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서 통해 본 2019년 대한민국 트렌드… ‘밀레니얼 세대’의 엄마는 밥 해주는 대신 ‘사준다’
전망서 통해 본 2019년 대한민국 트렌드… ‘밀레니얼 세대’의 엄마는 밥 해주는 대신 ‘사준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2.28 13:12
  • 호수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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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엄마 자기계발 중시하는 밀레니얼 가족… 복고를 새롭게 ‘뉴트로’ 열풍

못생겨도 ‘나’를 사랑하는 ‘나나랜더’… 술 마시는 서점 카멜레존 등장

밥 ‘해주는’ 엄마는 가고 밥 ‘사주는’ 엄마가 온다. 남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절대 기준이 된다.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으로 상징되는 남녀 구분이 없어진다. 친환경도 부족하다. 필(必)환경이 돼야 한다. 서점에서 술 마시고 춤추며, 거주지의 경계가 없어진다. 2019년 트렌드를 내다본 책들의 주요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2017년 ‘욜로’, 2018년 ‘소확행’, ‘워라밸’ 등을 예측하며 이제는 한 해를 시작하기 전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트렌드 전망서들이 기해년을 앞두고도 어김없이 쏟아져 나왔다. 트렌드 연구가 김난도 서울대 교수를 앞세운 ‘트렌드 코리아 2019’를 비롯해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김용섭의 ‘라이프 트렌드 2019’, ‘2019 한국인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2019 대한민국트렌드’ 등이 저마다의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서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망서들은 공통적으로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가 급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가리킨다. 정보기술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 어릴 때부터 물질적 안정과 디지털 기술의 수혜를 받고 자랐고 베이비붐 세대 부모의 지원을 받던 이 세대가 서서히 세대주가 되고 있다. 

이중 밀레니얼 가족은 이들을 세대주로 한 가족을 뜻하는데 이전 세대의 가족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엄마가 밥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주고, 남는 시간은 자기계발에 투자한다. 엄마만의 변화가 아니다. 생활의 기본 단위인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생각이 달라진다. 전통적인 고부 갈등은 장서(장모와 사위) 갈등으로 옮겨 가고 집안일은 가성비를 따져 처리한다. 또 부부는 함께 하기보다는 개인의 취미와 성취를 위한 자기계발에 집중한다.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에서 보여준 ‘뉴트로’ 열풍도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한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기존 레트로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지난날에 향수에 호소했다면 뉴트로는 과거를 모르는 1020 세대가 옛것에서 찾은 신선함을 통해 나타난다. 흘러간 시절의 모자람이 주는 충족감, 불완전함이 갖는 미학에 매력을 느끼며 낡고 보잘것없는 것에서 정신적 충족감을 얻는다.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다

흔히 한국인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강하다고 알려졌지만, 이제 자신만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지켜가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른바 ‘나나랜더’ 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이들은 나나랜드를 구축해 남의 시선, 사회 통념에 굴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아름다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편안한 멋을 추구하며 때로는 못생기거나 약간 모자란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못생긴 것이 더 멋있다고 여기는 ‘어글리’ 열풍도 이 중 하나다. 이로 인해 ‘다름’에 대한 수용력과 타인에 대한 인정과 이해도 또한 높다. 내가 가장 중요하듯 타인 또한 그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것에 공감하기 때문. 다양성을 중시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관습이나 획일적인 규범을 거부한다. 

패션 계에서는 이전부터 ‘유니섹스’라고 불리는 남녀공용 제품이 있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게 젠더뉴트럴이다. 남자가 제모를 하고, 클러치를 메고, 레깅스를 입는다. 패션뿐이 아니다.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이걸 없애는 것까지 아우른다. 생물학적 성별에 대한 집착은 지난 한 해 남녀 간 극단적인 성 대결 구도로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젠더뉴트럴은 이런 성의 구분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다. 패션계에서 시작한 젠더뉴트럴이 2019년에는 사회문화 전반과 의식주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공간도 새롭게 확장된다. 유통 공간이 카페로, 도서관으로, 책방으로, 강연장으로, 전시회장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한다. 일명 ‘카멜레존’이라 불리는 공간들은 하나의 역할만 하던 것에서 벗어나 협업, 체험, 재생, 개방, 공유 등 새로운 정체성의 공간으로 변신하는 트렌드를 말한다. 공간의 재탄생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다른 업종과 협업을 하기도 하고,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첨단 IT기술을 장착해 온라인과 보완관계를 추구하기도 한다.

친환경이 필수라 ‘필환경 시대’

또 전망서들은 친환경을 넘어선 필(必)환경을 강조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그동안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이왕이면 좋은 것’ 혹은 자신의 개념을 드러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친환경을 선택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재활용 플라스틱 대란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에 관한 정책 변화와 더불어 실제 우리 삶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장바구니 사용을 실천하며 물건 구매 전부터 발생할 수 있는 폐기물의 양을 최소화하는 프리사이클링(pre-cycling)과 쓰레기 없는 삶을 추구하는 ‘제로웨이스트 운동’ 등 친환경 캠페인도 확대되는 추세다. 

패션에서도 환경과 자원을 먼저 생각하는 컨셔스(conscious) 바람이 거세다. 새활용을 의미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재활용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며 제품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불필요한 포장을 하지 않는 무포장 제품도 늘어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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