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신년특집] 치매국가책임제 1년… 치매안심센터를 가다
[백세시대 / 신년특집] 치매국가책임제 1년… 치매안심센터를 가다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8.12.28 10:54
  • 호수 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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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개소된 치매안심센터는 천국에 온 듯 편안

[백세시대=이수연기자]

운영노하우 축적한 용산구 치매안심센터, 지역 어르신 이용률 높아   

도시와 농촌 차이 고려 않은 건 문제…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필요

임시로 문을 연 센터는 시설‧서비스 열악… 간호사 등 인력 충원도 시급

지난 12월 26일 용산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작업 치료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어르신들은 함께 2019년 달력을 만들었다.
지난 12월 26일 용산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작업 치료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어르신들은 함께 2019년 달력을 만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용산구 치매안심센터를 찾는 김 모(70) 어르신은 구청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집과 치매안심센터를 오간다. 1년에 한 번 60세 이상에 제공되는 무료 치매 검사를 받으며, 치매안심센터를 알게 됐다. 처음엔 검사를 받기 위해 찾았지만, 이제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지원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치매안심센터를 찾는다. 김 어르신은 “오가는 것이 편하고, 직원 모두 너무 친절하게 잘 대해줘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김 어르신은 달력이나 화분 등을 만들고, 운동을 하는 등 치매안심센터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수업에 참여한다. 혼자 생활하며 별다른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탓에 치매안심센터에 오가는 일이 유일하게 규칙적인 일상이다. 김 어르신은 “문화센터에선 돈을 내야 하는데, 여기는 무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며 “구청 셔틀버스를 타고 오갈 수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어르신 관계 맺기와 사회활동 즐겨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어르신 검진, 상담, 가족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보통 구 보건소 등에 위치해 있다. 치매에 걸린 환자만 방문하는 공간이 아니라 치매 검진을 받은 60세 이상 어르신 중 작업‧운동‧미술‧원예‧음악 치료 등의 수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용산구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검진을 받거나 가족교실, 치매 환자 대상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기 위해 오가는 주민만 하루 100명 가까이 된다.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어르신들도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맺고, 대화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기자가 방문한 12월 26일 오전에는 원예치료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은 6명의 어르신이 참여해 공기정화식물인 스칸디나모스를 이용해 새해 카드를 만들었다. 책상을 모아놓고 둘러앉은 어르신들은 카드를 만들며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한바탕 웃는다. 김효경 원예치료사는 “7년 동안 꾸준히 원예 치료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어르신이 있는데, 7년 전과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치매안심센터에서 관계도 맺고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예 치료 시간에 참가자들이 공기정화식물인 스칸디나모스를 이용해 새해 카드를 만들고 있다.
원예 치료 시간에 참가자들이 공기정화식물인 스칸디나모스를 이용해 새해 카드를 만들고 있다.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관리도 함께 

용산구 치매안심센터가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치매 환자는 전적으로 가족이 책임져야 하며, 치매 발병은 부끄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용산구 치매안심센터의 김윤경 사회복지사는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1년에 한 번 치매 검사를 받고, 예방에 도움 되는 활동을 하면 치매 발병과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알리는 게 중요했다”며 “지하철 역사, 지역 시장, 도서관 등에서 캠페인을 하며 치매지원센터를 알리는 등 꾸준히 홍보하니 치매안심센터를 찾는 주민이 늘었다”고 말했다. 

용산구의 60세 이상 인구 5만2000여명(2018년 11월말 기준) 중 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하고 검진을 받은 인구만 2만8000여명이다. 용산구 치매안심센터는 2009년부터 치매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쌓아온 노하우가 도움이 되고 있다.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검사를 받으면 기초 상담, 심층 상담을 통해 대상자의 인지 건강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 많은 용산구민의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동 주민센터나 지역 노인대학, 경로당 등을 순회하며 예방 교육 등을 실시하기도 한다. 

용산구 치매안심센터는 활발한 가족 모임으로 2018년 12월 보건복지부 평가 치매 환자 가족 서비스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하는 가족 모임은 20여개다. 

치매안심센터 초기에는 치매 환자 가족들의 의견을 들었다. 치매 환자 가족들은 환자의 치매 정도에 따라 필요한 것이 모두 달랐다. 치매에 관한 이해가 아예 없어 힘들어하는 가족들도 있고, 대처 방안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싶은 가족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치매 발병이 오래된 환자의 가족들은 ‘어떻게 돌보는가’ 하는 방법보다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을 마련하는 게 시급했다. 

용산구 치매안심센터 김윤경 사회복지사는 “그동안 가족들이 치매 환자를 돌보는 데 지쳐 자신을 돌보지 못해 힘들어했다면,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과 모여 대화하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가족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함께 모임을 만들다 보니 참여도가 높다”고 말했다. 

◇조급한 센터 개소에 지역마다 편차 커 

이처럼 치매안심센터는 환자와 가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늘려나가면서 이용률이 느는 등 서서히 호응을 받고 있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많이 지적되고 있다. 

센터가 실적 압박으로 지나치게 조기 검진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지역 자원과의 연계가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센터 대부분이 아직도 조기 검진에만 신경을 쓰면서 의료기관‧요양기관과의 연계, 일대일 맞춤 관리 등은 소홀한 면이 있다.

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인 김진태 경남 합천병원 신경과 과장은 “제도를 만들 때는 지역 의료기관, 요양 시설과 연계한다고 했지만, 실제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며 “일대일 맞춤으로 관리해 서비스를 연계해 가는 쪽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256개의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가운데 정상 운영되는 센터는 30%에 불과하다는 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10월 말 기준 정식으로 개소한 치매안심센터는 기존에 운영되던 37개소를 제외하고 78개소에 불과하다. 리모델링 등 시설 구축을 위해 먼저 부분 개소를 한 곳이 178개소에 이른다. 

인력 충원이 제대로 안 되는 것도 문제다. 보건복지부는 센터 1개소당 25명씩 총 5125명을 채용할 예정이라 밝혔지만, 현재 치매안심센터 인력은 보건소장을 포함해 한 곳당 평균 12.7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서울시의 모델을 전국 표준으로 삼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교통이 발달한 도시와 달리 시골 지역에서는 센터와의 접근성이 떨어져 한 번 방문하는 것도 힘들다. 박환석 제주 서귀포의료원 과장(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은 “출장검진을 가서 약을 처방해주더라도 동네약국이 없어 약을 제때 잘 먹지 않는 노인들이 많다”면서 “지역 특성에 맞게 센터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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