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강릉 펜션 참사로 학생들 목숨 잃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더는 없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강릉 펜션 참사로 학생들 목숨 잃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더는 없어야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8.12.21 13:56
  • 호수 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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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 경포대로 여행을 떠난 서울 대성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이 펜션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한 달 전 수능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우정여행을 떠난 10명은 여행 첫 날 잠든 사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쓰러진 것. 3명은 목숨을 잃었고, 7명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강릉아산병원에 입원한 5명은 조금씩 차도를 보이고 있고,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있는 2명의 학생들도 조금씩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2박 3일 일정을 계획하고 17일 오후 3시쯤 펜션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외출한 뒤 오후 7시쯤 펜션에 복귀해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펜션 주인에 따르면 새벽 3시까지 학생들이 노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다음날 오후 1시쯤 펜션 주인은 시설물 점검차 2층에 올라갔다. 학생들이 묵고 있는 방에서 종일 인기척이 들리지 않아 이상한 마음에 문을 열었다가 쓰러져 있는 학생들을 발견했다. 

사고 직후 펜션 내부에서 측정된 일산화탄소 농도는 150~159ppm으로 정상 수치의 8배 가까운 높은 수치로 조사됐다. 사고가 난 강릉 펜션의 보일러 배관은 정상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어긋나 있었다. 펜션 건물 2층 발코니 끝 보일러실에 놓인 가스보일러의 연통은 실내에서 실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경찰은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펜션에는 가스 누출 경보기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사고가 있던 강릉 펜션은 농어촌 숙박업소로 신고하고 영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농어촌 숙박업소는 일반 숙박업소에 비해 규제가 덜해 보일러 배관 점검을 받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를 감지해 경보를 울리는 장치도 필수 요건이 아니었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농어촌민박 업소에도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매월 가스 누출과 배기통 이음매를 점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민박을 포함해 농촌체험휴양마을, 관광농원, 농어촌관광휴양단지 등 모든 농촌관광시설에 대해 긴급안전관리 실태를 재점검하겠다”며 “시설 기준 등 제도적 미비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내년 2월 15일까지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농어촌 관광시설 겨울철 안전점검의 점검 항목 가운데 가스 부분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사업자가 월 1회 가스누출 점검할 때 해당 시·군 공무원이 대동했다. 사고가 난 펜션은 내년 1월 강릉시의 점검을 받을 예정이었다. 농식품부는 이 점검 항목에 가스시설 환기, 가스누출, 배기통 이음매 연결 상태 등을 추가해 지자체가 꼼꼼히 들여다보도록 했다. 

이어 농식품부는 “농어촌 민박 안전관리 매뉴얼과 리플릿을 보완해 배포하고, 안전관리 교육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을 떠난 서울 대성고등학교 학생 3명의 시신은 19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운구되었다. 

KTX 강릉선 탈선 사고가 빚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인재(人災)로 인해 아까운 학생들이 목숨을 잃은 건 통탄할 일이다. 정부가 이런저런 대책을 내놨지만 ‘사후 약방문’식이어서 실망스럽다. 펜션을 농어촌 민박업으로 등록할 수 있는 것도 생소하거니와 그것이 안전 사각지대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관계 당국은 뼈저린 반성을 하고 제도 전반에 관한 재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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