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등에 물렸을 때 응급처치… 흐르는 물에 상처 씻고 응급실로
애완동물 등에 물렸을 때 응급처치… 흐르는 물에 상처 씻고 응급실로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11.16 14:19
  • 호수 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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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이영주기자]

개‧고양이에 물리는 경우 많아… 상처 깊은 경우 항생제, 백신 치료 필요

사람에 의한 교상도 빈발… 아기들 손가락 빨다 깨물려 상처입기도 

서울에 사는 김모(69) 어르신은 얼마 전 반려견을 목욕시키다가 반려견에게 손을 세게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개의 이빨 자국이 선명하고 살이 파였지만 김 어르신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를 본 자녀들이 감염이 우려된다며 병원에 갈 것을 권했고, 응급실을 방문한 김 어르신은 상처를 치료하고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았다. 

김 어르신과 같이 동물에 물려서 생긴 상처를 ‘교상’이라고 한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개나 고양이에 물리는 교상의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는 정확한 통계가 없으나, 미국에서는 매년 200만명 이상의 환자가 동물한테 물려 응급실을 찾는다는 보고가 있다. 

교상 직후 감염되지 않도록 조치하지 않으면 패혈증, 파상풍, 광견병 등과 같은 전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때로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동물에게 물린 경우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며, 평소 응급처치요령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교상 발생 시 응급처치법

동물에게 물려 상처가 났다면 가장 먼저 흐르는 물에 상처를 깨끗이 씻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초기에 세균 감염을 예방하거나 치료를 해야 하므로, 소독약을 사용해 소독하는 것보다는 상처를 깨끗이 씻어 상처의 균수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병원에서의 교상 치료는 크게 상처 관리 및 치료, 항생제 치료, 백신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의사는 먼저 상처를 통해 신경, 근육 또는 인대 등의 연부조직이 다쳤는지 확인한다. 이후, 수차례 세척을 통해 세균의 수를 줄이고, 지연성 봉합이나 소독 치료 등을 진행한다.

교상에 의한 상처는 외상 직후 꿰매지 않고 열어둔 상태로 소독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구강 내 존재하면서 감염을 일으키는 균들 중 많은 수가 산소가 없으면 더 활개를 치는 ‘혐기균’이기 때문이다. 즉, 상처를 서둘러 꿰맬 경우 악화될 수 있다. 다만, 상처가 깊지 않거나 미용적으로 흉터가 많이 걱정될 경우에는 여러번 세척 후 바로 봉합을 시행하기도 한다. 

항생제 치료는 깊은 상처인 경우에 감염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실시되며, 보통 3~5일 동안 지속한다. 마지막으로 백신 치료는 교상을 통해 파상풍, 광견병, B형 간염 등의 전파가 우려되는 경우 실시하게 된다. 

◇동물별 교상치료법

교상은 상처를 낸 주체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교상 중에는 개에 의한 상처가 가장 많다. 이어 고양이, 사람에 물린 사고도 빈발한다. 

개에 의한 교상의 경우, 상처 부위를 꾸준히 관리하고 항생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또한 환자의 이전 백신 접종력을 고려해 파상풍 및 광견병 백신을 주사한다. 단, 환자가 본인의 접종력을 모두 파악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상처를 입은 직후 응급실을 방문해 진료받은 후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양이에 의한 교상은 개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고양이는 개보다 좀 더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어 피부 조직이나 관절을 좀 더 쉽게 뚫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고양이에게 물렸을 때의 감염률은 개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고양이 교상은 피부 상처가 작아서 초기에 치료를 받지 않다가 상처를 키우는 경우가 많으므로, 고양이에게 물렸다면 즉각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좋다. 고양이 교상 역시 상처가 깊으면 항생제와 백신 치료를 받게 된다.

인간에 의한 교상은 싸움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뿐만 아니라 뜻하지 않게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아기들이 손가락을 빨다가 손가락에 생긴 손톱 주위 염증도 넓은 의미의 교상에 포함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성행위 도중 입이나 가슴, 성기 등에도 인간 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아이들끼리 뛰어놀다가 친구의 치아에 찍혀 교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인간 교상의 치료방법도 일반적인 교상 치료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싸움 중 손가락 관절에 교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별도로 주의가 필요하다. 주먹으로 구강 쪽을 때리다 치아에 찍혀 손가락 관절 쪽에 교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 경우 관절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차는 ‘화농성 관절염’이나 골수에 세균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는 ‘골수염’ 등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손의 기능이 저하됨은 물론, 심하면 절단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싸움 과정에서 치아에 의해 상처를 입었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전문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남상현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교상 중 대표적인 것이 개와 인간에 의한 교상이지만 이외에도 고양이, 토끼, 너구리같은 동물에 의한 교상도 발생할 수 있다”며 “교상은 전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교상별로 상이한 접근이 필요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반드시 응급실을 방문해 전문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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