

최근 IT, 금융, 교통안전 정보 등 각종 상식을 전달하기 위한 어르신 골든벨이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월 8일 경기 시흥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독서 골든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문제풀이에 열중하는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최근 IT, 금융, 교통안전 정보 등 각종 상식을 전달하기 위한 어르신 골든벨이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월 8일 경기 시흥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독서 골든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문제풀이에 열중하는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정삼각형 동생의 이름은?”

지난 11월 8일, 경기 시흥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된 ‘제4회 늠내골실버작은도서관 독서 골든벨’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정양섭(71), 원영덕(72) 어르신을 위한 마지막 문제가 출제됐다. 앞서 소설 ‘상록수’, ‘좁은 문’, ‘채식주의자’ 관련 문제를 모두 맞히며 순항한 두 어르신은 다소 허를 찌르는 문제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침착하게 답을 적어내려 간 두 어르신은 나란히 ‘정삼각’을 써서 들어올렸고 결국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원영덕 어르신은 “책도 읽고 명언도 배우고 골든벨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퀴즈쇼인 골든벨을 활용한 일명 어르신 골든벨이 노인들을 위한 대표 이벤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단순한 지식 대결이 아닌 정보 전달과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1석 2조의 효과도 거두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경북 안동시에선 ‘제1회 문해골든벨’을, 11월 14일엔 경기 군포시에서 ‘책사랑 골든벨’을 진행하는 등 꾸준히 개최되고 있다.

골든벨은 1999년 시작된 청소년 퀴즈쇼로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이 참여해 ‘화이트보드 정답판’에 답을 적어 50문제를 다 맞히면 우승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여년간 수많은 우승자를 배출하면서 ‘장학퀴즈’를 밀어내고 대표 청소년 퀴즈쇼로 자리잡았다.

청소년 골든벨이 지식 경연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르신 골든벨은 정보 전달에 더 의미를 둔다. 예를 들어 어르신들이 꼭 알아야 하는 지역정책이나 스마트폰 활용법, 교통안전 등 각종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교육한 후 이를 토대로 골든벨을 진행한다. 어르신들의 구미를 당기는 생필품, 건강식품을 상품으로 내걸어 교육 집중도와 흥미를 높였다.

어르신들이 독서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진행된 시흥 독서 골든벨에서는 책을 읽지 않는 어르신도 참여할 수 있게 예상문제를 제공했다. 단순히 책 관련 문제만 낸 것이 아니라 역사인물, 금융상식, 명언, 속담 등의 문제도 제공해 어르신들이 일반 상식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예상문제를 받은 어르신들이 해당 도서에 관심을 갖고 책을 빌려보도록 유도했고 실제 대출로도 이어졌다. 또 예상문제를 제공했다고 해서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다. 외워야 하는 문제가 수백개에 달해 밑줄까지 그어가며 꼼꼼히 공부한 어르신들이 많았다. 

남희자(67) 씨는 “김동인이 쓴 ‘운현궁의 봄’ 예상 문제를 보다가 책 내용이 궁금해 대출을 하게 됐다”면서 “순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유익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출제됐는데 단답형 주관식, 다지선 다형, OX퀴즈가 그것이다. 골든벨식 문제 풀이가 서툰 어르신들을 위한 연습문제 풀이 시간을 가졌는데 실수들이 속출했다. 문제를 보자마자 정답판에 답을 적는 대신 입으로 답을 말하거나, 숫자를 적어야 하는 다지선다형 문제에서 정답에 해당하는 답을 주관식으로 적기도 했다. 이런 작은 실수들로 인해 대회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됐다.

초반에는 비교적 쉬운 문제가 출제됐지만 5번부터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탈락자가 속출했다. 7번 문제 때 절반밖에 남지 않아 패자부활전이 진행됐다. 대결이 아닌 정보전달을 통한 화합이 목적이다 보니 이날 총 3차례의 패자부활전이 진행됐다. 그럴 때마다 탈락해서 자리를 뒤로 옮겨야 했던 어르신들이 앞으로 다시 나오는 과정을 반복했는데 한 어르신이 “퀴즈대회인지 알고 왔는데 운동회”라고 말하자 대회장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부활과 탈락을 반복하면서 하나둘 탈락자를 골라내던 대회는 31번째 문제에서 상위권의 명단이 확정됐다. ‘1904년에 일본과 맺은 것으로 일본군의 군사활동을 인정하고 고문정치가 시작된 이 조약은’이라는 문제에 정답을 ‘한일의정서’로 똑바로 적은 정양섭, 원영덕, 홍종숙, 김준길, 황은옥 어르신만 최후의 1인을 가리는 다음 관문에 진출했다. 다음 문제에서 단 둘만 살아 남은 정양섭, 원영덕 어르신은 6문제를 더 함께 풀어나갔고 결국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정양섭 어르신은 “평소 책을 많이 읽어서 이번 대회가 제시한 도서도 이미 읽은 상태였다”면서 “여생에 성경을 100번 읽는 것을 목표로 독서를 꾸준히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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