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강요하는 문화는 사라져야
화장 강요하는 문화는 사라져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1.16 13:38
  • 호수 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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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취재 차 중국에 간 적이 있다. 국내에서는 ‘연태고량주’로 더 유명한 연태지방을 4박5일의 일정으로 둘러봤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국가치고는 사람구경을 하기 조차 힘들었고, 중국인들이 한국인 못지않게 술을 잘 마시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것, 일명 ‘술부심’을 부려 놀랐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생각보다 화장을 안 하는 것도 신기했다.

식당이나 탐방 업체에서 만난 여직원들은 거의 대부분 화장을 안했다. 특히 여성 호텔리어(호텔직원)들이 기본적인 메이크업조차 하지 않는 점은 놀라웠다. 3곳의 호텔에 머물렀는데 단 한 명도 화장을 하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 한동안 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년 전 아내와 함께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갔는데 역시 호텔리어들은 화장을 하지 않고 있었다. 평일에 방문했고 아침부터 돌아다니느라 부득이하게 출근길 일본인들과 마주쳤는데 대부분의 여성들은 민낯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너무 궁금해서 1년간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온 아내에게 거기서도 그랬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우리나라처럼 많이 하지는 않고 특별한 날에만 하는 것 같다”였다. 이때부터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여자들이 화장을 하는 것은 ‘선택’인데 당연히 해야 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최근 한 식음료 프랜차이즈에 첫 출근한 아르바이트생이 머리카락이 짧고 화장을 안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점주는 면접 볼 때는 단발머리에 화장을 했던 아르바이트생이 다른 모습으로 출근해 용모가 단정치 못하단 이유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문제가 되자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나서서 직접 사과하며 마무리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엇갈렸다. 해고는 부당하지만 서비스업 종사자라면 화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가혹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서비스업종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에서도 여성들의 화장을 암암리에 강요한다. 대놓고 화장도 안 하고 출근하냐고 면박을 주는 상사도 많다. 언제부터 얼굴에 분을 칠하고 립스틱을 바르는 것이 용모단정의 기준이 된지는 모르겠다. 반대로 남자가 화장을 하면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다. 용모가 단정하다는 칭찬은커녕 남자가 무슨 화장이냐는 말과 함께 이상하게 쳐다보니 참 아이러니하다. 

화장을 하는데도 오래 걸리지만 지우는 것도 일이다. 매일 화장을 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피부 트러블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을 강요하는 분위기 때문에 매일 1~2시간을 불필요한 꾸미기에 허비한다. 앞서 밝혔듯 화장은 개인의 선택이다.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화장 안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자유지만 그것을 겉으로 표출하는 것은 하나의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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