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고려시대에도 극사실적인 조각상이 존재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고려시대에도 극사실적인 조각상이 존재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2.21 14:28
  • 호수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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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전… 4개국 11개 기관 소장품 450여점 선봬

‘청자 사자장식 향로’, ‘청자 참외모양 병’ 등 국보급 유물도 다수 전시

이번 전시에서는 국보 제60호 ‘청자 사자장식 향로’를 비롯한 19건의 국보와 34건의 보물 등 볼 수 없던 문화재를 대거 선보인다. 사진은 사상 처음으로 해인사를 떠나는 보물 제999호 건칠희랑대사좌상.
이번 전시에서는 국보 제60호 ‘청자 사자장식 향로’를 비롯한 19건의 국보와 34건의 보물 등 볼 수 없던 문화재를 대거 선보인다. 사진은 사상 처음으로 해인사를 떠나는 보물 제999호 건칠희랑대사좌상.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이 소장한 아미타여래도(14세기)는 2012년 조사를 통해 고려 불화로 밝혀졌다. 현존하는 고려 불화 160점 중 독존 형식의 아미타여래도는 10점도 채 안 될 정도로 매우 희귀하다. 보물 제999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우리나라에서 전해지는 유일한 목조 승려 조각상으로 고려 930년경 제작된 이래 한 번도 해인사를 떠난 적이 없다. 이 두 문화재 외에도 좀처럼 한 자리에 모으기 어려웠던 유물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열리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내년 3월 3일까지 진행되는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에서는 세계에 흩어져 있던 고려 문화재 450여점을 소개한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전시품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향후 100년 동안 보지 못할 세기의 전시”라고 호언장담할 정도로 국보급 유물들을 대거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위해 협력한 국내외 기관만 무려 45곳에 달한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보스턴박물관, 영국박물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 4개국 11개 기관에서 소장품을 가져왔고, 국내에선 해인사, 삼성미술관 리움, 간송미술문화재단 등 34개 기관과 개인 소장가들이 힘을 보탰다. 이를 통해 국보 19건과 보물 34건 등 국가지정문화재만 53건이 나왔다. 

고려는 태조 왕건이 918년에 세워 1392년까지 약 500년간 이어진 국가다. 당시 고려는 시대 상황상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정치·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안으로는 옛 삼국의 다양한 인적, 문화적 자원을 흡수했고, 밖으로는 중국 본토에 들어선 송(960~1279), 거란족과 여진족이 고려 북쪽에서 세력을 형성한 국가인 요(916~1125)와 금(1115~1234), 몽골이 세운 원(1271~1368)과 두루 교류했다. 외국인을 재상으로 등용할 만큼 물적·인적 교류가 활발했다.   

전시는 크게 ‘고려 수도 개경’ ‘고려 사찰’ ‘고려의 다점(茶店)’ ‘고려가 이룩한 뛰어난 기술과 디자인’ 등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전시장에 들어서면 당시 고려의 수도 개경이 국제도시였으며 많은 외국인이 찾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1123년 5월 송 휘종이 보낸 200여 명의 사절단을 이끌고 온 서긍(1091 ~1153)도 그중 하나다. 사신 서긍은 고려에서 보낸 한 달을 ‘선화봉사고려도경’이라는 책에 담았다. 이번 전시에선 종이에 인쇄된 이 책자를 볼 수 있다. 

‘고려의 수도 개경’ 전시실에 놓인 희랑대사좌상은 이번 전시에서 반드시 봐야 할 작품 중 하나다. 희랑대사의 얼굴과 체격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초상조각인데, 그 실재감이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다. 고려 왕실 미술품도 눈부시다. 당시 고려 왕실이 최대의 미술 후원자로, 왕실 주도로 회화, 금속공예품, 자기 등 뛰어난 수준의 공예품이 만들어졌음을 보여준다. 

고려 미술의 최대 후원자는 왕실이었다.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다채롭고 화려한 미술이 개경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회화, 금속공예품, 나전칠기, 자기 등이 최고급의 소재로 제작됐고, 개경의 번영을 상징했다. 이 중 특히 주목을 받은 게 자기였다. 중국 말고는 만들지 못했던 자기가 10세기경 고려에서 생산된 것은 일대 혁신이자 새로운 문화의 시작이었다. 이와 같은 고려의 자기 수준을 볼 수 있는 ‘청자 사자장식 향로’(국보 60호), ‘청자 참외모양 병’(국보 94호) ‘청자 칠보무늬 향로’(국보 95호) 등이 출품됐다. 영국 피츠윌리엄박물관의 ‘청자 용무늬 발’이나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의 ‘청자 병’ 등도 눈길을 끈다. 

고려를 지배한 이념이자 정신세계였던 불교를 토대로 고려 문화는 화려한 꽃을 피웠다.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예술적 성취로 인정받는 것이 고려불화다. 이중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수월관음도’를 눈여겨 볼만하다. 암좌 위에 비스듬히 앉은 관음보살, 그 발치에서 절을 하는 선재동자를 그려 전형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과 청각으로 전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획도 마련됐다. 고려의 다점을 소개한 '차가 있는 공간'에선 실제 차를 덖는 향기를 전시공간에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차는 국가와 왕실, 사찰의 각종 의례와 행사에서 고려인의 삶 깊숙이 존재한 문화로, 고려의 수준 높은 문화의 한 면을 보여준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현존하는 최고 금속활자인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직지심체요절’의 반입이 좌절됐다. ‘직지’를 대여하는 조건으로 프랑스 측이 요구한 ‘한시적 압류 면제법’ 입법이 보류됐기 때문이다. 

왕건상을 비롯한 북한 유물의 소개도 물건너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당초 북한이 소유하고 있는 고려 태조 왕건상(왕건상)을 대여해 건칠희랑대사좌상과 나란히 전시하려 했다. 스승 희랑대사와 제자 왕건의 ‘사제 만남’을 위해 지난해부터 통일부를 통해 고려 태조 왕건상 등 북한이 소장한 문화재 17점의 대여를 추진했다. 그러나 개막 직전까지 북한으로부터 별다른 답변을 받아내지 못해 희랑대사좌상만 전시하게 됐다. 박물관 관계자는 “개막 후라도 왕건상이 온다면 전시할 계획”이라며 “다른 북한 문화재도 대여 받는 즉시 교체 전시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놨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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