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물의 황제로 자리잡은 ‘좀비’
공포물의 황제로 자리잡은 ‘좀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1.23 13:23
  • 호수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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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 미라, 처녀귀신, 그리고 흡혈귀까지. ‘한때’ 영화관과 안방극장을 비명으로 채웠던 공포의 대상들이다. 더 이상 관련 콘텐츠가 활발히 제작되지 않을 정도로 이제는 한물간 존재들이지만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이들이 등장할 때마다 움츠러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처녀귀신은 코미디의 소재로 눈길을 돌렸고 흡혈귀는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전직했다.  

이들을 완전히 뒷방으로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좀비’다. 좀비는 부두교의 전설에 나오는 주술에 의해 움직이는 시체를 부르는 말로 공포영화의 거장 조지 로메로의 1969년 작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의 개봉 이후 공포 영화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등장 직후부터 좀비가 공포영화계 지분을 단숨에 장악한 건 아니었다. 호러 장르 자체가 B급 요소가 강하기에 영화계 중심이 아닌 변두리에서 주로 제작됐고 화제성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단, 기존 공포 대상들이 식상해져서 주춤한 반면 좀비물은 꾸준히 성장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관련 영화들을 제작하면서 서서히 중심으로 이동했다. 게임업계에서도 주요 소재로 활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중박’을 터트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좀비는 다른 공포 대상보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두렵다. ‘다구리(뭇매의 은어)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좀비는 그야말로 물량으로 공포심을 유발한다. 보통 영화 속 귀신이나 살인마는 많아야 2~3명에 불과하다. 반면 좀비물에서는 사람이 물리면 바로 좀비가 되기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 후반부에서 ‘사단급’이 달려드는 공포와 조우하게 된다. 

또 좀비는 ‘대화’가 통화지도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동기도 없다. 보통 공포의 대상은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가 있다. 이 원인을 제거해주면 극중 주인공은 살인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반면 좀비는 맹목적으로 사람을 죽이려 들기 때문에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 삼십육계 줄행랑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2007년 윌 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로 예열을 시작한 좀비물은 2013년 ‘월드워Z’가 세계적으로 흥행을 거두면서 전성시대를 꽃피웠다. 월드스타 브래드 피트를 내세운 이 작품은 막대한 예산과 첨단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압도적인 모습의 좀비떼를 등장 시켜 극장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의 오금이 저리게 만들었다. 좀비 청정 지역이었던 한국영화계에도 2016년 개봉한 ‘부산행’이 1150만명을 동원하는 초대박을 기록한 후 좀비물 붐이 일고 있다. 지난달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창궐’이 개봉한데 이어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등도 방영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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