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보는 이산가족 특별기획전’ 오두산 전망대에서 되새기는 이산가족 상봉 33년
‘기록으로 보는 이산가족 특별기획전’ 오두산 전망대에서 되새기는 이산가족 상봉 33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2.07 14:16
  • 호수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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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1985년 이산가족고향방문 이후 21차까지 이어진 상봉의 애환 소개

식탁보·공예품·담배 등 이산가족이 기증한 기념품 1만5000점 전시

33년간 이어온 이산가족 상봉사를 각종 사진과 소품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가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이산가족이 기증한 사진들로 꾸며진 전시 공간
33년간 이어온 이산가족 상봉사를 각종 사진과 소품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가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이산가족이 기증한 사진들로 꾸며진 전시 공간

지난 12월 4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 안으로 들어서자 만다라를 연상시키는 대형 원형 식탁보가 관람객을 맞았다. 가까이 다가서자 학을 비롯한 새와 꽃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식탁보는 하나가 아니었다. 같은 듯 다른 두 개의 식탁보를 절반씩 포개놓은 것이었다. 제10차(2004년) 이산가족 상봉 당시 엄대섭 님이 북한가족에게서 선물 받은 식탁보와 제15차(2007년) 상봉 때 장두찬 님이 받은 식탁보는 마치 남과 북이 하나가 되길 기원하듯 뭉쳐져 걸려 있었다.

1985년 이산가족고향방문단을 시작으로 제21차까지 이어진 33년간의 이산가족 상봉사를 소개하는 전시가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 2월 28일까지 이어지는 ‘기록으로 보는 이산가족 특별기획전’에서는 사진, 공예품 등 정부가 수집한 1만5000여점 기록물을 소개한다. 

1층 전시장 초입에는 지난 9월 2018년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백두산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국방위원장 부부의 역사적 기념촬영 현장을 재현해 포토존을 꾸며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서는 남녀노소 많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당시의 감동을 되새기며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

이어지는 1공간에서는 올해 8월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의 성과를 소개한다. 당시 행사를 일자별로 구성해 관람객들에 행사가 가진 의미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번 상봉에서는 처음으로 객실식사를 도입해 이산가족들만의 단란한 편안한 식시사간을 제공했다. 당시 제공됐던 도시락과 북한에서 선물해 화제를 모았던 송이버섯 등도 함께 재현해 소개한다.

2공간에서는 남측 이산가족에게서 수집한 각종 기록물을 소개한다. 상봉 당시 받은 선물부터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며 그린 고향 그림, 각자 가족의 소중한 기억이 담긴 사진 등을 모아 소개해 분단의 아픔을 보여준다.

이중 엄대섭 님이 받은 자개 장식 항아리와 이훈 님이 받은 다과, 이재구 님이 받은 담배, 박효만 님이 받은 금술 등은 눈여겨볼만하다. 1970~80년대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현재 관점에서 보면 다소 촌스러운 제품들이지만 다시 볼 수 없는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마음이 담긴 정성스런 소품들이어서 더 애잔하게 다가온다. 

기록물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한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모습.
기록물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한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모습.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3공간은 네 대의 터치스크린을 설치해 1만5000점의 자료를 검색해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로 꾸며졌다. 전시장 곳곳에는 이번 전시에 물품을 기증한 강경춘 님부터 황정길 님까지 수백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터치스크린에 이들의 이름을 입력하면 각자 사연이 담긴 기록물을 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지내야 하는 가족들의 비애가 구구절절 느껴진다. 일일이 검색하기 어려우면 터치스크린에서 실시간으로 변하는 기록물의 사진을 클릭해도 확인할 수 있다. 방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남북이산가족 디지털 박물관(renunion.unikorea.go.kr)’을 통해서도 기록물 감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2층에서는 이산가족 4000여 명이 그린 북녘 고향 그림으로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가 제작한 벽화 ‘그리운 내 고향’을 만나볼 수 있다. 이산가족이 각자 손바닥만한 타일에 고향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거나 가족에게 미처 쓰지 못한 편지 등을 새긴 것을 모아 모자이크 방식으로 벽화를 완성,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특별전과 함께 오두산통일전망대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오두산전망대는 1992년 실향민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탄생했다. 국내외 200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수도권의 대표적인 통일안보 체험시설로 2016년 새단장을 하면서 1층에는 기획전시실·상설전시실·염원실 등이, 2층에는 영상관과 상설전시실이 마련됐다. 3~4층은 전망대로 망원경을 통해 북한 땅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지하 1층에는 어린이체험관을 마련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생생한 체험형 통일교육을 진행한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문학작품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이해하고 비무장지대의 환경과 동식물 등을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북한 어린이의 일상생활과 어린이도서관 통일 염원 퍼즐 맞추기, 통일놀이터 등 체험 활동을 통해 통일을 이룬 한국의 미래상도 그린다.

특히 오두산전망대는 유료(성인 기준 3000원)로 운영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전면 무료로 개방했다. 서울지하철 3호선 대화역이나 경의중앙선 금촌역에서 내려 900번 버스를 타면 찾아갈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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