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슈퍼 꼰대’의 탄생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슈퍼 꼰대’의 탄생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2.21 14:06
  • 호수 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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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대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책이 있다. CJ인재원 신입사원 입문 교육을 맡았던 경력이 있는 임홍택 CJ제일제당 과장이 쓴 ‘90년생이 온다’이다. 책은 90년대 태어난 20대들이 기성세대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다. 간단명료하고 재미있는 걸 추구하는 세대라는 설명과 함께 이들이 직장생활을 어떻게 하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90년생 인재들은 눈치 보지 않고 정시퇴근하며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적고 워라벨을 중시한다. 그러니 회사에서는 이 세대에 맞춘 새로운 직원관리가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변화된 환경을 만들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성세대는 ‘꼰대’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과 함께 말이다. 

지당한 말씀 같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결국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거다. 우린 너희에게 맞출 생각이 없으니 너희들이 우리에게 맞춰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비판할 때, 그러니까 권위를 내세워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하는 직장상사를 꼰대라고 부르면서 하는 말이다. 

90년생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외동 자녀인 경우가 유독 많다. 샤오황디(소황제)라 불리는, 1979년 중국에서 시작한 독생자녀제(獨生子女制, 1가구 1자녀 원칙) 시행 이후 태어난 세대와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온 가족이 나서서 자신을 떠받들어 주다보니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사회는 그런 곳이 아니다. 책에서 주장하듯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해야 즉, 오냐 오냐 해줘야 능력을 발휘한다는 건 시건방진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성세대가 항상 옳다는 건 아니다. 반면 젊은 세대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결국 양쪽이 서로 양보하며 생각을 좁혀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 기성세대의 경험과 젊은이들의 패기가 결합해야 기업이 실패할 확률이 낮아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90년생이 온다’는 사실상 ‘슈퍼 꼰대 선언문’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꼰대가 많은 곳이 어디일까. 직장? 경로당? 아니다. 정답은 대학교다. 2018년 현재까지도 대학에서는 학번을 내세워 일명 ‘똥군기’를 강조하는 학생이 많다. 온건한 학생 중에도 선배라는 이유로 후배가 인사를 안 하면 불쾌해 한다. 이게 다 꼰대짓이다.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모든 학생이 선배라는 단어를 들먹이며 졸업할 때까지 꼰대처럼 군다. 이런 대학생활을 하고 사회에 나온 90년생이 이제는 인생 선배들에게까지도 자신에게 맞추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슈퍼 꼰대라 불러도 무방하다. 꼰대가 꼰대에게 꼰대라고 부르는 일만큼 우스운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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