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광복 티셔츠’ 착용 이유로 일본 TV출연 취소 당해 논란
방탄소년단, ‘광복 티셔츠’ 착용 이유로 일본 TV출연 취소 당해 논란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11.16 13:28
  • 호수 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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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방송사가 한국 가수 방탄소년단(BTS)의 출연을 돌연 취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방송사는 출연 취소 사유로 과거 방탄소년단의 멤버 지민이 입었던 ‘광복 티셔츠’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취소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혔고, 수년 전의 일을 갑자기 문제 삼은 점 등을 두고 최근 ‘징용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일본이 보복성 조치를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11월 9일 일본의 TV 아사히 음악방송 ‘뮤직스테이션’ 생방송 출연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방송을 하루 앞두고 방송사측은 방탄소년단의 출연 연기를 공지했다.  

논란을 부른 티셔츠는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지난 3월 유튜브로 공개한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에서 착용한 것이다. 티셔츠는 한 국내 브랜드가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제품으로, 영상에서 2초간 노출됐다. 티셔츠 뒷면에는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과 원자폭탄 투하 사진이 인쇄돼 있고 애국심, 우리 역사, 해방, 한국 등의 단어가 영문으로 쓰여 있다. 

티셔츠 제작자가 역사에 좀 더 관심을 갖자는 의도에서 역사적 사실을 표현한 의상으로 ‘반일(일본에 반대함)’을 위해 제작된 티셔츠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본 방송과 극우 세력의 비난은 계속됐다. 

도쿄스포츠는 ‘한국, 방탄소년단의 비상식적인 원폭 티셔츠, 리더의 일본 비난 트윗’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으며,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일본 최고권위의 연말 가요축제인 ‘홍백가합전’에 방탄소년단을 초청하지 않았다. 또 극우 세력의 혐한(한국을 혐오함) 시위로도 이어져, 11월 13일 열린 방탄소년단의 도쿄돔 콘서트에 1인 혐한 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 이면에 정치 보복의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지난 10월 30일 고(故) 여운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는데, 이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와 극우 세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왔고, 여파가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 취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티셔츠 논란 속에도 방탄소년단의 일본 내 인기는 굳건한 모습이다. 일본 오리콘 차트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9번째 일본 싱글 앨범은 발매 5일차인 11월 11일 오리콘 데일리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도쿄돔을 시작으로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에서 펼쳐지는 일본 돔 투어 공연은 전석이 매진됐고, 13~14일 개최된 도쿄돔 공연에만 10만명의 관객이 동원됐다. 

도쿄돔 공연에 앞서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티셔츠 사태 등과 관련해 공식 사과문을 내놓았다. 빅히트는 사과문에서 “일본과 한국의 원폭피해자협회 관계자들을 접촉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설명 및 상처 받으셨을 수 있는 분들에 대한 사과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식 사과 덕분에 논란이 사그라드는 분위기라고 국내외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한편, 이번 논란은 한일 과거사 문제를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 취소 소식은 미국과 영국 등 외신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빌보드·CNN·BBC 등 외신들이 방송 취소 사유인 멤버 지민의 티셔츠 논란은 한일 양국의 오래된 정치·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한국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본이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막고, 극우 매체에서 이런 상황을 보도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본다”고 비판하고 “세계적인 언론에 이번 상황이 다 보도되면서, 오히려 전 세계의 젊은 팬들에게 ‘일본은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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