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생애주기에 장년기(長年期) 설정을 제안한다
[백세시대 / 금요칼럼] 생애주기에 장년기(長年期) 설정을 제안한다
  • 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8.11.30 11:30
  • 호수 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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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평균수명‧건강수명이 연장되고 

더 오래 일해야 하는 시대에

60‧70대를 노년에 포함시켜

능력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건

비과학적이고 불합리

생애주기는 ‘출생에서 사망까지 일생의 발달 단계’를 말하고 일반적으로 연령으로 구분된다. 생애 기간 전체가 계속 연장되면서 사회 속에서의 개인의 역할과 관계 등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생애주기가 계속 같은 단계로 구성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현재까지 가장 일반화된 생애주기 8단계는 평균수명이 65세 정도였던 1950년대 초반 미국사회에서 생겨난 것이다. 즉 (1) 영아기(0-2세), (2) 유아기(2-4세), (3) 학령전기(4-6세), (4) 학령기(6-12세), (5) 청소년기(12-18세), (6) 청년기(18-40세), (7) 중년기(40-65세), (8) 노년기(65세 이상)로 구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평균수명의 연장은 사실상 노년기의 연장이나 다름없이 인식되고 있다. 65세는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공통적인 퇴직연령이자 노령연금 수급연령임과 동시에 노인 연령으로 인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실제 퇴직연령, 공적 노령연금(국민연금) 수급연령, 노인 규정 최소연령이 일치하지 못하고 있으며, 의식적으로는 70세 이상을 노인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이지만 퇴직과 연계하면 노인은 현실적으로 60세부터 시작되고 있다.        

21세기 미래사회는 지식정보화사회로, 100세까지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 고령화사회로 계속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생애주기는 전통적 산업사회의 8단계 모델에서 벗어나 9단계 모델로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전통적 중년기 40-65세의 기간을 40-60세로 단축하고, 60-80세(정확히 60세에서 79세까지)를 ‘장년기(長年期)’라는 이름으로 별도로 설정하고 노년기는 80세부터로 하자는 것이다. 

장년(長年)은 한문의 ‘壯年’(일생 중 가장 기운이 왕성한 30-40세 안팎 나이 해당자)이 아니라 ‘어른’이라는 의미이다. 어른은 단순히 나이만 많은 것이 아니라 인격적 품위, 지혜와 현명함을 지니고 사물을 잘 판단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같이 가진다. 물론 80세 이상의 노인들도 어른이 되어야 하지만 특히 60-80세 사람들은 사회적인 활동(일이나 사회공헌)을 계속 하면서 어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에서 長年이라는 명칭을 붙이려는 것이다. 21세기 고령화사회의 생애주기에서 장년기를 새로 포함하는 9단계 모델을 제안하는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이 연장되기 때문이다. 2018년 현재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은 남자 약 80세, 여자 약 86세인데 2065년에는 남자 약 88세, 여자 약 92세가 되어 100세까지 생존 가능성이 계속 커질 것이다. 평균수명 연장과 더불어 건강 평균수명(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둘째, 60세 이후 연령 집단을 특성별로 구분하기 위해서이다. 평균수명 연장에도 불구하고  노인을 60세 또는 65세 이상 전체를 한 연령집단으로 묶어 생각하는 것은 건강 특성과 더불어 다른 개인적 특성을 무시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저출산·고령화로 더 오래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나타내는 우리나라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크게 줄어들어 공적연금제도 유지가 어려워지고, 납세자도 줄어들어 노인인구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 대책은 결국 노동기간을 늘리는 것, 즉 더 오래 일하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건강한 60-70대가 계속 일해야 할 것이고, 80세까지 정년이 연장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연령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이다. 연령주의(ageism)는 연령을 기준으로 노인 여부 및 능력과 자격을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령주의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고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되게 인식한 결과이다. 60-70대를 노인에 포함시켜 생산성이 떨어지고 능력 없는 사람들로 취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생산성은 연령과의 관계는 약하고 개인의 능력이나 특성과의 관계가 훨씬 크다는 것이 과학적 연구결과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연령주의를 배격하는 입장에서 정년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은 1986년에 민간부문에서 정년제를 폐지하였고, 선진국들도 정년 연장과 정년 폐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장년기(長年期)’라는 생애주기 단계를 별도로 설정하자는 주장은 공식적으로는 없었지만 2000년대 들어 언론이나 전문가 및 정부 정책에서는 ‘중장년기’, ‘신중년기’ 또는 ‘신노년기’ 등으로 중년기를 연장하는 의미 또는 전통적 노년기와 구분하는 의미의 비슷한 개념이나 용어들이 사용되어 왔다. 차제에 건강한 60-70대를 노인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계속 일 할 수 있고 능력 있는 어른의 역할을 하는 장년으로 편입시키고 생애주기에서 장년기의 단계를 새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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