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드’, 영국 귀족 청년은 왜 의적이 됐을까
영화 ‘후드’, 영국 귀족 청년은 왜 의적이 됐을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1.30 13:32
  • 호수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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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 이야기 각색… 현대전 연상시키는 전투신 압권

로빈 후드는 12~13세기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영국의 전설적인 의적이다. 허팅든 백작이란 인물이 부하와 함께 숲속에 은거하면서 귀족들을 습격,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는 이 전설은 입소문으로 전해지다 소설‧만화 등의 소재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다. 영국을 배경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민담을 21세기 식으로 젊고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11월 28일 개봉한 영화 ‘후드’ 이야기다.

작품은 로빈이 아직 후드를 쓰기 전부터 시작한다. 영국의 젊은 귀족 ‘로빈 록슬리’는 첫눈에 반한 마리안과 사랑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로빈은 갑작스레 징집 명령을 받고 전장으로 끌려간다. 당시 서유럽 십자군과 이슬람군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는데 로빈은 신출귀몰한 활 솜씨로 투입되자 마자 적을 제압하며 공을 세운다. 

전쟁 영웅으로 활약하던 그의 인생은 전장에서 또 다시 전환점을 맞는다. 십자군은 포로로 잡은 이슬람군을 고문했는데 로빈은 참혹하게 적을 죽이는 동료를 막아서다 결국 귀향 명령받는다. 

4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로빈은 자신이 이미 전사 처리됐고, 가문의 재산은 노팅엄 주 장관이 모두 압류했으며 마리안은 다른 남자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한다. 절망한 로빈 앞에 그가 편들어줬던 이슬람군 포로 ‘리틀 존’이 나타난다. 로빈은 부당한 세상을 바꿔보자는 존의 제안을 받아들여 후드를 쓴 채 부패한 권력층의 돈을 훔쳐 가난한 백성에게 나눠주는 의적으로 나선다. 로빈의 목에 막대한 현상금이 걸리고, 백성들은 후드의 활약에 환호하기 시작한다. 

로빈 후드의 전설은 수많은 콘텐츠로 만들어져서 이미 익숙한 이야기다. 이번 작품은 식상함을 극복하기 위해 발전된 기술을 이용한 현란한 ‘활’ 액션을 주무기로 내세워 800여년 전 벌어진 전투를 마치 현대전을 보는 듯 긴박하게 재현해냈다.

병사들이 입은 모랫빛 군복은 미군이 입는 사막 전투복을 떠올리게 하고, 갑옷은 방탄조끼를 연상케 한다. 또 십자군과 이슬람 병사들이 쏘는 활은 소총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적을 가격한다. 고대 명사수들의 기술을 완벽하게 재현해내며 연발 쏘기, 날아 쏘기, 근접 쏘기, 뒤돌아 쏘기 등 다채로운 활 기술의 향연을 보여준다. 특히 현대 기관총을 본뜬 듯한 이슬람군의 기계식 석궁은 한 번에 서너발씩 화살을 날리며 시원한 액션을 선사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로빈은 우회로를 찾아 요새에 잠입, 신출귀몰한 활 솜씨로 석궁 병을 저격하며 호쾌한 액션을 선사한다, 영화 중반 마차 추격전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로빈이 마차를 타고 적들과 벌이는 추격전은 벤허의 명장면을 빼다 박았다.

무엇보다 여전히 ‘갑질’이 판치는 현 상황에서 권력의 편이었던 철부지 귀족 청년이 서서히 변해 시민들과 함께 절대 권력에 대항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통쾌함을 선사한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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