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여행지서 ‘한 달 살기’ 인기…바쁘게 움직이는 대신 오래 머물며 흠뻑 체험하기
국내외 여행지서 ‘한 달 살기’ 인기…바쁘게 움직이는 대신 오래 머물며 흠뻑 체험하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1.23 14:11
  • 호수 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양대 인터넷 포털서 600여개 관련 카페 개설… 숙박비 등 정보 교환

국내 여행지론 제주도 인기… 4인 기준 200만~500만원이면 생활 가능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태국 치앙마이 등서 단기 여행이 아닌 한 달 이상 머무르며 깊이 있는 체험을 하는 일명 '한 달 살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한 달 살기를 소재로 11월 30일 방송을 시작한 KBS ‘잠시만 빌리지’의 한 장면.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태국 치앙마이 등서 단기 여행이 아닌 한 달 이상 머무르며 깊이 있는 체험을 하는 일명 '한 달 살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한 달 살기를 소재로 11월 30일 방송을 시작한 KBS ‘잠시만 빌리지’의 한 장면.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김민국(64) 씨는 아내와 함께 내년 초 태국 치앙마이로 여행을 떠나 그곳에 한 달 간 머물 예정이다. 은퇴자금으로 한국에서 여생을 보내기 어렵다고 생각한 김 씨는 물가가 싼 동남아시아 국가로 이민을 계획한 후 사전 답사 차원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다. 김 씨는 “몰려드는 은퇴자들로 관련 시설을 잘 갖춘 치앙마이와 여유롭게 휴양을 즐길 수 있는 나트랑에서 살아본 후 이주할 나라를 최종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낯선 여행지에 장기간 머무르며 겉핥기식이 아닌 깊이 있는 여행을 즐기는 일명 ‘한 달 살기’ 열풍이 20~30대를 넘어 전세대로 확산되고 있다. ‘한 달 살기’는 과거 고소득자 등 일부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최근 들어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보편적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11월 21일 현재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에 ‘한 달 살기’라는 명칭이 들어간 온라인 카페 숫자는 600여개에 달한다. 이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숙박시설과 체류비용 등 다양한 정보가 오가고 있다. 

또 지난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조록환 박사가 전국의 20~6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시골이나 농촌의 임대형 숙박시설에서 장기체류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조사에 74.9%가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예전에는 가정주부가 교육 목적으로 자녀와 함께 ‘한 달 살기’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며 자아도 성찰하고 새로운 문화도 경험하려는 여행객들의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가 가장 인기다. 바다, 맑은 공기, 육지에서 못 보는 이국적 야자수와 제주 돌담 등 자연 환경과 비행기로 1시간이면 이동 가능한 점 때문에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숙박비, 항공료, 교통비, 외식비 등 4인 가족 기준 한 달 체류비가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 드는데 육지에서도 최소 한 달 생활비가 4인 기준 200여만원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큰 금액은 아니어서 시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효리네 민박’, ‘강식당’, ‘제주에서 살아보기’ 등 TV프로그램의 성공도 한몫했다. 

해외에서 한 달 살기는 주로 20~30대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은퇴 후 해외이민을 결심하는 고령자들도 합세하는 추세다. 물가가 비싼 런던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보다는 주로 동유럽이나 동남아의 도시나 읍 단위 정도의 소도시로 가는 여행객들이 많다. 물가가 싼 체코의 프라하나 태국 치앙마이가 대표적이다. 

보통 해외 한 달 살기에 도전하는 시기는 10월과 11월이 가장 많다. 전 세계적으로 방학 등이 있어서 해외여행객이 넘치는 7‧8월에 비해 10‧11월이 비수기이기 때문에 숙소 값이나 비행기 값이 싸다. 

온라인 숙박 공유사이트인 에어비엔비의 등장도 한몫했다. 에어비앤비 숙소는 호텔에 비해 저렴하고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비해 한 달 이상 장기 숙박 공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또한 에어비엔비는 가정집이 많기 때문에 주방을 이용할 수 있는 숙소를 구하기 쉬운 이유도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담은 방송도 방영을 앞두고 있다. 11월 30일 첫방을 앞둔 KBS ‘잠시만 빌리지’는 매일 똑같은 집과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아이와 함께 외국의 도시로 떠나 한 달 간 느긋하게 살아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타리스트 조정치와 가수 정인 부부, 아나운서 박지윤과 최다인 모녀, 치과의사 겸 방송인 김형규과 그의 아들 김민재 등 세 가족들의 제각기 다른 ‘살아보기’ 방식을 보여줄 예정이다.

조정치·정인 부부는 아기를 키우는 부부가 거주하기 좋은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로 향한다. 박지윤은 9살 딸 최다인과 함께 핀란드 헬싱키에 머물면서 현지의 중고품 시장과 더불어 어린이를 위한 아트클래스 등을 직접 체험해 본다. 김형규와 김민재 부자는 한 달 살기의 성지로 떠오른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나 여행객들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담아낼 예정이다.

제작 관계자는 “바쁘게 여행하는데 급급하지 않고 요리를 해서 이웃 주민과 나눠먹는 등 낯선 곳에서 평소보다 느리게 생활하며 일상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오감만족 체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