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독자기고] 노인이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하다
[백세시대 / 독자기고] 노인이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하다
  • 김학록 수필가 / 경기 남양주시
  • 승인 2018.11.30 11:16
  • 호수 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학록 수필가 / 경기 남양주시]

요즘 노인들이 모이는 행사장에 가보면 정치인이나 지역기관장들이 참석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국가가 어려울 때 어르신들의 희생과 노력이 오늘날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했고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든 초석이 됐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치켜세운다. 맞는 말이다. 어르신들이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 호국전선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웠고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젊음을 바쳤다. 그러나 그들이 늙고 병든 지금 국가는 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답하고 있는가? 

어르신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정부도 경제대국이라 자랑하기 전에 빈곤에 허덕이는 노인들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주변에 많은 노인들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매년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무공수훈자와 6.25참전용사들에게 실질적으로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수당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이 직접 나서서 절박한 현실을 개선해달라고 간절히 청원했지만 돌아온 것은 수당 1만원 인상이었다. 겨우 그 정도 해주고 생색내면서 참전용사들의 자존심에 상처만 주고 있다. 일반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각종 연금에도 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정부는 항상 어려운 국가 재정을 말하지만 최근 방위산업과 해외자원개발과정에서 빚어진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리와 예산낭비를 생각할 때 과연 노인복지가 예산부족이나 효율의 문제인지 아니면 의지와 정책의 문제인지를 분명히 가려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48.6%에 이른다.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2위인 스위스(24%)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5% 안팎의 빈곤율을 보이는 프랑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유럽 선진국보다는 10배가 높다. 가족부양을 받지 못한 채 가난과 고독 질병에 시달리는 독거노인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100세시대 운운하지만 생명연장이 개인에게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고령화 문제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국가 현안이다. 더 늦기 전에 노인 스스로 경제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오히려 사회적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노인들은 한국사회 발전을 이끈 주인공들로 행복한 노후를 즐길 자격이 충분하다. 그럼에도 연금 등 사회적 자본을 흠집 내는 부정적 존재로 몰아가는 듯한 사회 일각의 시각은 부당하며 유감스런 일이다. 

국가가 어르신들을 소홀히 대하는 것은 배은망덕(背恩忘德)한 불효나 마찬가지다. 복지는 국가의 의무고 국민의 권리다. 노인이 행복해야 국가도 가정도 행복해진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