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제주도, 첫 영리병원 허가… 내국인 진료는 금지한다지만 반발 커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제주도, 첫 영리병원 허가… 내국인 진료는 금지한다지만 반발 커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12.07 11:03
  • 호수 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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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녹지국제병원은 내년 1월부터 진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영리병원을 반대해 온 시민단체와 대한의사협회의 반발이 거세 논란이 일고 있다. 영리병원이란 주식회사처럼 기업이나 일반 투자자들이 자금을 투자해 병원을 만들고, 수익이 나면 투자 지분만큼 배당금을 가져갈 수 있는 병원을 말한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의 녹지그룹이 총 778억원을 투입해 건립한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에 조성된 47병상 규모의 의료기관이다. 녹지그룹은 2015년 12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로부터 건립 승인을 받고, 2016년 공사에 착수해 2017년 7월 모든 공사를 마쳤다. 개원 준비를 끝낸 녹지그룹은 의사 9명과 간호사 28명 등 총 134명을 채용하고, 제주도에 병원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병원 준공 이후에도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 개설에 난항을 겪어 왔다.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은 영리병원이 설립되면 건강보험 중심의 현행 의료 체계가 흔들리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비영리병원은 병원운영 이익을 의료시설 확충과 연구비 등 병원 설립 목적에 맞게 재투자하지만, 영리병원은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의료비 상승과 의료 양극화, 건강보험체계 훼손 등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의료기관은 모두 비영리기관이다.

반면 산업계 등에서는 영리병원 허가가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

설립 전부터 계속돼 온 논란에 제주도는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를 공포하고, 주민 뜻에 따라 녹지국제병원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했다. 이에 지난 2월 공론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위원회는 8개월 동안의 논의 끝에 지난 10월 녹지국제병원 개설의 ‘불허’를 권고했다.

하지만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2월 5일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용을 발표했다. 원 지사는 도민 공론 조사로 결정된 ‘불허’ 의견을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하면서, 외국자본 투자 유치 행정의 신뢰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했다”며 “진료 과목을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하고,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으므로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의 이 같은 결정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정부와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의 승인 및 허가 철회를 촉구했다.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허용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제주특별법 등에서 명시적으로 외국인대상 병원으로 특정하고 있지 않아 향후 내국인 진료 관련 행정소송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의사협회도 제주도의 발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6일 원희룡 지사를 직접 만나 의협의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최 회장은 원 지사와의 비공개 면담 후 기자들을 만나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일단 첫 영리병원 허가가 났기 때문에 향후 진료대상이 내국인으로 확대되거나, 진료영역도 미용과 검진 목적에서 다른 과목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와 관련, 원 지사는 “의료계가 우려하는 진료 범위 확대, 내국인 환자 진료 역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조례 등을 만들 때 의료계가 전문가적 견지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 소통 채널을 강화해 도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조건부 개설 허가 이외의 불법이 일어나면 사법권 발동 등을 통해 개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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