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간격 확대로 요양병원 입원 노인들 내몰릴 판
병상 간격 확대로 요양병원 입원 노인들 내몰릴 판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1.04 14:16
  • 호수 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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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시행 규칙 새해부터 시행… 노인요양병원 반발 커

[백세시대=이수연기자]

병상 간격 1m 확보해야… 적발 후 시정 안 되면 병원 폐쇄될 수도

요양병원 협회 “병상 수 줄면 운영난… 감염관리료 등 차별 시정해야”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병상 간격 확대가 실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병상 간격 확대가 실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병상 간 간격을 1m로 확대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요양병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 시행규칙은 기존 의료기관 입원실에 대해 지난 12월 31일까지 병상 간 거리 1m 이상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 의료기관이 입원실 병상 간 거리를 1m 이상 확보하지 않으면 정부는 시정명령에 이어 1년 이내 의료업을 정지시키거나 개설 허가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까지 명령할 수 있다. 

◇병상 수 축소에 요양병원 반발

이러한 정부 시책에 요양병원들은 시름에 빠졌다. 병상 간 거리가 넓어짐에 따라 병상수를 줄여야 하고, 일부 요양병원은 기존에 있는 환자들마저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에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118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병상 간격 조정에 따른 병상 수 변화 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 평균 212병상에서 194병상으로 18병상(9%)를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원 당시부터 병상 간격을 1m 이상 확보한 27개 병원을 제외하면 91개 요양병원의 경우 평균 병상 수가 213개로 23병상(11%)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요양병원의 경우 병상 사용률이 90% 이상으로 인원이 대부분 찬 상태다. 기존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병실을 늘려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해, 입원해 있는 환자를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환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히 노인요양병원의 경우 보호자 방문이 용이한 수도권에 있기를 원하는 환자들이 많다. 거주지에서 지리적으로 먼 요양병원일수록 환자들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낀다. 노인 환자에 자주 문병을 오가는 사람도 노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이필순 회장은 “현재 내가 운영 중인 온누리 요양병원(서울 성북구 위치)도 236병상에서 20병상 가까이 줄여야 한다”며 “요양병원의 경우 환자들의 입퇴원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10% 정도는 여유 병상을 놓아야 하는데, 규정을 지키기 위해 병상수를 줄이면 여유 병상을 놓기에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는 “유예기간이 끝난 후 현장에서 시설 기준이 잘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 준수 여부에 대한 현장 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별 정책에 울상짓는 요양병원들 

규정에 맞게 병상 간격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요양병원의 경우 ‘포괄수가제’를 적용하고 있어 급성기 병원에 지급되는 감염관리료나 환자안전관리료는 받지 못하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치료과정이 비슷한 입원환자들을 분류해 일련의 치료행위를 모두 묶어서 하나의 가격을 매기는 의료비 지불 방식으로 일종의 ‘입원비 정찰제’다. 

이필순 회장은 “병상 간격을 줄이는 규제는 급성기 병원이나 요양병원이나 똑같이 적용되는데 요양병원만 감염관리료를 받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2014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때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설치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요양병원만 차별하는 정책을 내고 있어 요양병원들의 타격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올해부터 최저임금까지 오르면서 병원비를 인상한다는 공지를 내건 요양병원이 속출하고 있다. 요양병원 서비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간병비가 올라감에 따라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이 늘어나는 것이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부산지회에 따르면 부산지역 요양병원 대부분 병원비가 인상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과 물가가 인상하고,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 등이 상승하면서 환자부담금이 5~15만원 정도 오르는 것이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간병비 인상이 곧 병원비 인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요양병원 간병비를 급여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필순 회장은 “급성기병원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간병비 급여화)가 정작 간병 서비스 위주로 이뤄지는 요양병원에서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며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시행돼야 환자부담금도 적어지고 병원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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