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정신과 의사 사망… 병원 내 폭력 종합대책 마련을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정신과 의사 사망… 병원 내 폭력 종합대책 마련을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1.04 10:58
  • 호수 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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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병동에서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진료 도중 흉기를 꺼내 공격하는 피의자를 가까스로 피했으나 다른 의료진의 안전을 확인하던 중 넘어지는 바람에 변을 당하고 말았다.

피의자는 박모(30) 씨로 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 사건 당일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박 씨는 문을 잠그고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내 피해자를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이미 피해자가 피의자에게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린 뒤였다. 피의자는 현장에서 바로 붙잡혔고,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했다. 살해 혐의는 인정하지만 범행 동기를 횡설수설해 직접적인 원인을 알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진료실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충격이 크다. 올해만 해도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 사건이 급증했으나 대부분 응급실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지난해 7월 강릉의 한 병원에서는 장애등급 판정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망치로 병원 컴퓨터 등 기물을 파손하고 진료 중인 의사를 주먹으로 폭행했다. 같은 달 전북 익산에서는 술 취한 환자가 응급실 의사를 폭행해 코뼈를 골절시키는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 12월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폭행과 관련한 처벌을 강화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응급실뿐만 아니라 병원 어디서나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 사건은 계속 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만9620명 중 폭행 경험자는 3248명으로 11%에 달했다. 폭행 가해자는 환자가 71%, 보호자가 18.4%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 내 폭력이 근절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법‧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진료실, 입원실, 응급실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의 의료진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최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지만, 이는 응급 의료에 국한됐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 내 모든 공간에서 의료진에게 가해진 폭행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관련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서는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인력 배치가 의무화돼야 한다”며 “안전인력 배치만으로 모든 사고를 예방하지는 못해도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해 2차 피해를 막도록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대한신경정신과의학회는 피해자 임세원 교수의 이름을 따 일명 임세원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임세원법은 병원에 안전 장치를 마련하고, 진료실 안에 비상벨과 대피 통로 설치, 안전요원 배치를 확대하는 방안 등 의료진이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법안 마련을 위해 의료계와 함께 진료 현장에 대한 실태조사도 추진할 계획이다. 

고(故) 임세원 교수의 빈소는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에 차려졌다. 임 교수의 빈소를 찾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기관 내 폭행은 정신과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며, 진료과별로 예방책이 달라져야 한다”며 “처벌 강화는 국회에 맡기고 미리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진 폭행은 의사, 간호사 등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없도록 할 뿐만 아니라 선의의 환자들이 엉뚱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병원 내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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