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내년부터 연명의료 중단하는 길 넓어진다
복지부, 내년부터 연명의료 중단하는 길 넓어진다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8.11.30 10:40
  • 호수 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자의 뜻 모를 때 ‘배우자·부모·자식 동의’만으로 가능

[백세시대=조종도기자]

내년 3월 28일부터…복지부, 중단 시술도 추가 검토

연명의료 중단 2만명 넘어…사전의향서 8만명 돌파

내년 3월 28일부터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진다. 

그동안 연명의료 중단을 위해 가족동의를 받아야 하는 경우 만 19세 이상 직계가족 전원의 동의가 필요했는데, 이를 간소화해 배우자와 부모·자녀 등 1촌 이내의 직계 존·비속으로 가족의 범위를 좁혔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의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지난 11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2019년 3월 28일부터 시행된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회복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다음 네 가지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첫째, 건강할 때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는 방법이다. 

둘째,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이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판단함에 따라 그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다. 셋째는 ‘평소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가족 2인 이상이 진술한 경우이고, 넷째는 환자가 건강할 때 자신의 뜻을 남기지 않았지만 가족 전원이 동의한 경우이다.

이 가운데 ‘가족 전원 동의’ 규정은 현실과 맞지 않고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예컨대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의 동의로 된 현행 규정에 따라 90대 고령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배우자와 자녀는 물론이고 손주·증손주 등 모든 직계혈족과 연락해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은 “환자가 건강할 때 자신의 뜻을 남기지 못한 경우 동의가 필요한 가족이 증손자까지 수십명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모든 직계혈족에게 연명의료 중단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복지부는 이처럼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합의가 필요한 환자 가족의 범위를 줄이는 것과 함께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도 훨씬 확대해 내년부터 시행을 검토 중이다.

현재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는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존 기간만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뿐이다.

복지부는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를 대통령령으로 정해 임종기에 접어든 말기 환자의 무의미한 생명만 연장할 뿐인 각종 의료시술을 중단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복지부가 현재 검토 중인 연명의료 중단 대상은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행해지는 체외생명유지술(심장이나 폐순환 장치), 승압제(혈압 높이는 약) 투여, 수혈 등의 의학적 시술이다. 

한편 올해 2월부터 이른바 ‘존엄사법’(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된 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한 환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지난 10월 3일 현재 2만742명이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8개월 만이다.

유형별로 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해뒀다가 실제로 회복 불가능 상황이 닥쳐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154명(0.7%)이다. 또 연명의료계획서를 써서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6836명(33%)이었다.

환자의 의향을 확인하기 어렵게 된 환자 중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로 중단한 경우는 6224명(30%)이었고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로 중단한 경우는 7528명(36.3%)였다. 

이처럼 연명의료를 중단해 웰다잉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사전의향서를 작성하는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 11월 28일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8만4120명,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는 1만2876명이다.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장은 “실제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 가운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가 적은 것은 아직 건강한 상태에서 사전의향서가 작성됐기 때문”이라면서 “죽음을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로 받아들이고 사전의향서 작성에 적극 참여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종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