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길 대한노인회 경기 시흥시지회장 “경로당 회장·분회장들 권위 의식 버리고 회원 행복하게 해줘야”
유태길 대한노인회 경기 시흥시지회장 “경로당 회장·분회장들 권위 의식 버리고 회원 행복하게 해줘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11.23 11:26
  • 호수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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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한궁 가장 먼저 보급…도연합회 5연패 비롯 전국대회에서 발군의 실력

6년여 지회장하며 그라운드골프장·노인대학 설립, 프로그램 최다 도입

대한노인회 경기 시흥시지회의 지회장실은 흡사 전시관을 방불케 한다. 각종 지회 행사 사진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한궁, 안마의자 등 운동·건강보조기구가 곳곳에 눈에 띈다. 지회장 자리에는 삼태기·지게·메꾸리 등 축소된 모형의 옛날 생활용품들이 가득하다. 모두 짚풀로 만들었다. 유태길(85) 경기 시흥시지회장은 “전통생활풍습을 잘 모르는 젊은 사람들에게 이런 것도 있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경로당 회장들에게 부탁해 만들어놓았다”고 말했다. 

유 지회장이 옛것에 대한 애착이 많은 건 집안 내력과 닿아 있다. 그의 18대 선조가 1506년 박원종과 함께 연산군을 몰아낸 유순정(1459~1512년)이다. 유순정은 문인이었지만 활쏘기에 능했으며 경오왜변(1510년) 당시 도체찰사가 돼 병사를 총괄하고 ‘삼포의 난’을 평정하기도 했다. 후에 우의정, 영의정을 지냈다. 그런 가문의 영향 때문일까. 유 지회장도 자랑스런 군인의 길을 걸었다. 지회장의 DNA(유전자)에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애국충정의 정신이 깊이 뿌리박혀 있는 듯하다. 

지난 11월 말, 시흥시 장현능곡로에 위치한 지회장실에서 만나 연임의 성과와 지회운영 소신 등을 들었다.

-옛 생활도구들이 흥미롭다.

“짚신은 많이 봤겠지만 이 신은 처음 볼지도 모르겠다. 슬리퍼 짚신이다. 이건 흙이나 곡식을 나르던 삼태기이고….”

-한궁 등 운동·건강보조기구가 한 가득이다.

“우리가 전국에서 한궁을 (전체 경로당에)가장 먼저 보급하지 않았나 싶다. 한궁 실력도 전국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도연합회에서 5연패했고 작년 전국한궁대회에서도 우승해 100만원의 상금과 우승컵을 가져오기도 했다.”

-다기능운동기구는 처음 본다.

“안마 기능까지 갖춘 기구여서 회원들 사이에 인기가 좋다. 안마의자를 미처 넣지 못한 경로당에 이 기구를 보급하고 있다. 그리고 공기청정기도 다 들어가 있다.”

유태길 지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한궁을 배경으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 네번째가 김진미 사무국장.
유태길 지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한궁을 배경으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 네번째가 김진미 사무국장.

유 지회장은 이어 “시장이나 복지과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경로당 현안들이 대부분 해결돼 문제가 별로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노인 공경심이 크고 자상하다는 말을 듣는다. 올해 노인의 날 기념식(10월 2일)에서 김태경 시의회 의장 등과 연단에 올라 큰절을 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시흥시는 어떤 도시인가.

“시흥군이 원래는 광범위했지만 부천, 광명 등지로 일부가 편입되면서 따로 남은 농촌지역이 개발돼 시흥시가 됐다. 구석기 시대 이 자리는 해변이었다. 섬 전체가 패총인 오이도가 그걸 증명한다. 우리 시는 공기가 맑고 편안한 느낌을 주어 노인이 살기 좋은 지역이다.”

-경로당 현황은.

“18개 분회, 267개 경로당이 있다. 시흥시 전체 인구는 43만여명이고 노인은 3만4000여명이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8300여명이다. 아파트 경로당과 자연부락 경로당이 반반씩으로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의 경로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설이 괜찮은 편이다. 새로 지은 아파트 경로당은 널찍하고 깨끗하다.”

유 지회장은 “서울·광명에 살던 이들이 이곳의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경로당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며 “교장과 군·경찰 출신, 기업 임원을 지낸 분들이 경로당 회장이 되면서 수준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경로당 운영비는 어떤가.

“한달 58만원 선으로 경기연합회에서 중상에 속한다.”

-시흥시지회만의 경로당 운영이라면.

“공동체프로그램이라는 게 있다. 경로당에서 텃밭을 경작하거나 옛날음식을 해먹거나 회원들이 다 함께 지역의 환경정화에 나서면 시에서 10만원씩 보조를 해준다.”  

-옛날음식이라고.

“가령 팥죽 같은 걸 쒀 경로당 회원들이 다함께 먹는 걸 말한다.”

-경로당에서 장학금도 전달한다고.

“시흥에 20여개 중학교가 있다. 경로당에서 2만원씩 모은 성금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중학생 20여명에게 전달한다. 생활이 어려운 학생 중 교장의 추천을 받아 선정한다. 1·3세대 융합과 노인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해마다 해오고 있다.”

유 지회장은 “그밖에도 경로당마다 따로 성금을 모아 장학금을 주고 있다. 총회 때 장학금 전달식을 하는데 지회 장학생 20명 등 총 50명이 장학금을 받는다. 그날 행사장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열기도 뜨겁다. 경로당 장학금은 회장의 위상을 고려해 경로당 회장이 직접 학생에게 전달한다. 우수 경로당에 상패와 상금(30만원)을 전달하는 시상식도 그 자리에서 한다.”

-우수 경로당은 무언가.

“운영을 잘 하는 경로당에 인센티브를 주어 경로당활성화의 동력을 얻는다. 회원 수가 늘고 프로그램이 잘 돌고 경로당 돌보미가 들어가는 경로당이 선정 기준이다. 분회장의 추천을 받은 경로당을 부지회장 4명이 직접 다니며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경기 시흥 출신의 유 지회장은 군 생활을 오래 했다. 육군 대위로 전역 후 단위농협 창설에 참여해 참사를 지냈다. 경로당 회장(4년), 분회장을 거쳐 2012년 지회장 선거에서 나서 압승했다. 2016년 4월 지회장 유임 찬반투표에서 과반수가 넘는 찬성표를 얻어 연임됐다. 대한민국 6·25참전유공자회 시흥시 자문위원으로 있다. 경기연합회 부회장이다. 

-참전유공자회라면 전장에서 부상을 입었는지.

“그런 일은 없었다. 6·25 때 포병소위로 백마고지에 참전했다. 포병은 원래 후방에 있다. 뒤에서 포만 쏘고 직접 총탄에 노출되지 않아 비교적 희생이 적다. 더욱이 지휘소대장을 맡아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노인회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서울을 오가며 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 무렵 계수7동 경로당 회장이 병으로 사망했다. 주민들이 저에게 경로당을 맡아 달라고 부탁해왔다. 나중에 대하동 분회장도 같이 했다.”

-2012년 지회장 선거 분위기는 어땠나.

“3명의 후보가 나와 선거운동이 치열했다.”

유 지회장은 당선의 비결에 대해 “농협에 오래 있었고 시흥에서 대대로 살아온 탓에 인지도가 높았다”고 답했다.

-6년여 지회장을 하면서 성과는.

“첫 번째가 최소 1억원 이상 들어가는 그라운드골프장 두 곳(정왕동, 능곡)을 만들었다. 그리고 종합복지관, 교회에도 있다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던 노인대학을 시장을 설득해 세웠다. 마지막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프로그램(60~70개)을 경로당에 보급했다고 생각한다.”  

-지회 운영 소신이라면.

“저를 비롯해 경로당 회장, 분회장 모두가 권위의식을 갖지 말고 회원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는 경로당을 만들자, 이것이 지회 운영의 핵심이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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