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유리문이 열리고, 미술품으로 들어찬 공간이 나타났다. 네 줄로 늘어선 길이 14m, 높이 4m 철제 구조물 사이로 들어서자 최만린, 김세중, 김복진, 문신 등의 조각이 나타났다. 새집 냄새를 잊게 하는 주옥같은 작품들이었다.
국내 첫 수장고형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MMCA) 청주관이 문을 열었다. 과천, 덕수궁, 서울에 이은 네 번째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인 청주관은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소재 옛 연초제조창(담배공장)을 재건축한 공간이다.
연면적 1만9855㎡, 지상 5층 규모로 짓는 데 1년 9개월간 577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미술관은 10개 수장공간과 15개 보존과학공간, 1개 기획전시실, 2개 교육공간, 조사연구 공간인 라키비움 등으로 짜였다.
미술품을 수장 상태 그대로 보여주는 개방형 수장고를 1, 3층에 마련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미술관 소장품은 대부분 일생을 수장고에서 보낸다. 극히 일부만 잠깐 전시 때나 바깥나들이 할 뿐이다. 보안과 훼손을 우려한 조치이지만, 미술관이 폐쇄적이라는 인식을 굳게 하는 데도 일조했다. 이러한 문제와 수장고 포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것이 개방형 수장고다. 이미 스위스 샤울라거, 영국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등지에서 개방형 수장고를 운영한다.
4층 특별수장고는 연구자들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심도 있게 열람, 조사하는 공간이다. 임응식, 육명심, 김정숙, 서세옥 등 미술관에 작품이 30점 이상 소장된 작가와 장 팅겔리, 베르나레 브네 등의 대형 작품이 일차로 배치됐다.
미술관 내부에서도 가장 폐쇄성이 강한 보존과학실도 이곳에서는 ‘보이는’ 형태로 운영한다. 관람객들은 투명한 창을 통해 그림 수복 과정 등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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