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취급 받던 ‘한국드라마’, 미국‧일본서 인기몰이
막장 취급 받던 ‘한국드라마’, 미국‧일본서 인기몰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1.16 14:12
  • 호수 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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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주원 주연 ‘굿닥터’, 미‧일서 나란히 리메이크해 높은 시청률 올려

막장 코드 걷어내고 의학‧추리 등 장르 드라마로 세계인 취향 맞춰

2013년 방영돼 큰 인기를 끈 주원 주연의 ‘굿닥터’(위 첫 번째)는 일본판(가운데)과 미국판으로도 각각 제작돼 큰 인기를 끌면서 ‘한드’가 미·일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2013년 방영돼 큰 인기를 끈 주원 주연의 ‘굿닥터’(위 첫 번째)는 일본판(가운데)과 미국판으로도 각각 제작돼 큰 인기를 끌면서 ‘한드’가 미·일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 2016년 세계적인 동영상 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는 ‘드라마월드’라는 신작 드라마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이 나라’ 드라마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젊은 미국 여성의 모험을 담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 극적인 전개와 더불어 ‘이 나라’ 드라마 특유의 설정을 비튼 참신한 아이디어로 호평 받았다. 같은 해 열린 서울국제드라마어워드를 비롯 LA웹페스트, 마르세이유 웹페스트 등 글로벌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여기서 ‘이 나라’는 ‘한국’이다. 한때 외국 드라마 베끼기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드라마, 일명 ‘한드’가 세계적인 콘텐츠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한드가 현재 세계 문화를 이끌고 있는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새로운 한류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이영애 주연의 ‘대장금’이 이란 등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큰 히트를 기록했지만 북미와 유럽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한드’가 한 단계 더 도약했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굿닥터’다. 지난 2013년 방송됐던 주원, 문채원 주연의 굿닥터는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리메이크돼 성공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미국 ABC에서 ‘더 굿 닥터’라는 이름으로 2017년 처음 방송됐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지난 13년 간 ABC 신작 드라마 중 최고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인기를 바탕으로 올 9월부터 시즌2가 방영됐고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7월에는 일본 후지TV에서도 굿닥터 일본판이 방영돼, 평균 시청률 12.4%를 기록하는 흥행 성적으로 일본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현재 시즌2 제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리메이크 드라마는 2004년 아사히TV에서 방영한 ‘호텔리어’를 시작으로, ‘미안하다 사랑한다’, ‘쩐의 전쟁’, ‘미남이시네요’ 등 모두 15편이다. 이중 굿닥터를 비롯 올해에만 ‘시그널’, ‘세븐데이즈’, ‘기억’ 등 4편이 일본판으로 탄생했다.

황선혜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비즈니스센터장은 “올해 리메이크된 한국 드라마들이 양적·질적인 성공을 모두 거두며 한일 콘텐츠 업계 간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좋은 작품성을 갖춘 우리 콘텐츠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한드’의 진화에서 비롯됐다. 이전 한국 드라마는 대가족 중심이거나,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등 이른바 ‘막장’ 코드가 많았다. 외국인들은 정서상 공감하기 힘든 점이 많아 해외 판매가 어려웠다. 포맷 수출이 예능 방송 중심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국적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흥미진진한 장르물들이 쏟아져 나오며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굿닥터와 같은 의학 드라마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소재로 쉽게 공감을 얻고 있다. 시그널과 비슷한 추리극은 미국과 일본에서 오랜 기간 강세를 보여온 장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제작 품질을 확보하자, 주요 수출 분야로 떠올랐다.

포맷 수출뿐만 아니라 완성작 판매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원작에 자막을 넣거나 현지 성우의 더빙을 입혀 방영하는 식이다. 이 또한 추리극 중심의 장르물이 주로 판매되고 있다. 한국 채널 가운데 장르물 드라마를 가장 많이 선보이고 있는 케이블 채널 OCN의 작품들이 이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방영된 ‘터널’ ‘보이스’ ‘듀얼’ 등은 모두 넷플릭스를 통해 미국 프랑스 벨기에 등에 판매됐다. 넷플릭스에 작품을 판매할 땐 넷플릭스가 진출한 190개국 전부가 아니라 일부 지역을 특정할 수도 있다. 이 작품 판매는 장르물 수요가 큰 지역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지상파 3사도 지난해 미주지역에 ‘코리아 콘텐츠 플랫폼’(KCP)을 설립하고 한류 콘텐츠 서비스인 ‘코코와’를 내세워 공략에 나서고 있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지상파 3사의 모든 콘텐츠를 가장 빠르게 방영하고 고화질 영상과 프리미엄 자막을 제공하면서 1년만에 6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가입자의 90%가 교민이 아닌 외국인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에 KCP는 미국 최대 케이블 업체 ‘컴캐스트’와 손잡고 오는 11월부터 콘텐츠를 제공한다. 3000만 미국 일반 가정에 지상파 3사의 드라마, 예능, K-POP 프로그램을 VOD로 제공할 예정이다.

KCP 관계자는 “컴캐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미국 가정 안방 TV에 한국 드라마를 소개해 한류의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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