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분노와 과격한 행동 부르는 ‘충동조절장애’의 증상과 치료
잦은 분노와 과격한 행동 부르는 ‘충동조절장애’의 증상과 치료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11.30 13:47
  • 호수 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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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이영주기자]

신경전달물질 이상, 심리적 문제 등 원인… 방화, 도벽 증상도 나타나

약물과 상담 등 병행해 치료… 봉사, 종교활동, 취미생활 등이 도움

지난 8월 충북 청주에서는 자신이 키우던 진돗개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둔기로 때려죽인 50대가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9월 경남 창원의 한 식당에서는 60대 남성이 말다툼을 하다 홧김에 불을 질러 4명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10월 서울 강서구에서는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30대 김모씨가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범죄자의 충동적인 행동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충동조절장애’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충동조절장애는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자극을 조절하지 못해, 자신과 남에게 해가 되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을 말한다. 분노조절장애로 알려진 ‘간헐적 폭발성 장애’가 여기에 속한다. 또 습관적인 방화나 도벽도 충동장애로 분류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충동조절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5986명이었다. 2013년(4934명) 이후 4년 사이 21.3%가 증가했다. 

충동조절장애는 환자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나친 의심, 공격성, 폭발성 등 과도한 행동으로 타인과의 관계 형성이 어려운 사람들이 충동조절장애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충동조절장애의 증상

충동조절장애는 충동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물건을 훔치는 등 충동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충동 행동을 하는 동안에는 해소감이나 즐거움을 느끼고, 행동 이후에도 자책이나 후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충동조절장애는 크게 간헐적 폭발성 장애, 병적 방화, 병적 도벽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간헐적 폭발성 장애는 공격적인 충동을 조절하는데 실패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재산을 파괴하는 장애다. 환자는 흥분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자극이 크지 않아도 지나치게 분노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한다. 이 같은 행동은 주로 젊은 나이에 처음 시작되고 나이가 들어서도 오래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불안정한 성장환경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세로토닌(기분 등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감소와 뇌손상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병적 도벽은 개인적으로 필요하지 않고 금전적인 가치가 없는 물건인데도 훔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경우다. 물건이 아니라 절도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으로, 환자는 행동 전에 강한 절도 욕구를 느끼고 절도 후에는 해소감을 느낀다. 병적 방화 역시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방화를 저지르는 것으로, 불을 지를 때 쾌감, 만족, 긴장완화를 느낀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고 있는 진단 기준에 따르면 병적 도박, 발모광증(습관적으로 머리카락, 눈썹 등 신체의 털을 뽑는 행동이 나타나는 강박장애), 인터넷게임중독, 반복 자해, 자살행동장애 등도 충동조절장애에 포함된다. 

◇충동조절장애의 자가진단과 치료

평소에 화를 잘 억제하지 못한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자가진단을 해보는 것이 좋다. ‘분노가 극에 달해 운 적이 있다’, ‘화가 나면 타인에게 폭언, 폭력을 가한다’ 등 12개 문진 항목에 체크한 후 △어느 정도 충동 조절 가능(1~3개) △충동 조절이 조금 어려움(4~8개) △전문의와 심리상담 필요(9~12개)로 분류하면 된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가진단을 통해 분노 조절이 조금 어려운 단계가 나왔다면 소리 내서 울기, 편지 쓰기, 일기 쓰기 등으로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눈물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배출해 안정을 주고, 분노할 때 감정을 글로 옮기면 감정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통제력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병원에서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약물 치료에는 우울감, 분노, 충동성 등을 조절하기 위해 항우울제, 기분조절제, 항정신병약물 등의 약물이 이용되고, 심리 치료로 충동성과 억제에 대한 인지행동치료가 주로 진행된다. 

김선미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질환별로 치료 방법에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분석적 정신치료, 상담 등을 병행하는 방법이 가장 흔히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충동조절장애 환자는 돌보는 가족에게도 경제적 문제, 의사소통과 신뢰 손상, 신체 및 심리적 학대, 좌절과 분노 감정 자극 등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충동조절장애의 치료에 가족의 개입은 필수적이며, 환자를 돌보기 위해 가족들이 질병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 교수는 “가족들이 환자와 있는 시간을 늘리고, 환자가 자원봉사, 종교생활, 평생교육, 취미생활, 운동, 재취업 등을 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알아보기를 권장한다”며 “만약 이러한 노력만으로 조절되지 않는 충동 및 분노 행동이 지속될 경우, 정신의학적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 함께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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