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18) 알프스 돌로미테
[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18) 알프스 돌로미테
  • 문광수
  • 승인 2018.12.07 13:29
  • 호수 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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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위 불쑥 솟아 병풍처럼 펼쳐진 적갈색 바위산에 탄성

3000m급 봉우리가 18개나 서 있는 돌로미테는 암벽등반의 메카

몽블랑이 보이는 고원에서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망중한 보내기도

이탈리아 북동부 콜바라에서 바라본 돌로미테의 모습. 돌로미테는 석회암과 백운암으로 형성된 바위봉우리로 높이가 해발 3000m나 된다. 전 세계의 암벽 등반가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암벽등반의 메카로 불린다.
이탈리아 북동부 콜바라에서 바라본 돌로미테의 모습. 돌로미테는 석회암과 백운암으로 형성된 바위봉우리로 높이가 해발 3000m나 된다. 전 세계의 암벽 등반가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암벽등반의 메카로 불린다.

슬로베니아의 트리글라브 산악길을 오토바이로 넘은 감동을 안고 알프스 돌로미테(Dolomites)를 향해 캠프장을 출발한다. 이탈리아 볼차노(Bolzano)를 지나 콜바라(Corvara)로 가는 길을 내비게이션에 저장했다. 거리로 봐서 오후 3시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슬로베니아 보베츠(Bovec)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 A23번 고속도로를 달리면 곧 볼차노가 나올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았다. 한 시간을 더 달렸는데 교통 안내표시판은 베네치아를 가리키고 있는 게 아닌가. 오토바이를 세우고 다시 지도를 살펴보니 엉뚱한 곳에 와 있다. 

뒤로 돌려 다시 한 시간 달려가서 되돌아와야 했기에 길에서 하루를 보낸 셈이 됐다. 이제 캠프장을 찾아야 할 시간이다. 내비게이션은 30km 거리에 캠프장이 있다고 안내한다. 그런데 한 시간을 달려도 나오지 않았다. 한 시간을 더 달려 험한 산길을 넘어서야 캠프장이 나타났다.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오스트리아의 알펜캠프라고 한다. 정말 믿을 수 없는 내비게이션이다.  

마음을 비우고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정신을 차려 지도를 머릿속에 넣고, 오스트리아 111번 도로에서 이탈리아 SS49번 도로, 브르니크에서 SS244번 도로를 따라 콜바라로 접어들었다. 콜바라에 들어서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초원 위에 갑자기 적갈색 바위산이 불쑥 솟아 병풍처럼 펼쳐지는 게 아닌가. 

돌로미테는 ​이탈리아 북동부의 알프스 산악지대이다. 암벽등반의 메카로 석회암과 백운암으로 이루어진 3000m급 바위봉우리가 18개나 무리지어 있다. 바위마다 전설적인 암벽 등반가들의 땀과 열정이 스며들어 있는 곳이다.

콜바라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호텔들이 밀집해 있다. 이곳에서는 산길을 달리는 세계 자전거대회도 열린다. 이번 여행 중 가장 비싼 캠프장도 이곳이다. 잔디밭에 일인용 텐트 하나 치는데 75달러다. 

돌로미테를 일주하는 7일간(70km)의 트레킹 코스는 여름 휴가철 유럽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발 가르데나에서 시작해 프라토 피아자의 광대한 초원을 지나 돌로미테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위산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에서 끝난다. 거대한 바위산과 자연의 맑은 물소리, 북부 이탈리아의 문화와 전통을 보여주는 멋진 휴양지이다.

돌로미테를 등반하기 위해 찾아온 프랑스의 암벽 등반가들과 함께(가운데가 필자).
돌로미테를 등반하기 위해 찾아온 프랑스의 암벽 등반가들과 함께(가운데가 필자).

알피니스트의 고향 샤모니 몽블랑

프랑스의 샤모니 몽블랑(Chamonix-Mont-Blanc)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돌로미테를 출발했다. 밀라노를 지나가는 A4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카드로 결제하고 그냥 달린다. 우리나라처럼 고속도로에 오토바이 진입을 막는 나라는 보지 못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국경은 터널로 통과한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 긴 몽블랑터널(11.6km)이다. 1965년 7월 개통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교통 거리를 200km나 단축했다. 어둡고 좁은 터널은 라이더들에게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구간이다.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샤모니는 알피니즘의 발상지이자 알피니스트의 고향이다. 알프스 중심부에 자리 잡은 전통적인 마을 샤모니는 스키 역사와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산 몽블랑(4810m)과 북쪽으로는 에귀 후즈와 연결돼 있다. 

샤모니는 꼴데 발마(Col de Balme)에서 꼴데 보자(Col de Voza)까지 23km에 걸쳐 계곡을 따라 길게 뻗어 있다. 몽블랑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에귀디미디(3842m) 전망대는 케이블카로 오를 수 있다. 

매년 7~8월이면 샤모니는 관광, 등산, 스키, 그리고 휴식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뜨거운 여름에 설산 등산을 즐기는 사람, 스키를 즐기는 사람, 빙하를 걷는 사람도 있다. 유명한 스키장들이 자리 잡은 샤모니에서는 무한한 겨울 스포츠를 경험한다. 가장 유명한 스키 코스인 라 발레 블랑쉬는 케이블카로 이동할 수 있다. 

1000m 고도 위에서 초원과 숲길, 계곡의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벗하여 망중한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샤모니의 시가지도 즐길 거리가 많다. 전 세계 유명 등산장비점, 전통 프랑스 요리와 와인, 이탈리아 커피,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잔 파울로는 88서울올림픽에 프랑스 복싱대표 선수로 출전, 금메달을 획득한 사람이다. 올림픽 후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 그는 흰머리의 노인이 되어 조그마한 호텔의 지배인으로 일하고 있다. 필자가 서울에서 왔다는 이유로 각별히 대해 주고 와인을 한 병 가지고 와서 나눠 마시기도 했다. 흰머리의 파울로에겐 이제 권투선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인생의 무상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의 여생이 행복하길 바란다.    

글·사진=문광수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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