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20·끝)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20·끝)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문광수 여행가
  • 승인 2018.12.21 14:11
  • 호수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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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오토바이 고장으로 일정 차질… 스페인 쪽 여행은 다음 기회에

석달 간 유라시아 18개국 2만km 달려… 그간 만난 160명 잊지 못할 것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근 캠프장에서 바라본 요트장의 모습. 휴가철이 지나서인지 캠프장이 텅 비어 있는 가운데, 전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낭만을 선사했다. 특히 석양에 물든 바다 위로 천천히 들어오는 요트는 한 폭의 멋진 그림 같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근 캠프장에서 바라본 요트장의 모습. 휴가철이 지나서인지 캠프장이 텅 비어 있는 가운데, 전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낭만을 선사했다. 특히 석양에 물든 바다 위로 천천히 들어오는 요트는 한 폭의 멋진 그림 같았다.

스위스 바젤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아우토반 옆으로 라인강이 흐르고 있다. 이 라인강은 독일과 프랑스의 국경을 이룬다. 

바젤에서 한 나절 달려서 밤라흐(Bamlach) 근교 농장 가운데 있는 캠프장으로 들어갔다. 마을 컨트리클럽 같은 이 캠프장은 수영장과 어린이 놀이시설이 있는 가족 휴양지였다. 사과밭을 캠프장으로 꾸민 것 같았다. 사과 향기 그윽한 사과나무 아래 텐트를 치고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낭만의 시간을 보낸다. 사과나무 아래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낙과 하나를 먹어보니 향과 맛이 좋다. 오랜만에 옷을 빨아 사과나무에 빨랫줄을 만들어 널었다. 빨랫줄이 일렁이며 붉은 노을이 가려졌다 내밀었다 하니 고향 생각이 난다.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해 수월하게 프랑크푸르트 근처로 갔다. 그런데 프랑크푸르트로 진입하는 5번 아우토반 나들목에서 긴장을 늦춘 탓일까, 진입하는 길을 두 번이나 지나쳐 2시간이나 빙빙 돌며 고생해야 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앞에 있는 한국식당 아리랑에서 오랜만에 김치와 얼큰한 육개장으로 배를 채웠다. 나이가 많은 아리랑 식당 사장은 이곳에서 오래 영업을 해왔단다. 여행에 지친 모습을 보고 측은했던지 여러 가지로 도움을 많이 주었다. 좋은 숙소를 알선해주고 오토바이 운송업체도 알려 주었다. 오랜만에 비슷한 연배의 고국 여행자를 만났다면서.

프랑크푸르트에는 난민이 많이 몰려들어 거리가 어수선하다. 그래도 치안은 안전해서 길거리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밤을 지내도 아무 탈이 없었다. 

지난 여정 중에 두 번의 오토바이 고장으로 일정과 경비에 차질이 생겨 스페인과 포르투갈 구간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 구간은 다음 아프리카 프로그램으로 편입하고, 이번에는 암스테르담에서 유라시아횡단 오토바이 여행을 종료하기로 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하루 쉬고 500km 떨어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했다. 

암스테르담이 공식 수도지만 네덜란드의 행정, 사법, 입법부는 헤이그에 있다. 인구 1716만 명에 1인당 국민소득은 5만2157달러(2014년 기준)로 세계 15위이다. 6.25 참전국으로 전통우방국이다. 1653년 항해 중 표류하다 제주도에 왔다가 돌아가 조선을 처음 서방세계에 알린 ‘하멜 표류기’의 저자 헨드릭 하멜이 네덜란드인이다. 

레이커스 미술관은 암스테르담에 소재한 국립미술관으로, 렘브란트를 비롯한 16~19세기의 명화를 전시하고 있다. 반 고흐 박물관도 암스테르담에 있는데, 고흐가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던 시기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다. 

마지막 캠핑은 암스테르담의 근교에 있는 멋진 캠프장에서 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저렴하고(12유로) 아름다운 캠프장이었다. 휴가철이 끝나서인지 캠프촌이 텅 비었다. 캠프장이 바닷가여서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수로가 석양에 반짝인다. 붉은 하늘은 자줏빛으로 깊어 가는데, 항해를 끝내고 들어오는 요트 위 한 남녀의 포옹이 석양에 멋진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독일에선 사과향이 가득한 사과나무 아래 텐트를 치고 시간을 보냈다.
독일에선 사과향이 가득한 사과나무 아래 텐트를 치고 시간을 보냈다.

여행을 마치고 오토바이를 서울로 운송하기 위하여 안내 데스크에 부탁하여 알아보니 견적이 800만원 넘게 나왔다. 너무 비싼 것 같아서 영사관에 협조를 받아 한국인 에이전트를 소개받아 견적을 받아 보니 여기도 500만원이 넘는다.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프랑크푸르트 아리랑 식당 사장의 소개로 프랑크푸르트 이삿짐센터에서 10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운송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오토바이를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가져다주고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와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가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암스테르담에서의 마지막 밤을 경북 영양에서 시집온 아줌마가 운영하는 민박집에서 묵게 되었다. 이분은 호주에서 유학시절 만난 중국인과 결혼해서 이곳 암스테르담에서 살고 있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만남의 즐거움으로 저녁에 와인 파티를 열어줬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들에 감사

지나온 길을 회상하며 이번 오토바이 유라시아 대륙횡단 여정을 복기해 본다.

2015년 6월 13일 서울 효창공원 근처 대한노인회에서 출정식을 할 때 격려해 주신 대한노인회 회장 및 관계자들과 선후배, 가족들의 얼굴을 한 분 한 분 떠올려보고 감사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6월 17일 출발해서 암스테르담까지 오는 데 3개월이 걸렸다. 유라시아 18개국 2만여 km를 오토바이로 달렸다. 무려 160여 명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그동안 오토바이가 두 번이나 고장 났다. 그때마다 천사가 나타났다. 여행은 어려움에 봉착하고 또 해결해 나가는 것이 여행의 묘미라 했던가. 

인천공항에 환영 나온 후배들과 가족의 품에 안겨 감격의 기쁨을 누렸다. 편안함을 느끼며 손녀 소희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척 행복하다. 

글·사진=문광수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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