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다큐 ‘버블 패밀리’ 부동산으로 흥망 겪은 한 가족 이야기
국산다큐 ‘버블 패밀리’ 부동산으로 흥망 겪은 한 가족 이야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2.14 15:55
  • 호수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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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자신의 실화… EBS 국제다큐영화제 대상작

300만명을 동원하며 순항 중인 ‘국가부도의 날’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1997년 당시 초호황을 누리던 대한민국이 어떻게 붕괴됐는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개해 정작 중산층의 몰락은 단편적으로 다루는데 그쳤다.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마무리되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이들의 이야기는 쏙 빠졌다. 이 몰락한 중산층의 이야기를 다큐로 풀어낸 작품이 개봉한다. 12월 20일 개봉하는 ‘버블 패밀리’ 이야기다.

지난해 제14회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한국 작품으론 처음으로 대상을 받은, 신예 마민지 감독의 작품으로 제작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지각 개봉한다. 작품은 부동산 하나로 흥망성쇠를 모두 겪은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와 함께 현주소를 보여준다.

작품은 국내 최고층 마천루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와 그 주변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크레인타워를 첫 장면에 배치한다. 이후 강남의 한 오래된 빌라에서 보일러가 고장 나고 전기요금 연체로 단전될 위기에 놓인 마민지 감독 가족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마 감독의 부모인 마풍락, 노해숙 부부는 한 때는 잘나갔다. 울산에서 막 중공업이 부흥할 무렵 화학공장에 취업한 마씨가 모은 월급을 가지고 노씨는 인근에 지어지던 아파트에 투자해 큰돈을 벌어들인다. 같은 방식으로 돈을 불려나가던 부부는 아예 서울로 상경해 건설업에 뛰어든다.

88올림픽을 앞둔 당시 전두환 정권은 전국에 500만호에 집을 짓겠다고 나섰고 3저 호황(저유가, 저원화, 저금리)까지 겹치면서 부부는 ‘떼돈’을 벌기 시작한다. 당시 부의 상징이었던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에도 입주했고 1980~1990년대 초반엔 수억원을 굴리는 자산가로 성장한다. 이때 태어난 마민지 감독 역시 가족의 전성기에 서민들은 꿈조차 꾸기 힘든 수많은 혜택을 누린다.

하지만 이도 잠시였다. 중소 건설회사를 꾸려나가며 잘 나가던 이 가족에게 브레이크를 건 것은 부암동 지역의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한 그린벨트 지정이었다. 빚까지 내서 부암동 땅을 샀는데 IMF 구제금융 사태가 겹치면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부동산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노씨는 ‘땅은 언제나 오른다’며 딸의 대학 등록금으로 쓸 2000만원을 경기도 이천에 있는 땅을 사는데 쓴다. 마씨 역시 땅을 통해 재기를 노리지만 요원하기만 하다. 

이 와중에 마씨 가족은 십수 년 간 살았던 집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점차 수렁으로 내몰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서졌던 가족애는 더욱 끈끈해진다. 가족이 싫어 7년간이나 자취를 했던 마 감독은 영화 말미에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선택한다. 어머니는 딸의 짐을 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전성기의 상징이었던 30년 된 가구를 과감하게 버린다. 

결국은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은 ‘가족’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IMF를 가족애로 극복했듯이 말이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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