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어르신 ‘스마트 과거시험’ 현장, 컴퓨터‧스마트폰 교육 후 활용 능력높여
서울 금천구 어르신 ‘스마트 과거시험’ 현장, 컴퓨터‧스마트폰 교육 후 활용 능력높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2.21 10:55
  • 호수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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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 활용법 생각보다 쉽네요”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컴퓨터‧스마트폰 교육 후 활용 능력 높이려고 개최

12월 17일 서울 금천구청에서 열린 ‘스마트 과거시험’에 참여한 한 어르신이 스마트폰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12월 17일 서울 금천구청에서 열린 ‘스마트 과거시험’에 참여한 한 어르신이 스마트폰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이 도시의 ※관광 명소※에는 어떤 것이 있어요? What are the tourist attractions in this city?”

지난 12월 17일 서울 금천구청에서는 ‘과거시험’이 열렸다.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시험문제가 공개되자 40여명의 어르신들이 분주해졌다. 손에 쥔 스마트폰에 재빠르게 답을 입력해나갔다. 하지만 ‘※’(당구장 마크)가 발목을 잡았다. 특수문자에서 한참을 헤매던 어르신들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한참을 씨름한 끝에 겨우 찾아 답을 입력한 어르신들에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종민 어르신은 “스마트폰 만큼은 잘 쓴다고 자신했는데 아직 멀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보다 많은 메신저 대화를 통해 실력을 쌓겠다”고 말했다. 

최근 어르신들의 스마트폰‧컴퓨터 등 IT기기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일명 ‘IT 과거시험’이 잇달아 개최돼 주목받고 있다. 

금천구가 ‘스마트 과거시험’을 열었고 안산 상록구, 대구 중구 등도 컴퓨터와 스마트폰 활용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을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IT 과거시험은 한 해 동안 지역에서 개최한 각종 프로그램을 총정리하는 축제로써의 의미가 강하다. 즉, 활용 능력을 쌓기 위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실력도 점검하고 더불어 격려하는 차원에서 진행된다.

금천구는 매년 어르신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구민정보화 교육 수업’을 진행한다. 정보 격차를 해소시켜주기 위해 문서 작성, 인터넷 활용 등 PC 교육과 스마트폰 사진촬영·편집, 스마트폰을 활용한 SNS 등 모바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실력을 쌓은 어르신들은 직접 동영상을 편집하거나 이미지를 편집해 연하장을 만드는 등 IT 활용능력을 키웠다.

이중 스마트 과거시험은 스마트폰 활용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5년부터 시작된 과거시험은 ‘QR코드를 활용한 스마트폰 정보검색’과 ‘특수문자, 한글·영어 입력 및 전송’ 등 총 3문항으로 구성됐다. 시험답안을 입력하려면 정사각형 모양의 QR코드(2차원 바코드)를 통해 모바일 답안지 작성 페이지로 이동해야 한다. 어르신들에겐 생소한 방식이어서 당일 애 먹을 것을 감안, 12월 13일 사전 시험 특강을 열기도 했다. 

비록 3문항으로 문제는 적지만 QR코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어르신들에겐 생각보다 고난도였다. 기존의 바코드는 기본적으로 가로 배열에 최대 20여 자의 숫자 정보만 넣을 수 있지만, QR코드는 가로, 세로를 활용해 숫자는 최대 7089자, 문자는 최대 4296자까지 기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QR코드는 긴 문장의 인터넷 주소(URL)나 사진 및 동영상 정보, 지도 정보, 명함 정보 등을 모두 담을 수 있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1번 문제에선 QR코드를 찍으면 나오는 웹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캐릭터가 어떤 것을 형상화한지를 물었다. 어르신들은 네이버 전용앱 등 QR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어플을 활용해 금천구청의 캐릭터인 금나래를 소개하는 페이지로 이동한 후  어려움 없이 정답(로봇인형)을 확인했다.

2번 문제도 마찬가지로 QR코드를 찍어 나오는 곳의 도로명 주소를 적는 것인데 역시 큰 문제 없이 정답인 금천구청의 주소를 적어나갔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3번 문제는 앞서 제시한 문장을 적는 것인데 특수문자와 영어문장을 적는데서 어려움을 겪었다. 답안을 작성하는 방법도 제각각이었다. 쿼티, 천지인 등 자판 모양도 제각각이었고 일부 어르신은 터치펜을 쓰기도 했다. 젊은 사람은 5분도 안 걸릴 일이지만 시험시간 30분을 거의 다 채운 어르신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은 답안지를 완성한 것에 의미를 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알 수 없었던 것을 활용하게 된 것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 

김양순 어르신은 “구청에서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줘서 카카오톡으로 가족들과 대화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번 시험을 통해서 부족한 것을 알게 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선 가장 빨리 정확하게 답을 입력한 이종민 어르신 등 6명이 구청장상과 함께 부상을 받았다.

유성훈 구청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어르신들이 스마트기기 사용에 대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세대·계층 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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