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원 대한노인회 경기 안양시만안구지회장 “작지만 강한 지회… 경로당활성화 우수지회로 뽑혀”
이창원 대한노인회 경기 안양시만안구지회장 “작지만 강한 지회… 경로당활성화 우수지회로 뽑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1.04 11:05
  • 호수 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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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경로당 회장들 100% 신임 얻어 재선… 구청장도 믿기 어려워 해 

5년째 불우이웃돕기… 하루 20여 독거노인 가정 방문, 쌀·라면 전달

이창원 대한노인회 경기 안양시만안구지회장
이창원 대한노인회 경기 안양시만안구지회장

지회장 선거에 단독 후보로 나와 100%의 찬성표를 얻었다. 공산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대한노인회 지회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경기 안양시만안구지회 일이다. 이창원(81) 만안구지회장은 2017년 8월, 만안노인종합복지관 3층 강당에서 치러진 재신임 투표에서 대의원 102명 전원의 지지를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이창원 지회장은 “경로당 회장이 밀어주고 직원들도 가족처럼 한결같이 따라와 주어 가능했다”고 겸손해 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안양시 냉천로에 위치한 복지관 1층 지회 사무실에서 만나 연임의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그래도 100% 지지는 심한 것 같다.

“지회를 방문한 구청장도 ‘공산국가도 한두 표는 (반대 또는 기권이)나오는데’라며 농담을 했다. 저도 두 세분은 반대할 거라 예상했지만…열어보고 놀랐다.”

-완벽한 지지의 배경은 무엇인가.

“지회 106개 전 경로당에 공기청정기서부터 노래방 기기, 고가의 안마의자까지 다 들어갔다. 최근에는 공기제균청정기까지 보급했다. 안양시장의 노인에 대한 배려와 공경심이 지극하다.”

시 재정 자립도에 비춰볼 때 만안구지회의 노인복지는 최고 수준이다. 지회장의 열정과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 지회장의 타고난 복도 한 몫 한 것 같다. 도의회 의장과 도 예결위원장이 모두 안양 출신이다. 이 지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역 연고 때문은 아니”라면서 “도지사 면담을 청해 도움을 좀 받았다”고 덧붙였다.

안양시 전체 인구는 58만여명이고 노인인구는 2만9000여명이다. 만안, 동안 등 2개의 구가 있다. 만안구 인구는 25만3000여명이며 안양·석수·박달 등 14개 동이 있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6800여명이다.  

-만안구는 어떤 구인가.

“안양의 구도심으로 과거 낙후됐던 적도 있었지만 시가 하천 물을 순환해 마르지 않도록 하는 등 시정을 잘 펴 훨씬 좋아졌다. 공기도 맑고 가는 곳마다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어 노인이 건강을 유지하며 살기 좋은 도시다. 제가 사는 아파트도 바로 문밖이 공원으로 연결돼 산책하기 편하다. 이곳 구민들은 서로 도와주는 마음이 많다. 마음은 있더라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안양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런 지역 민심이 밑바탕에 있어서인가. 만안구지회는 2014년부터 불우이웃돕기를 대대적으로 해오고 있다. 1년에 한 차례 270여명의 노인대학생들이 주관이 돼 강당에서 성금을 모은다. 쌈짓돈을 기꺼이 내놓는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김밥·오뎅·과일·사탕도 제공해 잔치마당 같은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지난 연말에도 가볍게 1000만원을 모았다. 성금 전달도 특별하다. 이 지회장은 성금으로 쌀과 라면을 반반씩 구입한 후 일일이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쌀(20kg)과 라면박스(20개)를 하나씩 전달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구정 직전에 찾아갈 예정이다. 하루 10~15곳을 돌기도 하고 많게는 20곳도 된다. 

-손수 쌀과 라면박스를 전달해왔다고. 

“기부금을 기관 등에 맡기면 제때 신속히 전달되지 않는 점도 있고, 비록 작은 성의지만 찾아와서 주는 걸 노인들이 더 고마워하더라. 과거 강원도 영월에 산불이 났을 때 3500여만원을 만들어 화재 현장을 찾아가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전달했더니 얼마나 고마워하든지 그때 깨달은 사실이다.”

이 지회장은 “사무국장과 경로부장과 함께 쌀과 라면을 지회 차량에 싣고 경로당 회장이 선정해준 어르신의 집을 방문한다”며 “잠옷차림으로 뛰어나와 받는 분도 있고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보이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자연부락경로당이 아파트경로당 보다 조금 많다. 경로당 시설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시에서 예산을 세워 부족한 물건이 있으면 가져다주고 수리할 곳도 고쳐주고 있다. 외창은 쌍창으로 바꿔주고 도배도 2년에 한 번씩 해줘 낡은 경로당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이 지회장은 “우리 경제 실태를 감안하면 노인복지는 아주 잘돼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식 공부시키고 땀과 희생으로 오늘날의 경제 대국을 이룬 노인들의 공에 자녀들이 보답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경로당 운영비는.

“운영비 29만원에 사회봉사활동비(10만원), 부식비(15만원) 등이 나온다. 전국에서 낮지 않은 수준이다.”

-회원은 늘고 있는지.

“지회에서 회원배가운동을 펼친 결과 6개월도 안된 짧은 기간에 회원 1800여명이 늘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지회 직원들이 퇴근 후에도 거주 지역의 경로당을 방문해 회원 확보를 부탁했고 경로당 회장들이 이에 적극 호응해서다.”

이창원 지회장(왼쪽 세 번째)이 지회 사무실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오른쪽이 이보웅 사무국장.
이창원 지회장(왼쪽 세 번째)이 지회 사무실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오른쪽이 이보웅 사무국장.

이 지회장은 “지회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일자리 창출, 경로당활성화 사업 등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둬 중앙회로부터 우수지회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창원 지회장은 충남 예산 출신으로 젊은 시절 예당농지개량조합에서 15년간 근무했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 강남에서 삼일자동차학원, 정비업체, 자동차부품사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지역의 새마을협의회장과 안양9동 흥화아파트경로당 회장(7년)을 지냈다. 현재 새마을금고 부이사장, 경기연합회 서부협의회 회장으로 있다.  

-조합에 오래 몸담았다.

“예당저수지 관리를 맡아 큰 고비를 넘겼던 일들을 잊지 못한다. 장마철 물 관리를 잘 못하면 마을 전체가 큰 위험에 빠진다. 저수지 윗마을에선 마을이 잠긴다고 물을 빼 달라하고 아랫마을에선 물을 빼지 말라고 그런다. (마을주민들이)삽과 곡괭이 들고 위협도 한다. 조합에선 몸을 피하라고 했지만 정면대응했다. 주민들이 보는 자리에서 수문을 조금씩 여는 식으로 양쪽 입장을 좁혀 문제를 해결했다.”

-자동차학원 등 관련 사업을 크게 했다고.

“중동에 트럭운전기사들 대량 송출할 당시 우리 학원에서 운전면허 많이들 땄다(웃음).”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65세 되기 전 거주 지역의 경로당 회장 권유로 총무를 맡았다. 여러 경로당의 공문 작성, 회계 업무 등을 돕기도 했다. 전임 지회장의 부탁으로 지회 이사, 감사, 부지회장을 맡아 부지런히 다녔다.”

이 지회장은 누군가 어려운 일을 당하는 걸 모른 척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요즘도 차에 폐지, 빈 박스를 싣고 다니다 폐지 줍는 노인을 보면 차를 세운 후 폐지를 전하고 묶는 작업까지 돕고 그 자리를 떠난다. 

이 지회장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동안 공기청정기, 안마의자 넣느라 힘이 너무 들어 숨 돌릴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면서도 “불우이웃돕기는 임기 내내 할 생각이고, 경로당에 넣고 있는 한궁, 슐런도 마저 보급하고, 안과, 한의원, 큰 병원과 협약 맺고 노인들에게 치료비 절감 혜택주는 일도 계속 이어가 노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글=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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