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63년만에 되찾은 ‘눈물 졸업장’
해방 63년만에 되찾은 ‘눈물 졸업장’
  • 황경진
  • 승인 2008.05.2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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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 다니던 중 정신대 징용당한 양금덕 어르신

“이제 제 한(恨)의 절반은 풀어진 것 같네요.”
초등학교에 다니던 1944년 일제에 근로정신대로 징용됐다 해방 63년 만에 모교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은 양금덕(80) 어르신은 이 같이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일 오후 전남 나주초등학교 강당에서는 강춘산 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 최인기 국회의원을 포함한 내빈과 재학생 등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양 어르신의 명예졸업장 수여식이 열렸다.

 

<사진설명> 초등학생 시절 일제에 근로정신대로 강제징용됐다 해방 63년 만에 졸업장을 받게 된 양금덕(80˙맨 왼쪽) 어르신이 20일 모교인 전남 나주초등학교에서 후배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수여식이 열리기 전만 해도 “마음이 너무 설레 며칠 동안 잠도 못 잤다”며 다소 들뜬 표정이었던 양 어르신은 이 학교 가야금 병창반 학생들의 축하 공연이 시작될 때부터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양 어르신은 ‘돈도 벌고 중학교에 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일본인 교장의 말에 속아 꽃다운 나이에 일제에 징용돼 일본 나고야의 군수공장에서 중노동을 해야 했던 지난 세월의 고통을 흐르는 눈물로 씻어내는 듯했다.


양 어르신의 고난은 해방과 함께 고국에 돌아온 뒤에도 계속돼 ‘정신대에 끌려갔다 온 여자’로 낙인 찍혀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남편이 집을 나가는 등 오해와 멸시 속에 살아야 했다.
양 어르신의 눈물은 나주초교 교장으로부터 명예졸업장을 받고 후배들의 꽃다발을 받아든 순간 끝내 북받치는 울음으로 변했다.


이날 수여식에는 20여년 동안 한일 양국을 오가며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싸워온 ‘나고야 미쯔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의 고이데 유타카(小出 裕˙66) 사무국장도 참석했다.


고이데씨는 축사에서 “양 할머니는 한일 양국의 과거사 청산을 위해 당당하게 일본 사회에 진실을 밝혔다”며 “양 할머니가 오늘 받은 명예졸업장의 ‘명예’라는 말은 할머니가 회복해야 할 명예와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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