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악화 되는 한·일 관계… 누구 잘못인가
[백세시대 / 세상읽기] 악화 되는 한·일 관계… 누구 잘못인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1.04 11:16
  • 호수 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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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다. 원인은 일본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두 나라 사이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수긍이 간다. 하나는 한·일간 레이더 조준 논란이다. 

동해상에서 북한 선박을 구조하던 우리 해군의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일본의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준했다는 일본 측의 주장이다. 광개토대왕함에 탑재된 시 스패로 대공미사일은 사격통제 레이더의 빔에 유도돼 발사된다. 일본은 우리 구축함에서 자기들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 빔을 조사(照射)한 것은 조준 사격이나 다름없다며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동영상까지 공개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이번에도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들었다. 그는 “화기 관제 레이더(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로 재발방지책을 확실히 해 주기 바란다. 한국 측도 이를 받아들여주기를 바란다”며 동영상 공개를 지시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아베의 발언이 국방력 강화 계획의 명분을 얻기 위한 포석이나 떨어지는 지지도를 부양하기 위한 의도적인 갈등 조작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인도주의적 구조 활동에 집중하고 있던 우리 함정에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 비행을 한 것은 우방국으로서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일본 내에서조차 잘못한 쪽은 일본의 초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시절 총리비서관을 지낸 오노 지로 참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동영상은 우리(일본)쪽 주장보다 한국 측의 긴박한 일촉즉발의 상황을 더 잘 보여준다. 방위성 공개영상을 한 번 보고 나는 2001년 연말 아마미 괴선박 사건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다. 북한 측 선박에 대해 구조활동을 하고 있는 군함에 이유 없이 접근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고 경솔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아마미 괴선박 사건이란 일본 순시선이 가고시마 현 아마미오 섬 인근에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한 북한 공작선으로 추정되는 괴선박과 교전을 벌여 이를 침몰시킨 사건이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일본 초계기가 당시 확보한 전자파를 정확하게 공개하면 바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일본은 군사기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 등이 낸 소송에 대해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며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의 선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자료 청구권 이른바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다. 이런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이 개인배상 청구권까지 모두 합의를 본 것이기 때문에 다시 피해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위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식민지배나 침략전쟁과 직결된 반인도적 불법행위 같은 경우는 아무리 국가 간의 협정을 맺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개인이 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더구나 한일청구권 협정 당시 개인의 청구권을 물어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개인의 피해배상 효력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우리 측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강제집행절차에 들어간다면 일본 내 한국 정부 재산 압류로 맞불을 놓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지금까지 한·일 두 나라의 관계는 경제력의 큰 차이로 정치·외교·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상·하의 굴욕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한국이 무역 규모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오늘에 와서 일본의 정치적 모략이나 비윤리적 행동을 더 이상 좌시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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