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청소년 때 저지른 실수라도 용서 구해야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청소년 때 저지른 실수라도 용서 구해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2.28 11:10
  • 호수 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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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의 인기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가수 황광희의 매니저가 구설수에 올랐다. 과거 중‧고등학교 시절 ‘일진’으로서 학생들을 괴롭혔다는 제보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떠돈 것이다. 이에 해당 매니저 소속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또다른 제보가 이어지면서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던 황광희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한 학교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학생과 그 친구들의 무리를 흔히 일진 또는 일진회라고 부른다. 이 명칭은 어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990년대 후반 중고생들 사이에 유행했던 모리타 마사노리의 ‘캠퍼스블루스’(비바 블루스)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문제는 일진의 상당수가 자신보다 약한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돈을 빼앗는다는 점이다. 더 악랄한 학생들은 집요하게 특정 학생을 괴롭혀 자살로 내모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일진들에게 지속적으로 폭행 당한 학생들의 상당수는 트라우마에 평생 시달린다. 그러다 어느 날 TV를 켰을 때 자신을 괴롭히던 학생이 나와 세상 착한 척 구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는 굳이 부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여론을 조성해 민중재판으로 몰아가는 건 다소 아쉽지만 이해가 된다. 

안타까운 부분은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십대처럼 구는 가해 당사자들의 태도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청소년 시절 또래 친구들을 괴롭힌 잘못을 자연스럽게 사면 받는 건 아니다. 어려서 몰랐다는 핑계도 말이 안 된다. 인간은 나쁜 짓을 하면 본능적으로 안다. 모르는 척 하는 것뿐이다. 이로 인해 나이를 떠나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선 언제든지 책임을 져야 한다. 고통 받은 당사자가 용서해줄 때까지 빌고 또 빌어야 한다. 그 시간이 10년이 걸리든 30년이 걸리든 말이다. 

하지만 일진 문제가 불거진 사람들 대부분은 이를 부인했다. ‘자신은 일진이 아니었다’, ‘친한 사이여서 장난을 친 것뿐이다’ 등의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학생 때도 이러한 핑계를 댄다는 것이다. 결국 성인이 돼서도 자신의 행동에는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어리석은 청소년의 심리에 계속 머물러 있다.

청소년 때 저지른 실수 정도는 봐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어느 정도는 타당하다. 그런데 당사자가 전혀 반성조차 하지도 않고 변명에만 급급한데 이를 용서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회개하지 않으면 신도 용서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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