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회원들 가입 늘고 회원수 증가하는 경로당 비결 “회장이 텃세 없애고 솔선수범 했다”
젊은 회원들 가입 늘고 회원수 증가하는 경로당 비결 “회장이 텃세 없애고 솔선수범 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1.04 10:39
  • 호수 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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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청주 부영아파트경로당 등 회장이 주민에 가입 설득… 2배 늘기도

안성 월곡면분회, 체계적인 회원 명부 관리 통해 지난해 108명 늘려

지난 한 해 회원수를 늘린 경로당은 회장이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텃세가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진은 전임 회장의 전횡을 몰아내고 활성화 된 서울 노원구 현대2차아파트경로당 회원들이 활기차게 웃고 있는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지난 한 해 회원수를 늘린 경로당은 회장이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텃세가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진은 전임 회장의 전횡을 몰아내고 활성화 된 서울 노원구 현대2차아파트경로당 회원들이 활기차게 웃고 있는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현대2차아파트 경로당의 새출발을 축하합니다.”

지난 12월 24일 서울 노원구 현대2차아파트경로당에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1997년 문을 연 이 경로당은 리모델링도 재건축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린 이유는 1년에 걸친 놀라운 변화 때문이었다. 2017년까지만 해도 등록된 회원수가 3명밖에 없었지만 지난해 기준 회원수는 50여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십수년 이상 살고 있던 기존 주민을 회원으로 영입해 얻은 성과였다. 안정숙 현대2차아파트경로당회장은 “수년간 자행된 전임회장의 텃세를 몰아내니 자연스럽게 회원이 늘었다”고 말했다.

경로당은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노인복지의 중심기관으로 발돋움했다.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면 회원이 갈수록 고령화되고 60대 후반의 젊은 노인들이 가입을 기피해 정체되고 있는 점이다. 이에 대한노인회 연합회를 중심으로 지회, 분회, 경로당이 대대적인 활성화에 나섰고 지난해부터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연합회 소속 경로당 회원은 2017년 32만명에서 2018년 42만명으로 10만명이나 증가했다. 

이종한 경기연합회장은 “750만 노인들을 대표하는 경로당을 바로 세우기 위해 44개 지회장과 회원들이 똘똘 뭉쳐서 가입을 독려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해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면서 “올해엔 베이비부머들이 먼저 찾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활성화 방법을 모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회장이 만나는 사람마다 가입 권유

회원수를 늘린 경로당은 회장이 발군의 노력과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회장이 발 벗고 나서서 주민들을 설득해 영입하면서 경로당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 충북 청주시상당구지회 산남부영아파트경로당의 경우 2013년부터 이태진 회장이 이끌면서 두 배 이상 회원이 증가했다. 아파트 특성상 왕래가 적어 서로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이 회장은 만나는 사람마다 적극적으로 가입을 권유했다. 아파트 행사나 산책하면서 자신 또래의 주민을 만나면 먼저 다가가 말을 건 후 경로당에 초청해 직접 눈으로 보도록 했다.

처음에는 미심쩍어 하던 주민들은 이 회장이 각종 행사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본 후 그에 대한 신뢰가 쌓이자 경로당을 찾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기존 10여명에 불과했던 회원들은 40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태진 경로당회장은 “경로당 회원이 누리는 혜택을 적극 홍보하고 활기찬 경로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전임 회장의 전횡 없앤 뒤 활기

현대2차아파트경로당의 사례처럼 텃세를 물리친 것도 활성화의 큰 요소다. 이 경로당은 전임 회장이 무려 12년간 회장직을 독점하며 전횡을 부렸던 곳이다. 

등산회에서 만난 친구들의 사적인 모임장소로 경로당을 이용한 것이다. 주민들이 가입을 위해 찾았다가도 그냥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안정숙 회장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였다. 4년 전 경로당을 방문해 회원 가입을 했지만 전 회장과 친구들의 텃세로 방문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안 회장은 노원구지회, 아파트주민자치위원회 등의 도움을 받아 민주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정상화를 위한 주민들의 서명을 받았고 동시에 전임 회장을 설득하고 나섰다. 

결국 전 회장이 백기를 들고 나갔고 새로 회장으로 선출된 안 회장은 경로당 정비에 나섰다. 텃세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그간 가입을 고민했던 회원들이 대거 경로당을 찾았고 현재는 아파트에서 가장 웃음소리가 많이 들리는 곳으로 환골탈태했다.

안 회장은 “혼자였다면 바꿀 수 없었다”면서 “지회를 비롯, 지역 주민들이 변화를 위해 적극 협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북 진안군지회 포동경로당 역시 모든 주민이 나서 귀농인들에게 손을 뻗어 활성화된 케이스다. 포동경로당이 위치한 성수면은 마을 주민들이 계속 빠져나가서 몇 해 전만 해도 곳곳에 빈집이 많았다. 그러다 진안군의 적극적인 귀농정책으로 60대 전후 귀농인들이 하나둘 씩 들어왔다.

설용희 경로당 회장도 6년 전에는 귀농인이었다. 전주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은퇴 후 오게 된 그는 텃세가 두려워 선뜻 주민들에게 다가서지 못했다.     

이런 그에게 먼저 마을 어르신들이 다가갔다. 자신보다 스무 살이 많은 선배 노인들이 매일 경로당에 점심식사를 하러 오라고 초청했고 자연스럽게 회원이 됐다. 이후 마을에 완전히 동화된 그는 적극적으로 활동을 했고 그 결과 회장으로 추대됐다. 

설 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직 65세가 넘지 않은 귀농인들을 특별회원으로 가입시켰고 평균연령이 80대에 육박했던 경로당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설 회장은 “기존 회원들이 챙겨주지 않았더라면 귀농도 포기할 뻔 했다”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 젊은 노인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회원관리 효과도 커

체계적인 회원관리로 회원을 늘린 곳도 있다. 경기 안성시 월곡면분회가 대표적이다. 김재규 월곡면분회장 겸 하가천경로당 회장은 경기연합회의 회원배가운동에 발맞춰 정확한 회원 파악에 나섰다. 고인이 되거나 이사 간 사람들이 그대로 회원 명부에 남는 일이 많았고 마을에 잠재적 회원이 얼마나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김 회장은 월곡면분회 21개 경로당 회원 명부 정리에 나섬과 동시에 잠재적 회원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다. 정리를 마무리 한 이후에는 대대적인 홍보 및 회원 유치에 나섰고 그 결과 분회는 지난해에만 108명의 회원을 늘릴 수 있었다.

김 회장은 “주먹구구식 운영이 아닌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한 장기적으로 경로당 회원 관리의 전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회원 수를 늘린 경로당 회장들은 공통적으로 식사 환경 개선과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루에 한 끼라도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이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루에 한 개 정도는 운영해야 경로당이 북적거린다는 것이다. 

안정숙 회장은 “경로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밥 한 끼를 때우는 것이 아닌 유대감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면서 “즐겁게 식사를 하고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간에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또 경로당의 고착된 낡은 이미지를 벗어 던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IT에 능숙하고 활동적인 젊은 노인들에게는 경로당이란 이름 자체만으로도 거부감을 준다는 것이다.

한 60대 퇴직자는 “경로당 가입 연령이 됐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늙고 노쇠한’ 이미지 때문에 가기가 꺼려진다”면서 “젊은 회원들을 유치하려면 ‘경로당’이라는 명칭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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