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 일본 ‘위안부 합의 파기’ 반발
정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 일본 ‘위안부 합의 파기’ 반발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11.23 11:18
  • 호수 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세워진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된다. 여성가족부는 11월 21일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재단 설립일(2016년 7월 28일)로부터 2년 4개월만이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이 ‘한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한다’는 약속에 따라 2016년 7월 설립됐다. 당시 일본이 내놓은 기금은 10억엔(약 103억원)이다. 재단은 생존 피해자 및 유족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임무를 맡았고, 지금까지 생존 피해자 34명, 사망자 58명(유족 수령)에게 총 44억원의 상처치유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위안부 합의와 재단 설립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고, 피해자들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기금 출연만 성급히 이뤄지면서 피해자는 물론이고 국민들이 크게 분노한 것이다. 이에 재단 설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재단의 해산과 일본 출연금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은 국제사회에서도 이어졌다. 유엔 강제적실종위원회는 19일(현지 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을 것을 영구화시키고, 피해자들이 정의와 배상, 재발 방지를 보장받을 권리, 그리고 진실을 알 권리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사실 관계와 정보를 더 신속하게 조사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실 이번 조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예고된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 정부 출범 후에는 ‘외교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가 꾸려져 위안부 합의 타결 경위를 검토해 왔다. 

해산 결정이 전해지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어르신들의 쉼터인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 측은 환영의 뜻을 전했다.

나눔의집은 논평을 통해 “피해자를 철저히 배제한 한일 정부가 정치적 야합으로 발족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소식에 나눔의집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 모두 기뻐했지만, 일본이 보내온 10억엔 처리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며 “피해자들 요구대로 일본이 보내온 10억엔의 조속한 반환을 바라며 이를 바탕으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안을 파기 또는 무효로 하는데 정부가 힘써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나눔의집에 따르면, 이옥선(91) 어르신은 “일본의 돈을 받아 재단을 설립한 것은 이전 정부가 할머니들을 도로 팔아먹은 것과 같다. 이제라도 해체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일출(90)·박옥선(94) 어르신 등도 “일본의 사죄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힘써 주었으면 좋겠다”며 “일본이 보낸 돈 10억엔도 하루빨리 돌려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재단 해산 소식에 일본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1일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제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며 “한국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책임 있는 대응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 정부는 재단 해산에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반응에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예상한 반응”이라며 “대한민국이 전 세계 평화를 구축하는 어떤 미래적인 입장을 만들어 낼 건가에 집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재단이 완전히 해산되려면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여가부는 전망했다. 당면 과제는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의 처리다. 일본이 10억엔을 돌려받는 방안은 거부하고 있어 일본과의 협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위안부 기념사업에 쓰는 등 다른 방향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여가부는 재단 잔여기금 57억8000만원과 일본 출연금을 대체하기 위해 지난 7월 정부 예산으로 편성한 양성평등기금 사업비 103억원을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처리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