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신년특집] 학업‧예술‧일‧스포츠 등에서 한계를 뚫는 활동적인 시니어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 새해에도 파이팅!”
[백세시대 / 신년특집] 학업‧예술‧일‧스포츠 등에서 한계를 뚫는 활동적인 시니어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 새해에도 파이팅!”
  • 배성호 기자,이수연 기자
  • 승인 2018.12.28 10:48
  • 호수 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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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이수연 기자]

일성여중고 출신 78세 유영자 어르신 최고령 수능 치르고 대학 입학

80대 경로당 회원들 연극제 은상… 일자리 아이디어상 꿰찬 70대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고 학업뿐만 아니라 예술·일·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최고령 수능생으로 대학 입학을 앞둔 유영자 어르신(왼쪽)과 12년간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검도 수련에 매진하고 있는 김종복 어르신.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고 학업뿐만 아니라 예술·일·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최고령 수능생으로 대학 입학을 앞둔 유영자 어르신(왼쪽)과 12년간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검도 수련에 매진하고 있는 김종복 어르신.

“엄마도 대학 간다. 여보 등록금 준비해.”

2019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금란고등학교 시험장 앞에선 이색 피켓을 든 사람들이 한 여성의 남다른 도전을 응원하고 있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2019 수능 최고령 도전자인 유영자(78) 어르신이었다. 60살이나 어린 학생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한 유 어르신은 응시만으로 커다란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유 어르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이게 끝이 아니고 시작입니다. 대학 졸업장까지 도전할 거에요.”    

노년기에 접어들어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더 왕성히 활동하며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어르신들의 사연은 늘 감동을 선사한다. 노인이 되면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고 암기력이 저하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런 약점을 극복해 사회에 큰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예술, 스포츠 등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노인의 한계를 점차 확장시키고 있다.    

먼저 유 어르신은 팔순을 앞두고 대학교에 문을 두드렸다. 5남 1녀 중 막내딸인 유 어르신은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 후 학업을 중단했다. 그러다 가족들의 지지로 용기를 얻은 그는 2015년에야 일성여중고에 입학했다. 

일성여중고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한 학년이 8개월 과정이며, 24개월간 3개 학년 과정을 소화하게 된다. 

유 어르신이 다시 교과서를 들여다보기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40대 때 처음 도전했지만 4년 동안 6년 과정을 배워야 해 한 차례 주저앉았다. 이런 그를 다시 일으킨 건 마라톤이었다. 마라톤을 통해 체력을 다진 유 어르신은 초등학교 졸업 60년 만에 ‘19학번 새내기’가 됐다.

지난 12월 8일에는 평균연령 80세의 평범한 시골 할머니들이 단체로 일을 냈다. 충남 당진시 정미면 산성리경로당 회원으로 구성된 ‘회춘 유랑단’이 충남연극협회가 주관한 ‘제1회 충남아마추어연극제’에서 단체 은상과 무대미술상을 깜짝 수상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고령 심태진(85) 어르신을 비롯해 성기용(84), 박정식(80), 정월옥(80), 이길자(79), 정정례(76), 손간난(73), 김경숙(72) 어르신 등 8명으로 구성된 유랑단 단원들은 평생 연극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 왔다. 

그러다 지난해 초 이 지역 출신 ‘문화예술창작소 내숭’의 문영미(55) 대표의 권유를 통해 연극에 입성했다. 4월 첫 연습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마을회관에 모여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자 연극 ‘안국사 배바위’를 연습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어르신들이 대본 암기가 어려워 녹음으로 대체 했는데 자신의 목소리를 생전 처음 듣는 바람에 자신의 파트를 놓치는 일이 계속 발생했다. 이런 실수를 보완해 나아간 어르신들은 결국 젊은 사람들을 제치고 당당히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동년배 노인과 베이비부머들을 위해 일자리를 개척하는 어르신도 있다. 12월 18일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일자리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2등격인 우수상을 받은 김현(70) 어르신이다. 대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하다 2004년 정년퇴직한 김 어르신은 건물관리 등 여러 일을 하며 경제생활을 이어가다 2009년 그간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김 어르신은 직업 상담사로 활동하며 전문직 은퇴자들이 전국 7000여개 직업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직업훈련교사’ 자격증을 쉽게 취득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이런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제도가 사장돼 있는 등 허점이 있음을 수년간 분석하고 이를 보완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현직 종사자들도 깨닫지 못했던 점을 꼬집으며 전문직 종사자들의 인생 이모작 길을 활짝 연 것이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단녀 등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또 다른 아이디어를 준비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도 꾸준히 하기 힘든 해동검도를 12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단련해 놀라움을 선사한 어르신도 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김종복(73) 어르신은 2006년 해동검도를 시작해 평일 오후 9시부터 10시까지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운동하는 어르신들은 흔하지만 대부분 게이트볼, 탁구 등 구기 종목에 몰려있다. 수백가지 동작을 암기해야 하고 한 달만 쉬더라도 실력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무예의 특성상 70대 이후에 하기 힘들다. 실제로 김 어르신과 함께 운동을 시작한 사람 중 현재까지도 이어가는 사람은 없다. 전국 1000여개의 해동검도 체육관으로 확대해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르신은 나태해지지 않고 수련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4단을 보유한 그는 내년에는 5단 승단을 노리고 있다.

김 어르신은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검도는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됐다”라면서 “80세를 넘어 90세, 100세까지 건강을 유지하며 수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배성호·이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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