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부흥해라, 한국 코미디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부흥해라, 한국 코미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1.04 11:13
  • 호수 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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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조용필, 서태지, 그리고 김건모까지. 한때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사대천왕’이 한자리에 모였다. 물론 진짜로 모인 건 아니다. 최근 방영된 SBS ‘미운우리새끼’에서 김건모가 개그맨 동생들과 꾸민 꽁트였다. 개그맨 동생들 즉, 장홍제, 임준혁, 이준형은 한때 3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올리다 지금은 폐지된 웃찾사에서 ‘삼대천왕’이란 코너로 인기를 끌었다. 각자 서태지, 조용필, 나훈아를 성대모사한 리듬개그를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면서 소리 소문 없이 무대에서 사라졌다. 

이들이 다시 찾은 돌파구는 유튜브였다. 생계를 위해 유튜브로 전업한 이들은 서서히 구독자를 모았고 김건모의 도움으로 방송까지 타게 됐다. 이날 방송은 이들이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모습을 다뤘다. 2014년 중후반부터 2015년까지 선보인 낡은 코너였지만 여전히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 세 사람뿐만 아니라 웃찾사가 사라진 후 유튜버로 전향한 개그맨들이 많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설 자리를 잃은 상당수도 마찬가지로 유튜브로 향했다. 그렇다고 장밋빛은 아니다. 몇몇은 수십만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모으며 성공적으로 전환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고전 중이다.

한국의 코미디는 큰 위기를 겪고 있다. 한 때 지상파 3사에 인기를 견인했던 프로그램은 전부 사라졌고 개콘마저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 케이블과 종편으로 시선을 돌려도 tvN ‘코미디 빅리그’ 밖에 없다. 이 프로도 초기와 달리 화제성이 떨어진데다가 색다른 아이디어 대신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자극적인 방법을 사용해 점차 시청자들이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친한 사람을 웃기는 건 쉽다. 서로가 공유하는 추억, 상대방의 배경지식을 활용하면 박장대소는 아니어도 소소한 웃음을 유발할 수는 있다. 다만 이런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웃기기란 어렵다. 설사 웃기는데 성공했다고 해도 다음에 같은 방식을 사용하면 서서히 효과가 떨어진다.

이로 인해 꽁트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의 수명은 유독 짧다. 프로가 대박을 쳐도 그 인기는 1년을 넘기지 못한다. 슬랩스틱을 전문으로 하는 개그맨들은 패턴이 파악당하면 외면을 받고 말장난을 무기로 삼은 개그맨들도 시간이 지나면 식상해진다. 새로운 코너를 들고 나와도 앞서 히트 친 꽁트의 잔상이 남아 ‘재미없다’는 소리를 듣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그맨들은 오늘도 열심히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지상파에서는 밀려났지만 유튜버로 전향하면서 되레 세계인을 상대로 개그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침체된 한국 개그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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