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베트남 축구대표팀 잇단 승전보에 박항서 감독의 ‘파파 리더십’ 상한가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베트남 축구대표팀 잇단 승전보에 박항서 감독의 ‘파파 리더십’ 상한가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8.12.14 14:49
  • 호수 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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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베트남 축구 역사를 연이어 새로 쓰고 있다. 그러면서 ‘박항서 리더십’이 현지 언론의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지난 8월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준결승에 진출한데 이어 2018 아시아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에 올랐다. 지난 11일 원정경기로 열린 스즈키컵 결승 1차전에서 말레이시아와 2-2로 비겼다. 15일로 예정된 홈경기에서 승리하거나 1-1로 비길 경우(원정팀 다득점 우선) 10년 만에 스즈키컵을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활약을 바탕으로 이를 이끄는 박항서 감독에 대한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지고 있다. 

박항서 감독의 활약은 ‘박항서 매직’으로 불리고, 2002년 한국 축구대표팀의 히딩크 감독을 보는 것 같다는 의미로 ‘쌀딩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베트남 도시 곳곳에서 박항서 감독의 이름이 연호되고, 경기장에선 입장권 구매 대란이 일어났다.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는 팬들의 사진 촬영 요청이 이어지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이 처음부터 대단한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박항서 감독이 맡기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직은 수차례 교체가 있던 자리다. ‘외국인 감독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국인인 박항서 감독에 대한 기대치도 높지 않았다. 

처음 박 감독이 취임했을 때 일부 베트남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실업리그 감독을 하던 축구인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실력이 경기 결과로 확인되면서 박 감독에 관한 평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017년 12월 박 감독 취임 4개월 만에 태국에서 열린 M-150 컵에서 3위에 올랐다. 베트남의 오랜 앙숙이었던 태국을 10여년 만에 2대1로 꺾은 것이다. 이어 2018 AFC U-23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하며, 베트남을 완전히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베트남 축구의 연이은 활약은 박 감독의 리더십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당시 박 감독은 선수들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맞춤 훈련을 실시했다. 베트남 선수들은 체격은 작지만, 체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본인들이 ‘체력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품고 있었고, 그 말이 심리적인 한계가 되고 있는 점을 포착한 것. 박항서 감독은 한계를 깨고,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베트남 언론은 “박 감독이 선수들의 열등감을 제거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선수들은 민첩하고 빠르다는 강점이 있다. 강점은 강점대로 활용하고, 줄곧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작은 체격을 극복하기 위해 밤마다 30분씩 상체 강화 운동을 했다. 또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으로 식단을 바꾸고, 기력을 보충하는 음식을 함께 먹었다. 

선수들의 마음과 몸을 아버지처럼 두루 챙기며, 박항서 감독은 선수들의 신뢰를 얻었다. 그가 선수들에게 했던 행동이 하나씩 알려지며, 그의 리더십은 ‘파파 리더십’이라 불리고 있다.

부상당한 선수에게 비즈니스석을 양보한 미담도 화제다. 지난 6일,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스즈키컵 결승 1차전이 열리는 말레이시아로 이동하기 위해 비행기에 탔다. 감독은 비즈니스석, 선수들은 이코노미석을 배정받았다. 이륙하고 1시간 정도 지난 후 박항서 감독은 부상당한 베트남 선수 도훙중과 자리를 바꿨다. 말레이시아로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다친 선수가 비즈니스 석에 앉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박항서 감독은 “할 일을 하고 있는 것 뿐”이라며 “베트남을 응원해 주시는 한국 국민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어 “나는 한국 국민이자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조국을 잊지 않으면서도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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