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15) 비엔나 지나 슬로바키아로
[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15) 비엔나 지나 슬로바키아로
  • 문광수 여행가
  • 승인 2018.11.16 13:59
  • 호수 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들꽃 만발한 슬로바키아의 즈디아는 낙원에 온 듯한 느낌

음악의 도시 비엔나는 너무 많은 관광객들 때문에 어수선해 실망감

폴란드 국경 넘어 타트리산 한 바퀴 돌아…국경 언제 지났는지 모를 뻔

슬로바키아의 스키마을 즈디아. 눈이 오면 마을 전체가 스키장으로 변한다. 봄·여름엔 들꽃 천지로 변하는 데다 조용하고 평화로워 마치 낙원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슬로바키아의 스키마을 즈디아. 눈이 오면 마을 전체가 스키장으로 변한다. 봄·여름엔 들꽃 천지로 변하는 데다 조용하고 평화로워 마치 낙원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오스트리아는 유럽 중앙에 있는 내륙국가로, 13세기 말부터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하기 시작했다. 18세기 오스트리아 제국시대를 거쳐 1938년 독일에 합병됐으며 1945년 소련에 점령됐다가 1955년 독립주권을 회복한 영세중립국이다. 인구는 820만명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5만1733달러(2014년 기준)이다. 7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국토의 2/3가 동알프스의 산악지대이다. 

오스트리아는 겨울철 관광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아름다운 동알프스의 호수와 음악 및 역사의 도시 비엔나로 인해 찾는 관광객이 많아서다. 비엔나에는 수많은 음악학교와 아카데미가 문을 열고 있다. 1920년부터 시작된 잘츠부르크(Salzburg) 예술제, 헬브룬(Hellbrunn)축제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TV에서 많이 봐오던 거리와 유명한 고딕 양식의 슈테판 성당과 합스부르크의 여름 별궁 쇤브룬도 좋지만, 6개월 전에 예약해야 한다는 유럽 최고의 한국 식당을 방문하고 싶었다. 허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두 달여 동안 야생에 길든 탓일까, 복잡한 도심이 짜증스러워졌다. 비엔나는 어느 도시보다 깨끗할 줄 알았는데 지하철과 도심의 거리가 지저분하다. 그리고 돈벌이로 보이는 ​마차 행렬의 철거덕거리는 소리마저 따분하게 느껴졌다.

고전 음악의 고향, 품위 있는 중세도시에서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같은 고전 음악의 향기를 느끼고 싶은 기대감이 컸던 탓일까. 아쉬움을 안고 다시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이자 세계적인 음악의 도시 비엔나. 거리에서 관광객을 겨냥한 마차를 자주 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이자 세계적인 음악의 도시 비엔나. 거리에서 관광객을 겨냥한 마차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른 아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비엔나를 빠져나와 동유럽의 알프스라는 슬로바키아 타트리(Tatry)를 향해 비바람을 가르며 달려간다. 부슬부슬 내리던 빗줄기가 굵은 소나기로 바뀌었다. 2시간 정도 달리다 추위를 느껴 주유소에서 연료를 가득 채우고 뜨거운 커피로 추위를 녹여 본다. 얼마간 쉬어봐도 비가 그칠 것 같지 않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결국 온종일 장대비를 맞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타트리산맥의 한 가닥을 지나 루좀베로크의 작은 마을에서 비를 피했다. 시골 동네 한복판에 회전 교차로가 있고 마을회관같이 생긴 집에 ‘센트롬’이라고 쓰여 있다. 큰 느티나무 아래 나무로 만든 벤치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담소하고 있다. 정갈한 집들마다 창틀에 예쁜 꽃을 장식하고 있다. 

이 마을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하루 쉬어 가기로 했다. 마을 사람한테 펜션을 소개 받아 2층방에 투숙하게 되었다. 다른 투숙객은 없는 것 같다. 1층은 레스토랑이고, 2층에서 내려다보는 뒷집은 뜰이 넓고 뒷산으로 이어져 있다. 큰 나무 아래 텐트도 하나 쳐져 있다. 집주인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관심 있다는 눈빛으로 다가왔다.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큰 나무 아래 텐트는 심심해서 쳤다고 한다. 오토바이 시베리아 횡단 여행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몇  일이나 걸렸느냐?’ ‘위험한 일은 없었나’ 물었다. 그 노인은 당장이라도 오토바이 여행을 떠나고 싶은가 보다.  

슬로바키아와 폴란드​의 국경을 이루고 있는 타트리산맥은 동유럽의 알프스라 할 만큼 유럽의 주요 휴양지로 유명하다.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피서지로 유럽 사람들에 인기가 높아 사람들이 몰린다. 우리나라 여름 휴가철의 복잡한 설악동을 보는 듯하다. 타트리산을 가운데 두고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본다. EU 각국의 국경은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게 된다. 슬로바키아와 폴란드도 마찬가지로 지나칠 뻔했다. 마침 슬로바키아가 도로포장 공사를 하고 있어서 천천히 지나다가 EU 국기를 보고 국경임을 알게 된다. 

폴란드 제일의 휴양도시 자코파네(Zakopane)는 어떨까 궁금했다. 정말 대단했다. 유럽의 여느 관광지 못지않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좁은 길 양쪽으로 통나무집 카페, 기념품 상가, 호텔 등이 들어서 장관이다. 산속의 명동거리 같다고나 할까. 자코파네에서 묵으려고 했으나 너무 복잡해서 엄두가 나지 않아, 38km 떨어진 슬로바키아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스키마을 즈디아(Zdiar)로 향했다. 

스키장의 푸른 잔디와 양떼, 검푸른 산 벨리안스케 타트라스(Belianske Tatras)를 배경으로 오래된 이 마을은 무척 평화스럽고 들꽃 천지의 낙원 같은 동네다. 특히 펜션 주인이 이웃집 아저씨, 아주머니같이 정이 많다. 이번 여행을 통해 꼭 권하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슬로바키아의 즈디아다. 헤어질 때 펜션 주인의 가족이 모두 나와 같이 사진을 촬영했던 일과 다시 오라며 건넨 인사가 가슴에 남아 있다. 

글·사진=문광수 여행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