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나눔문화가 행복을 불러온다
[백세시대 / 금요칼럼] 나눔문화가 행복을 불러온다
  •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8.12.28 11:22
  • 호수 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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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도는

OECD 국가 중 순위 낮은 편

행복감 높이기 위해서는

이기적, 물질주의적 사고 벗어나 

나눔 통한 가치 중심 전환해야

인간은 대체로 자신이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행복하고, 남을 도와주면서 가장 보람을 많이 느끼게 된다고 한다. 결국 나눔과 봉사활동은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행복’이라는 신(神)의 선물을 가져다 주는 셈이다.

이는 각종 과학적 연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은 주민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일정 기간 한 그룹은 취미생활을 하게 하고 다른 그룹은 봉사활동을 하게 한 후 혈액검사를 통해 옥시토신(Oxytocin)을 측정해보았더니, 전자보다 후자에서 옥시토신의 증가 폭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옥시토신은 어머니가 아이를 분만할 때 그리고 젖을 먹일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흔히 ‘사랑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몸에서 옥시토신 호르몬이 많이 생성되면 기분을 진정시키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며, 공감능력을 높여 타인과의 유대도 증진시킨다고 한다. 

나눔활동과 옥시토신과의 관계는 하버드 대학 실험에서도 확인되었다.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당시 인기 있는 영화 비디오를 보게 하고 다른 그룹은 테레사(Teresa) 수녀의 봉사활동 비디오를 보게 한 후 혈액검사를 해보니 후자의 경우 옥시토신 증가 폭이 훨씬 높았다. 또한 일본 아자부 대학에서는 애완견과 주인이 일정 시간 정을 나누게 한 후 호르몬 검사를 해보니 주인과 애완견 모두에서 옥시토신이 증가했는데, 애완견보다는 주인의 증가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사랑은 받는 측보다 주는 측이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한국은 국민행복도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OECD ‘더 나은 삶’ 지수(BLI: Better Livelihood Index) 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 한국의 순위는 38개국 중 29위였으며, 소득수준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2014년 25위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 또한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한 지수는 한국이 35위였고, ‘공동체의식’에 관한 지수는 꼴찌인 38위로 나타났다.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 역시 한국인의 낮은 행복감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행복경제학’의 선구자이면서 영국에서 ‘행복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리처드 레이어드(Richard Layard)는 인간의 행복감을 결정하는 요인이 소득이나 교육수준이 아니라 개인의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 건강상태와 대인관계라는 사실을 실증적 연구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심지어 소득불균등도 국가 간 행복도 차이의 2% 정도밖에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어린 나이에 입시경쟁부터 시작되는 지나친 경쟁 풍토가 행복도를 낮추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 입시경쟁은 학력 측면에서는 한국 청소년을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게 하나, 학업 만족도는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상반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입시경쟁은 졸업 후 취업경쟁, 승진경쟁, 아파트 마련 경쟁 등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인을 불행하게 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 대학이 세계 13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세계가치관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75%가 경제안정을 가장 중요한 존재적 가치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는 프랑스 26%, 영국 30%, 스웨덴 39%, 미국 53%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치열한 경쟁이 한국인을 물질주의자로 만들었고 더 나아가 정신적으로 행복하지 않은 국민으로 만들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면 이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 한국인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존의 이기적이고 물질주의적인 사고를 공동체 중심 그리고 삶의 가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나눔문화의 확산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나눔활동의 활성화는 이를 통해 도움을 받는 측에게는 고통 해소에 더해 사회적 신뢰감을 높여주는 계기가 됨은 물론, 도움을 주는 측에게는 삶의 보람을 느끼고 행복감이 고조되는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1970년대 ‘새마을’이라는 경제공동체를 만드는 운동을 성공적으로 전개한 경험이 있다. 이제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것은 나눔문화 확산을 통한 ‘따뜻하고 활기찬 지역복지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새마을 사업은 정부주도로 추진된 반면, 지역복지공동체 사업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추진하는 것이 시대적 상황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간복지계를 대표하면서 전국적인 조직을 갖고 있는 사회복지협의회가 이러한 과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직을 맡고 있는 필자의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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