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사리
양산 사명암 돌확에
옥수가 흘러넘치고 있었네
아, 물에도
사리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
우리나라 3대 사찰은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 양산 통도사이다. 합천 해인사에 딸려있는 암자는 수십 개인데, 그 중 몇 개를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사명암에 들렀다. 다른 절들과 달리 이 암자 앞마당에는 돌확을 두고 철철 흘러내리는 샘물을 마실 수 있게 해놓았다. 나는 목이 말랐고 물을 떠 마시려는 순간, 물 위에 옥구슬처럼 생긴 물방울들이 동동 떠다니다 금세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에 이 옥구슬들이 무얼까 너무나 신기해 차마 물을 흩뜨러 버릴 수조차 없었다. 마치 신선한 커피를 갈아 드립을 할 때 금세 나타났다 사라져버리는 기름방울 같았다.
아, 나는 물에도 사리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얼마나 오래 심신을 갈고 닦아야 저렇게 맑고 투명한 사리를 얻을 수 있을까.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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