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물의 사리
[디카시 산책]물의 사리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8.11.30 11:28
  • 호수 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물의 사리

양산 사명암 돌확에 

옥수가 흘러넘치고 있었네

 

아, 물에도 

사리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


우리나라 3대 사찰은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 양산 통도사이다. 합천 해인사에 딸려있는 암자는 수십 개인데, 그 중 몇 개를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사명암에 들렀다. 다른 절들과 달리 이 암자 앞마당에는 돌확을 두고 철철 흘러내리는 샘물을 마실 수 있게 해놓았다. 나는 목이 말랐고 물을 떠 마시려는 순간, 물 위에 옥구슬처럼 생긴 물방울들이 동동 떠다니다 금세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에 이 옥구슬들이 무얼까 너무나 신기해 차마 물을 흩뜨러 버릴 수조차 없었다. 마치 신선한 커피를 갈아 드립을 할 때 금세 나타났다 사라져버리는 기름방울 같았다. 

아, 나는 물에도 사리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얼마나 오래 심신을 갈고 닦아야 저렇게 맑고 투명한 사리를 얻을 수 있을까.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