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19] ‘한약 먹고 설사’ 오해와 진실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19] ‘한약 먹고 설사’ 오해와 진실
  • 허지영 경희미르네트워크 광진점 대표원장
  • 승인 2018.12.28 11:09
  • 호수 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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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영 경희미르네트워크 광진점 대표원장]

한의원에 오는 환자분들 중에, 한약을 처방할 필요가 있어 설명하다 보면, “전에 한약 먹었더니, 설사하고 배가 아팠어요. 저는 한약이 안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분이 뜻밖에 많습니다. 한약을 먹다가 배가 아프거나 설사하는 것, 과연 몸에 안 맞아서 그런 걸까요?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이 ‘명현’이라고 하는 반응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약이나 어떤 요법이 효과를 낼 때, 마치 부작용처럼 보이는 몸의 변화 과정이 나타나는 경우에 명현 반응이라고 부르는데, 그렇다면 어떤 것이 명현 반응이고, 어떤 것이 부작용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소간 불편한 증상일지라도, 의사가 의도한 반응이면 당연히 명현 반응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병의 원인이라 볼 수 있는 병독이 변하거나 병의 부위가 달라진다면 명현 반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는 한(汗)‧토(吐)‧하(下)라고 부르는 세 가지 대표적인 치료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은 땀을 내고, 토하고, 설사하는 방법으로, 우리 몸의 배설 과정을 의미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이 병들면 담음, 어혈, 종농, 객담 등의 병원체를 배출할 필요가 있을 때가 생긴다고 보고, 이것을 위해 말한 한토하 삼법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행했습니다. 

제일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한약 감기약을 복용하고 땀을 흘리면 병이 낫는 과정입니다. 감기는 호흡기와 피부 감염을 통해 독소가 인체를 침범한 것이므로, 가장 빠르고 쉬운 배출 통로인 땀구멍을 통해서 독소(한의학에서는 사기(邪氣)라고 부릅니다)를 제거하여 건강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과학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한약 감기약 성분에는 혈관을 확장하여 혈류를 증가시키고, 면역력을 높이며, 호흡기를 확장시키고, 가래 배출을 용이하게 하는 등의 기능이 있지만, 전통적인 한의학적 관점에서는 땀을 흘리는 과정을 통해 사기를 배출하는 것이 감기를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토하는 방법은 가래를 배출하거나, 소화기의 비정상적인 경련을 치료하거나, 미주 신경 등의 불안정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쓰였으나, 현재는 식도 소화기의 손상 등을 우려하여 많이 쓰이지는 않습니다. 

하법 즉, 설사하는 방법은 현재에도 다양하고 폭넓게 사용되는 해독의 기술입니다. 서양 대체 의학인 거슨 요법의 커피 관장을 비롯해 현재 유행하고 있는 레몬 디톡스나 담즙 배설 유도제, 황산마그네슘 등은 모두 설사를 통해 해독하려는 기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변은 인체 내에 생긴 변성 단백질과 기초 대사 물질의 가장 유력한 배출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21세기 현대 사회는 영양 과잉의 시대라 불립니다. 

비타민이 모자란다고 하면, 복합 비타민제를 복용하고 과거에는 구경조차 힘들던 과일들을 수시로 먹습니다. 칼슘이 부족하다고 하면, 칼슘제나 우유를 추가합니다. 농경 시대에는 언감생심이었던 고기는 며칠이 멀다 하고 식탁에 오릅니다. 

비만과 고혈압, 당뇨를 걱정하는 현대에는 잉여의 영양분과 에너지, 환경 독소를 잘 배출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입니다. 배설의 시대, 해독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래서 한약을 통해 설사나 배변을 유도하여 그로 인한 대사 안정을 얻는 것은 병을 치료하는 좋은 방법으로 볼 수 있고, 명현으로 인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한약을 먹고 설사하는 것이 항상 명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의사의 판단으로 유도된 증상이거나, 특정 약재의 명현 반응이거나, 병이 치료되는 과정에서 증상과 병의 양상이 바뀌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한약을 먹고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불편감이나 증상은 명현일 가능성이 크므로, 불안해하지 말고 한의사에게 다시 한번 정확한 진단과 설명을 들으면 되는 것입니다. 

출처: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맑은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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